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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물든 바다, 돌고래의 비명.. '휴머니멀' 인간을 고발하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1. 17. 17:41

극단의 인간이 존재한다. 한쪽에는 사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밀렵을 일삼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코끼리의 척추를 끊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서 톱으로 얼굴을 도려낸다. 오로지 상아를 얻기 위해서. 그래서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원에는 얼굴 없는 코끼리의 사체가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도대체 인간은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 걸까. 그 끝을 감히 짐작조차 못할 만큼 인간은 잔혹하다.

돈을 내고 사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일정 비용을 지불함으로써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한다. 돈이 아프리카의 지역 사회로 흘러 들어가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난을 구제한다는 것이다. 또, 사냥 사업을 통해 밀렵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로피 헌터'들은 자신들이 동물을 사냥함으로써 더 많은 동물들을 보호할 수 있다고 외친다.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부심마저 내비친다.

그런가 하면 동물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걸 넘어서 땀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국경없는 코끼리회' 대표 마이크 체이스 박사는 코끼리 개체 수를 보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는 코끼리의 목에 GPS를 달아 위치를 파악하는 등 코끼리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또, 태국 치앙마이의 코끼리 생태 공원의 설립자 생드언 렉 차일러드는 학대받은 코끼리들을 보호하고 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있는 야생 보전 연구가 브렌트는 트로피 헌터들의 거짓말을 고발했다. 그는 헌팅 업체들이 벌어들이는 수익 중 고작 3%만이 주민과 지역 사회에 돌아갈 뿐 수익의 대부분은 업체와 정부 관계자가 독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햄프셔에 살고 있는 야생 곰 행동 연구가 벤 킬햄 박사는 어미 잃은 야생 곰을 구조해 관리 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30년째 이어오고 있다.


"모든 곰들은 곰으로 살고 싶어합니다. 야생 서식지에서 다른 곰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말입니다. 곰들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하지 않아요."

지난 16일 방송된 MBC <휴머니멀> 3회는 여전히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이어갔다. 진심으로 곰을 아끼고 교감하는 벤 킬햄 박사의 노력은 감동적이었다. 아기 곰들은 그를 마치 아빠처럼 따랐다. 그러나 벤 킬햄 박사에게는 자신만의 철칙이 있었다. 곰들이 본연의 야생성을 잃지 않도록 길어도 2년 이상 곰들을 데리고 있지 않고 자연 속에 방사했다.

벤 킬햄 박사는 "곰들은 곰으로 살고 싶어"한다면서 "곰들은 사람들과 함께 지내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곰들의 관점에서 바라본) 곰들의 행복'이었다. 그것이 벤 킬햄 박사가 갖고 있는 인간과 동물의 공존의 철학이었다. 각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문제는 인간이 계속해서 동물들의 삶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돌핀프로젝트 활동가 팀 번즈는 돌고래 관광 상품으로 특화돼 있는 돌고래 마을, 일본의 타이지 마을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것에선 매년 '피의 사냥'이 행해지고 있었다. 타이지 마을의 어부들은 9월부터 2월 사이에 일본 남서부 해안으로 출격했다. 떼지어 이동하는 돌고래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부들은 배로 몰이를 한 후, 돌고래들을 그물 안에 가두고 잔혹하게 죽였다. 바다는 새빨간 피로 물들었다. 죽은 돌고래들은 고기로 팔려 나가고, 일부 살아남은 돌고래들은 전세계의 아쿠아리움에 전시용으로 팔려갔다. 그곳에서 돌고래들은 먹이를 위해 온종일 쇼를 해야 한다. 그 쇼의 목적은 오로지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한 것, 인간의 쾌락을 증진시키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돌고래들이 바다에서 전시용 수족관까지 안전하게 옮겨지는 줄 압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행복하고 좋은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죠. 실제로 바다에서 돌고래들이 어떻게 잡혀 오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돌고래들이 죽는지 얼마나 잔인한지 알지 못하죠. 그물 안에서 엉키고 해안 밖으로 끌려 나오는 과정 같은 갓들이요. 그 과정은 상상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피자 낭자하고, 비도덕적이고 정말 잔인한 일이에요."

타이지 마을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생포한 돌고래 중 639마리를 수출했다. 씁쓸하게도 대한민국은 그 중에서 44마리를 수입했다. 물론 2018년 야생동물 수입 관련 시행령이 개정돼 더 이상의 수입은 금지됐다. 그러나 우리나라 곳곳의 수족관에는 여전히 타이지에서 잡혀 온 큰돌고래 25마리가 살아가고 있다. 전시와 공연에 동원되면서 말이다. 그건 돌고래의 행복은 아닐 것이다.


극단의 인간이 있다. 한쪽은 이익을 위해 혹은 쾌락을 위해 동물들을 죽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물론 동물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 칠순의 벤 킬햄 박사는 계속 늙어가겠지만, 인간에게 어미 곰을 잃은 새끼 곰들은 계속 늘어갈 것이다. 관광 상품인 코끼리에 가해지는 학대는 줄지 않을 테고, 헌팅 사업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어떠한가. 고백하자면 나는 방송을 보면서 눈물은 흘리되 땀은 흘리지 않는 사람이다. 인간의 잔혹함에 놀라지만 자고 일어나면 까마득히 잊고마는 사람.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의 처지를 안타까워 하지만, 적극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 사람. 그렇다, 중간쯤 어딘가에 위치해 있을 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 있는 그 자리 말이다.

그렇다고 자책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위한 고민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먼저 땀 흘리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공존을 위해선 동물의 행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그들의 철학을 공유하면서 말이다. 적어도 우리는 아쿠아리움이나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이 결코 행복해 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동물은 자연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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