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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치 않은 '국민 여러분!', 시청자는 아직 최시원의 얼굴이 불편하다

너의길을가라 2019. 4. 9.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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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꾼이 국회의원이 된다고? 얼토당토않은 이야기 같지만,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드는 건 무엇 때문일까. 3대째 가업으로 사기를 물려받은(?) 양정국(최시원)은 "사기꾼은 최고의 직업이다. 경찰한테 잡히지만 않으면."이라는 아버지의 말을 가훈으로 삼은 채 열심히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그러다 김미영(이유영)을 만나 뜨거운 사랑에 빠졌고, 곧 결혼에 골인했다. 신혼여행을 떠나는 날, 공항으로 달리는 차 안에서 김미영은 이렇게 고백한다. "나 사실 경찰이야."


진실되지 못한 부부는 삐걱대기 마련이다. 그 관계가 원만할 리 없다. 꿈에서도 경찰과 마주치지 않으려 발버둥쳤던 양정국은 경찰인 아내가 불편하기만 하고, 미영은 그런 남편에게 알 수 없는 거리감을 느낀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까. 양정국 앞에 사채업자 박후자(김민정)이 나타나 아빠 박상필(김종구)의 복수를 하겠다고 난리다. 3년 전 양정국이 벌인 60억 사기의 빚을 갚겠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전화위복이다. 양정국은 박후자가 보낸 조폭을 피하기 위해 차라리 폭행죄로 붙잡혀 가려고 하지만, 그가 때린 사람은 공교롭게도 연쇄살인범이었다. 양정국은 '용감한 시민상'을 받게 되고, 시민들의 영웅으로 등극한다. 그러자 박후자는 계획을 바꿔 양정국을 협박해 국회의원으로 만들려 한다. 자신의 뜻을 따라줄 정치인이 필요했던 탓이다. 과연 양정국은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 사기꾼의 인생 반전 스토리가 쓰여질 수 있을까?



KBS2 <국민 여러분!>은 '괜찮은' 드라마다. 사기꾼이 용감한 시민으로, 용감한 시민에서 국회의원이 된다는 설정이 황당하면서도 흥미롭다. 철없는 사기꾼이 '제대로 된'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스토리는 제법 묵직한 감동을 주리라 예상된다. 1회 도입부에서도 잠깐 보여졌지만, 양정국은 시민의 입장에서 속시원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코믹하고 유쾌한데, 어둡고 무거운 드라마에 지쳐있는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여지도 충분하다. 희소성이 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 곳이 없다. 이유영은 코믹과 액션을 넘나들며 활약 중이다. 열혈 경찰의 카리스마와 시크한 매력을 뽐내면서도, 사랑에 빠진 설렘과 사랑이 무너져 내린 안타까움을 절묘히 그려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과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편, tvN <미스터 션샤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던 김민정은 악역을 맡았는데, 맛깔스러운 연기와 독특한 대사 톤으로 색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국민 여러분!>의 시청률은 미지근하다. 1회 6.8%(닐슨코리아), 2회 7.5%로 출발해 2주 차에 8.4%(4회)까지 올랐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5회 5.4%, 6회 6.5%에 그쳤다. 8일 첫 방송된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1회 4.3%, 2회 5%)에게 시청률을 빼앗긴 탓이다. SBS <해치>(33회 7.5%, 34회 8.2%)와의 격차가 벌어졌다. 탄력을 받지 못하고 주저앉은 이유가 무엇일까? 단순히 외부적인 요인 때문일까. 


그 원인을 최시원에게서 찾는다면 비약일까. 아닌게 아니라 많은 시청자들이 양정국 역을 맡은 최시원의 캐스팅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17년 9월 한일관 대표 김모 씨가 최시원의 반려견 프렌치 불독 '벅시'에게 정강이를 물린 뒤 패혈증으로 엿새 만에 사망한 일은 아직까지 대중들의 기억 속에 또렷하다. 현장에는 최시원의 아버지가 있었고, 반려견은 목줄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대중은 반려견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나와 관련된 모든 일에 대해 더욱 더 주의하고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렸던 점 진심으로 죄송하다." (최시원, 4월 1일 <국민 여러분1> 제작발표회)


당시 피해자 유족 측이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기로 해 사건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최시원의 태도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사건 발생 후인 10월 3일 최시원의 가족 SNS에는 반려견 생일파티 사진이 올라왔다. '대표 사망 후 반려견 생일 파티를 했다'는 의혹은 피해자의 사망일이 잘못 알려지면서 생긴 오해였지만, 대중들의 불편한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또, 피해자가 사망하고 열흘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tvN <변혁의 사랑> 홍보를 위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려 비판을 받았다. 


비록 '과실'로 인한 일이고 유족 측에 용서를 받았다고 하나, 피해자가 사망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좀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사회적 논란과 그 파장에 비해 최시원이 너무 쉽게 활짝 웃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최시원은 <국민 여러분> 제작발표회에서 다시 한번 사과를 했지만, 아무래도 그의 얼굴을 보면 사람을 물었다는 프렌치 불독이 떠오른다. 이 연상 작용을 경계하는 누리꾼들이 수없이 '경고'를 했음에도 최시원 캐스팅은 진행되고 말았다.


결과는 애매한 시청률과 뜨거운 반감이다. <국민 여러분!>은 좀더 잘될 수 있는 드라마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책임을 최시원에게 모두 돌리는 게 부당하다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들은 분명하게도 그리 말하고 있다. 그건 최시원의 '사과'가 부족했다는 뜻이고, '이미지'가 생명이나 다름없는 연예계 종사자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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