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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이냐, 윤성빈이냐? ‘피지컬: 100’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

너의길을가라 2023. 2. 9.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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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강인함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덕목이었다. 그렇지 않았겠는가.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온갖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가야 했던 인류는 육체의 단련을 통해 삶을 도모해야 했다. 또, 사냥을 위해, 전쟁을 위해 끊임없이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켜야 했다. ‘강(强)함’과 동의어라 할 근육질이 몸은 숭상의 대상이 됐고, 어느새 아름다움과도 상통하게 됐다.

‘육체미(肉體美)’, 사람의 몸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시선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들은 인간의 몸을 빚었는데, 그 강인하고 다부진 형상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서구권과 달리 육체의 직관적인 아름다움과 짐짓 거리를 뒀던 우리도 지금에 와서는 달라졌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잘 관리된, 건강한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피트니스 등 운동 산업이 번창하고, 운동 관련 유튜버가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은 시대를 반영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외모지상주의, 선정성 등의 이유로 비판하지만, 지금의 흐름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 100’은 그 욕망과 호기심을 절묘하게 담아냈다. 강인한 육체를 지닌 출연자 100명의 서바이벌, 듣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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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100’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근육질 남성들의 생존 게임’, 좀더 풀어쓰면 무식하게 힘만 쓰는 수컷들의 피터지는 싸움일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6회까지 공개된 ‘피지컬:100’에는 흥미로운 장면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우선, 퀘스트 1에서 씨름 선수 박민지는 1대 1 데스미치의 상대로 럭비 국가대표 장성민을 선택했다. 자신보다 체구가 훨씬 큰 남성을 말이다.

근력이 중요했던 ’공 뺏기‘ 대결이었던 만큼 승패는 처음부터 갈린 듯했다. 하지만 박민지는 덩치가 큰 남성을 상대로 절대 기죽지 않았다. 갈고 닦은 씨름 기술을 사용해 장성민을 넘어뜨리는 등 멋진 장면을 이끌어냈다. 상대가 여성이라 방심했던 장성민도 정신을 바짝 차렸고,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박민지의 대담한 선택을 기억했을 것이다.

퀘스트 2(모래 나르기)와 3(1.5톤 배 끌기)은 팀 미션으로 치러졌다. 팀전인 만큼 예상외의 승부가 나오기도 했는데, ’모래 나르기‘에서 상대적으로 약체로 여겨졌던 장은실 팀은 남경진 팀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이 승부의 결과는 매우 상징적이었는데, ‘피지컬: 100’이 단순히 근력의 우위만으로 승패가 갈리도록 설계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퀘스트 3에서 이런 양상은 더욱 도드라졌다. 1.5톤(에 오크통까지 실어 2톤)짜리 배를 끌어야 하는 만큼 팀원 간의 협동심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 상황을 재빨리 파악하고, 정확하고 과감한 판단을 내려야 했다. 각자의 능력치에 맡는 역할을 분배하고, 난관을 헤쳐 나가며 팀원들을 목표까지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요구됐다. 그런 의미에서 추성훈의 활약이 돋보였다.

반면,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스켈레톤 국가대표 윤성빈은 팀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출연자들 사이에서 ‘아이언맨’이라 불리는 그는 ‘1:1 데스매치‘와 ‘모래 나르기’에서 압도적인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서전트 점프 134cm를 성공시키는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하지만 퀘스트 3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못했고, 기록에서도 추성훈 팀에 밀렸다.

그런가 하면 퀘스트 2.5(패자부활전)에서 가장 돋보인 출연자는 심으뜸이었다. 탈락자들에게는 자신의 몸무게 40% 무게를 견뎌야 하는 동등한 미션이 주어졌는데, 근력이 뛰어난 남성 출연자들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상황에서 심으뜸은 끝까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며 ‘생의 무게’를 견뎌냈다. 무게 중심을 잡고 버티는 신체적 능력과 감각, 그리고 정신력의 승리였다.


이쯤되면 ‘신체적 능력’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고민스럽다. 질문이 이어진다. 단순히 체급이 높은 것이 강한 것일까. 근력이 세다고 강한 것일까. ‘피지컬: 100’에서 말하는 ‘피지컬’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전 퀘스트에서도 확인했듯, 체급이 높으면 매달리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몸무게의 40%를 견뎌야 했던 패자부활전처럼 체급이 높을수록 불리한 경우도 있다.

이처럼 신체적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고,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근력의 열세를 기술을 통해, 스피드를 통해 극복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피지컬: 100’은 다양한 요소들을 ‘피지컬’이라는 영역 속에서 펼쳐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의 오감을 충족시키고 있다. 반응은 매우 뜨겁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

지난 8일, 넷플릭스 집계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10’에 따르면, ‘피지컬: 100’은 62개국 TOP 10에 진입했는데, 지난 달 30일부터 5일까지 누적 시청 3,130만 시간을 기록했다. 이 수치는 글로벌 TOP10 TV쇼(비영어) 부문 2위에 해당한다. 또, 화제성 조사회사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의 ‘TV·OTT 통합 비드라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시즌2, 해외판에 대한 요청이 쏟아졌다.

3억 원의 상금을 차지할 우승자는 누구일까. 추성훈일까, 윤성빈일까. 아니면 퀘스트 3에서 두각을 드러낸 조진형, 마선호 등 제3의 인물일까. 어쩌면 심으뜸 등 여성 출연자의 우승도 가능할까. ‘피지컬: 100’이 앞으로 써내려갈, 저 아름다운 육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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