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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다리 짚은 홍문표 의원, 윤아랑 엑소는 아니래요

너의길을가라 2018. 9. 1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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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홍보대사'는 윈윈(win win) 전략인 동시에 양날의 검이다. 정부 부처의 입장에서는 '잘 나가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로 임명함으로써 딱딱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동시에 국민들에게 자신들이 추전하는 정책을 수월히 홍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연예인은 얻는 게 뭘까? 그건 역시 이미지다. 정부 부처와 손을 잡음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동시에 공익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반면, 해당 연예인이 비행(非行)과 일탈을 저지를 경우 그 타격이 고스란히 정부 부처로 돌아온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물론 이는 모델을 기용하는 기업 광고에도 똑같이 해당되는 일이므로 '연예인 홍보대사'만의 특별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 뜨거운 화두는 '모델료'가 아닐까. 공익적인 일에 모델료가 웬말인가 싶지만, 실제로 그 금액이 상당히 고액인 경우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14년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이노근 의원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중앙정부 및 공공기관들이 연예인 홍보대사에 지급한 모델료가 70억 3380만 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홍보대사(2010년~2011년)를 맡았던 가수 이승기는 5억 7000만 원을 받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대사로 활동했던 배우 임현식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4억 8000만 원을 받았다. 


좀더 나열해 보도록 하자. 기획재정부는 2009년~2014년 김장훈(2억 7500만 원), 박보영(1억 6500만 원), 이상윤(1억 6500만 원)에게, 농식품부는 2009년~2013년 카라(2억 5000만 원), 슈퍼주니어(2억 원), 비(1악 원) 등에게, 통계청은 2010년~2011년 김장훈(1억 원), 지진희(1억 8000만 원) 등에게 고액의 모델로를 지불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조재현에게 2009년부터 2014년까지 4억 9500만 원을 지불했다. 


아무리 공적인 일이라 할지라도 무작정 재능 기부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공익적 이미지라는 무형의 이득을 취하는 만큼 기업의 광고를 찍듯 고액의 모델료를 받는 건 과하다는 게 보편적인 여론이다. 홍보대사의 모델료가 결국 국민의 세금인지라 국민적 반발은 당연한 일이다. 꾸준히 지적되던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2017년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있었다. 


지난 2017년 1월 2일 기획재정부는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를 각 부처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 내용에는 '정책 홍보대사는 가급적 무보수나 실비의 사례금만 지급할 것'이란는 항목이 포함돼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정부의 홍보대사 '고액 모델료'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부적절한 관행을 없애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과연 잘 지켜지고 있었을까?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홍문표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서 받은 정부부처 홍보대사 예산 자료를 공개했다. 단단히 벼른듯 보였던 그는 2017년 중앙선관위가 AOA 설현에게 1억 4300만 원의 활동비(TV광고, 라디오 광고, 포스터 인쇄 등의 명목)를 지급했고, 행정안전부가 소녀시대 윤아와 엑소의 유닛그룹 첸백시(EXO-CBX. 첸, 백현, 시우민)에게 실비 명목으로 1500만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보건복지부의 사례(가수 김태우, 배우 최여진, 소녀시대 수영)를 들면서 예산이 투입된 것에 비해 홍보 효과가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홍문표 의원은 정부가 스스로 정한 지침마저 어겼다고 꼬집으면서 "국민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국가 예산이 실효성 없이 집행되는 정부홍보대사 위촉은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다음날 행정안전부는 홍문표 의원의 지적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홍 의원이 언급한 1500만 원은 홍보대사 활동비가 아니라 "홍보 영상 및 포스터 촬영 등에 소요되는 실비"였다면서 "분장비, 의상비, 차량운행비, 촬영스태프 인건비 등으로 쓰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1500만 원이라는 액수는 윤아와 엑소 첸백시의 모델료라고 하기에는 단가가 맞지 않아 보인다.


6월 1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안전홍보대사 위촉식


결국 홍문표 의원이 헛다리를 짚은 셈이다. 물론 설현의 경우에는 중앙선관위 측의 해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김태우, 최여진, 수영의 경우에도 홍보 효과가 약했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실효성 등을 따져 개선할 부분은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무분별한 모델료를 지급하던 상황과는 분명히 달라진 분위기가 엿보인다. 무보수 명예직으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국민의 대표인 홍 의원이 정부의 자료를 통해 비판의 지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또, 그 1차적인 타깃이 어찌됐든 정부(와 각 부처)라는 점은 잘 알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연예인이 표적이 되는 만큼 좀더 신중한 '폭로'가 요구된다. 이런 식이라면 국회의원도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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