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박람기

팬데믹을 겪는 우리를 위한 위로와 힐링, '요시고 사진전'을 가다

너의길을가라 2021. 6. 26. 21:53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기간 : 2021. 6. 23. - 2021. 12. 5.
시간 : 오전 10시 ~ 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휴관 : 매월 첫째 주 월요일(공휴일 정상 개관)
입장료 : 15,000원
교통 안내 : 주차 불가


뭐, 사진전에 사람들이 많겠어? 그런 생각이었다. 멋모르고 느긋했다. 그러다 눈앞에 펼쳐진, 길게 늘어서 있는 줄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본능적으로 맨뒤에 붙어 섰다. 그리고 앞사람에게 "혹시 이 줄이 요시고 사진전 입장 줄인가요?"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네."

그렇다, 사진전을 찾는 사람들은 많았다. 이전에 보았던(saw)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보는(see) 플로우를 전시에 녹여내는 공간, '그라운드 시소(서촌)가 스페인의 떠오르는 신예 사진 작가 요시고(YOSIGO)의 사진전을 열었다. 따뜻한 휴일의 기록, 타이틀부터 뭔가 포근하다.


요시고? 왠지 일본 작가의 이름 같지만 그건 오해다. 'YOSIGO'는 스페인어 'Yo sigo'를 의미한다. 영어로는 'I continue'이니까 '계속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작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활동명이다. 사실 그의 아빠가 알려진 시에서 감명받고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요시고는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지역 출신으로 1981년의 젊은 작가로,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 에체베리아(Jose Javier Serrano Echeverria)이다. 요시고의 고향 산 세바스티안은 스페인 최고의 피서지로 알려져 있는데, 과거 왕들의 여름 휴양지였다고 한다.


'따뜻한 휴일의 기록'에는 관광, 여행에 대한 작가의 관심이 담긴 작품들로 가득하다. 이국적인 풍경과 생동감 넘치는 활력을 만끽할 수 있다. 세계의 여러 도시들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담아낸 그의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팬데믹이 앗아간 여행에 대한 향수가 절로 떠오른다.

또, 평범한 풍경과 장소, 건물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은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아, 사진을 이렇게 찍을 수도 있구나.' 싶다. 아무래도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사진에 입문했기 때문에 구도, 색채, 피사체 선정, 편집방식 등에서 요시고만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전시는 그라운드 시소의 특성상 층별로 섹션을 나누고 있다. PART1. 건축 섹션(2층)에서는 요시고 고유의 사진 기법과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 따뜻한 색과 온도의 빛이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는 'LIght & Shade', 건축의 대칭성과 기하학적인 요소들이 강조되는 'Symmetry & Geometry'로 이어진다.

요시고는 빛이 건축물에 드리워지며 나타나는 변화를 포착하기 위해 촬영 장소를 정하면 태양광이 언제 드리워지는지 계산을 하며 작업에 임한다고 한다. 촬영 장소에 자리를 잡고 최적의 타이밍을 찾고 있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요시고의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PART2. 다큐멘터리(3층) 섹션에서는 여행을 통해 만난 낯선 장소를 개인적인 관점에서 기록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플로리다 올랜도의 놀이공원, 부다페스트의 세체니 온천, 일본 도쿄의 건물, 두바이의 모래사장, 바르셀로나의 료브레가트 강의 모습을 담은 리우 아발(Riu Avall, 강 하류의) 프로젝트가 차례차례 관람객을 맞이한다.

공간마다 그 특성에 맞게 섬세하게 구성한 티가 역력한데, 음악까지 흘러나와 몰입도가 높여준다. 특히 두바이에서 촬영한 사진들이 전시된 공간에는 도시의 특성에 맞춰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어 체험의 맛까지 더해준다.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고 있는 관람객들은 준비되어 있는 일회용 덧신을 착용하면 되니 걱정할 필요 없다.

"관광객의 존재는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들을 막아 버립니다. 풍경을 즐기기보다 놀러 왔다고 주변에 알리는 일에만 관심이 있죠.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연의 포식자가 되어 자연환경의 질감과 색상을 침략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런 관광객과 풍경의 균형을 맞추는 작업으로 이루어졌어요. 물론 저 역시 관광객 중 하나라는 점음 잊지 않습니다."


마지막 섹션인 PART3. 풍경은 푸른 해변의 백사장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변과 그곳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담아낸 사진들이 청량감을 준다. 하지만 요시고는 거기에서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을 '포식자'에 비유했다. 매우 의미심장한 대목인데, 그 해답을 사진을 감상하며 찾아보길 바란다.

속이 뻥 뚫리는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옥외(4층)에도 작품이 한점 더 있다. 어린아이가 풀장에서 헤엄치는 장면을 포착한 요시고의 대표작이 진짜 물 속에 잠겨 있다. 요시고다운 흥미로운 발상이자 참신한 시도라는 생각이 든다. 물 속에 뛰어들어 함께 수영하고 싶다는 충동이 절로 들게 한다.

작품을 쭉 감상하고 보니, 요시고가 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만의 개성과 정체성이 작품 속에 확실히 각인되어 있었고,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색채와 감성이 또렷하게 전해졌다. SNS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도,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삶의 태도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진은 예술 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타고난 재능이 필요 없는 분야입니다. 요즘은 카메라를 가진 모두가 사진작가죠. 기술적으로 서툴더라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그 부족함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요. 다만 중요한 건 정말 사진을 사랑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 본인에게 솔직하고, 오직 자기 자신의 것에 충실해야 합니다. 또 돈을 생각하지 말고 일해야 돈이 들어오는 법이라 항상 마음을 굳건히 먹어야 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밀고 나가며, 멈추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겪어야 배울 수 있고 계속 발전합니다. 열정을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세요. 이 두 가지가 있어야 사진의 세계에서 멀리 나아가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요시고는 '미래의 사진작가에게'를 통해 '사진은 예술 중에서도 아주 드물게 타고난 재능이 필요 없는 분야'라면서도 '다만 중요한 건 정말 사진을 사랑해야 한다는' 거라는 당부를 건넸다. 또, '돈을 생각하지 않고 일해야 돈이 들어오는 법이라 항상 마음을 굳건히 먹으라는' 조언도 가슴 깊이 박힌다. 물론 사진작가가 될 생각은 없지만, 그의 말에 담긴 철학이 마음에 든다.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 팬데믹의 여파로 여행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요시고 사진전'은 힐링이자 위로가 될 것이다. 그가 카메라에 담은 파도를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감상하다보면 꽉 막힌 가슴이 뻥 뚫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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