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통계의 거짓말, 청년 실업률이 최저라고?

너의길을가라 2015. 11. 1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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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統計, statistics) : 수집된 자료를 정리하고 그 내용을 특징짓는 수치를 산정하여 일정한 체계에 따라 숫자로 나타냄


통계는 '힘[力]'이다. 하지만 통계는 '사기(詐欺)'다. 이 극단적인 정의(定義)는 어떻게 나오는 것일까? 경험칙상 어떤 주장을 함에 있어 '숫자'를 덧붙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추상적인 여러 말을 늘어놓는 것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인용하는 것이 신뢰성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숫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통계다. 그래서 통계는 '힘'이다. 



이처럼 통계는 사람들을 설득(說得)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하는데, 이를 조금 비틀어보면 통계는 사람들을 현혹(眩惑)시키는 데도 일가견(一家見)이 있는 셈이다. 물론 '통계'는 그 자체로 목적성을 가지진 않는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고자 하는 주체에 의해 '방향성'이 정해진다. 가령, 정부의 입장에서 '실업률'은 낮을수록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목적성(혹은 방향성)'은 이미 정해졌다. "어떻게든 실업률을 낮춰라!"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더 많은 고용을 창출하는 것이다. 정부가 일을 열심히 해서 실질적인 고용률을 높이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실업률이 낮아지는 것은 매우 이상적이다. 하지만 모든 정부가 그렇게 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통계'라는 사기를 통해 얼마든지 조작(까진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그건 매우 손쉽다. 다음의 기사를 읽어보자.



최근 내수경기가 살아나고 산업생산이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취업자 수 증가 폭이 5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청년층 실업률은 2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고용 관련 지표가 대체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10월 청년실업률 7.4%로 2년5개월 만에 최저 <연합뉴스>


극소수의 네티즌들만이 사용하는 인터넷 신조어인 '헬조선'이 어느덧 사회적 현상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용어가 됐을 만큼 청년세대가 느끼는 암울함은 상상 그 이상이다. 당연히 정부 입장에서 청년 실업률은 더욱 민감한 수치일 수밖에 없다. 통계는 말한다. 10월 청년 실업률이 7.4%로 2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또,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1.7%로 작년 같은 달보다 1.1%나 상승했다고. 




이제 질문을 던져보자. 이 통계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가? 정말 청년층의 사정은 나아지고 있는가?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청년층의 핏빛 아우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눈 앞의 커튼을 수없이 걷어내도 '빛'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암흑 같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절망은 쌓이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 아닌가? 그런데도 통계는 이렇게 말한다. "좋아지고 있어"


과연 그럴까?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 기준으로 '취업준비생(취준생)'은 63만 7,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8만 2,000명이 늘었다. 14.7%나 늘어난 숫자다. 비경제활동인구(만 15세가 넘은 인구 가운데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 일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일할 의사가 없거나 능력이 없어 노동공급에 기여하지 못하는 사람)에서 취준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4%에 이른다.



취업을 하지 못해 졸업을 유예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도 청년 실업률은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통계와 이를 인용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자화자찬도 잇따르고 있다. 우습지 않은가? 이 괴리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한편, 구직단념자는 47만 1,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42만 9, 000명)보다 9.8% 증가했다. 이쯤되면 '통계'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실업률은 구직 단념자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말해서 구직 단념자가 늘어날수록 실업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박윤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청년실업률이 떨어지는 것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만은 없다"면서 "실업률 하락은 취업자가 늘어서 생긴 결과일 수도 있지만, 구직 활동이 그만큼 줄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며 통계의 허점을 지적한다.


ⓒ <세계일보>


여기에 또 하나의 허점이 더 있다. 바로 인턴이나 알바도 통계상으로는 '취업자'로 분류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취업자'라고 하는 분자(分子)를 크게 만들어 값을 늘리는 것인데, 이 또한 통계가 저지르는(아니, 통계를 활용하는 이들이 저지르는) 일종의 '사기'에 가깝다. 주5일제의 번듯한 직장이 아니라 인턴이나 알바를 하는 사람이 자신을 '취업자'라고 생각하겠는가? 


어떻게든 실업률을 떨어뜨리고 싶은 정부로서는 실상을 비추는 통계가 아니라 허울만 좋은 통계를 내세우게 된다. <한국경제>는 늘어난 취준생과 구직단념자를 고려하면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10.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취업자에 포함된 인턴과 알바까지 감안한다면, 이 숫자는 더욱 올라가게 될 것이다. 통계는 속이는 자의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속고자 하는 자의 좋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정부는 속이는 자인가, 속고자 하는 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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