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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금 그리고 인센티브, 이런 방식으론 출산율을 높일 수 없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6. 9. 23. 22:27


"아이를 낳으면 '돈'을 드립니다"


기껏해야 '100만 원' 남짓한 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출산장려금' 제도를 제각기 시행하고 있지만, 그 얼마 안 되는 돈이 '출산'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영향력은 없어 보인다. 조금만 삐딱하게 생각해보면, '출산장려금'이라는 건 꽤 불쾌한 정책이다. 100만 원이라는 '미끼'를 던지면 사람들이 기뻐서 아이를 순풍순풍 낳을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대한민국 시민들이 그 정도에 낚일 만큼 '바보'들은 아닌 듯 싶다.



하지만, 애초에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능하면 더 많이 주는 곳에서 아이를 낳을 생각은 하지 않을까? 전라남도 해남군은 4년째 출산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비결은 무엇일까? 애석하게도 '돈'이다. 첫째 아이를 낳으면 300만 원을 지급하고, 둘째는 350만 원, 셋째는 600만 원을 지원한다. 제법 파격적이다. 다른 지자체가 3억~4억 가량의 예산을 출산 지원 정책에 투입한다면, 해남군은 40억 원을 넘게 할당하고 있다. 하려면 '제대로' 하는 게 낫다는 점에서 해남군은 최선을 다한 셈이다.


결과는 어땠을까? 투자 대비 성과는 괜찮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3,802명의 신생아가 해남에서 태어났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출산율 1위다. 문제는 이 글의 첫 문단으로 회귀한다. '기껏해야 100만 원 남짓한 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는 사람이 있을까?' 같은 기간 해남군의 인구는 2,152명이 줄었다고 한다. 이른바 '먹튀'다. 상대적으로 많은 '출산장려금'만 챙기고, 보육 시스템이나 취학 여건이 좋은 인근의 대도시로 이탈한 것이다. 



이런 경향은 경상남도의 지자체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 함양군은 첫째 아이에 50만 원, 둘째에 100만 원, 셋째에 1,000만 원(600만 원에서 지난 7월 증액했다)을 지원한다. 하지만 인구는 2012년 4만 714명에서 2016년 현재 4만 189명으로 줄어들었다. 거창군도 셋째부터 1,500만 원을 지원한다. 2012년 6만 3,103명에서 2016년 현재 6만 3,257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6만 3,232명)에 비하면 감소한 수치다. 결국 좀더 좋은 환경으로 이주하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해남군(을 비롯한 여러 지자체들)의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이 실질적으로 출산율에 기여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단 얘기다. 어차피 낳을 사람들이 해남군으로 '위장전입'을 한 후, 챙길 돈만 낼름했다는 결론이 좀더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출산장려금'이라는 제도는 애초에 부작용이 예견된 정책이었다.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지자체마다 지급액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이와 같은 문제들이 양산되는 것이다.


'먹튀'들을 탓할 까닭도 없다. 이건 정책 '디자인'의 실패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같은 '디자인'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정부 고위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내부 추산 결과, 상반기 비공식 합계출산율이 1.2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돼 우려가 큰 상황"이라면서, 기존의 세 자녀 이상 가구에 적용하던 각종 인센티브를 두 자녀 가구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 나서 8월 25일 저출산 보완대책을 발표했는데, 역시 일정한 대상에 어떤 혜택을 주는 것이 기본 골자였다. 




'인센티브'를 줘서 '출산율'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라면, 차라리 허경영의 공약을 배울 필요가 있다. '웃음거리'로 전락하긴 했지만, 과거 허경영이 내놓았던 '해법'들은 이제와서 생각하면 '선경지명'이라 할 만한 것이 꽤 있다. 결혼수당으로 1억 원을 지원한다든지, 주택 자금으로 2억 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정책은 (액수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핵심'을 잘 꿰뚫고 있는 것이다. 또, 출산을 할 때마다 3,000만 원의 출산수당을 지급하고, 전업주부에게 10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는 발상은 이제와선 오히려 현실적으로 들린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80조 원의 예산을 '허튼 곳'에 쏟아부었던 걸 생각하면, 차라리 허경영의 제안이 더 경제적이란 생각도 든다. 합계출산율이 1.24명(2015년 기준)으로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는 등 현실적인 지표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016년 현재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1.20명 이하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고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허경영처럼 할 게 아니라면, 어줍잖은 '인센티브' 제도는 무의미하다. 이제 '디자인'을 바꿔야만 한다.


'결혼을 하면 얼마를 준다'라든지, '출산을 하면 얼마를 준다', 이를 넘어 셋째 아이를 낳으면 이런 혜택을 준다'는 식의 디자인은 낡디 낡은 것이다. 일정한 지원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는 결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아이를 낳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거기에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한 사회 문제가 결합된 고차원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엔 청년 실업을 비롯해서 비정상적인 주택 가격, 보육 문제 그리고 여성 문제도 결합돼 있다. 


- 워킹맘 고통지수 -


무엇보다 결혼과 출산이 '사회적 커리어'를 단절시키는 지금의 기업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출산율은 풀기 어려운 실타래다. 또, 안정적인 누리과정의 운영 등 '무상보육'이 자리잡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물론 '무상교육'도 실현해야 할 과제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지금의 노동 정책도 바꿔야 한다. 전방위적인 사회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출산장려정책'은 이처럼 방대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 단기적인 성과에 목을 메지 말고, 거시적인 틀을 그려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정부에 그런 것을 기대하긴 참 어렵다. 


그리고 '출산장려금' 제도를 계속 시행하는 지자체들에게도 한마디 하고 싶다. 지금처럼 첫째 아이에는 적은 금액을 지원하고, 셋째 아이부터 큰 액수의 지원금을 주는 출산장려책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 부디 출산을 우스꽝스러운 일로 만들지 말았으면 좋겠다. 인구 유지를 위한 궁여지책이겠지만, 차라리 몇 째 아이인지 순서와 관계없이 같은 금액을 지원하는 게 어떨까? 세종시의 케이스(출산 때마다 120만 원을 지급, 세종시의 합산출산율은 1.90명으로 가장 높다)를 본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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