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최악' 부대찌개와 '힐링' 감자옹심이, 극과 극의 반응보인 백종원

너의길을가라 2021. 4. 15. 11:22
반응형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32번째 골목은 구로구의 오류동 골목이다. 구로구는 2000년 '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이 변경된 후 IT벤처타운으로 탈바꿈했지만, 1970~80년대에는 '구로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제조업의 메카였고,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곳이었다. 수출의 역군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공업단지라 낙후되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구로구는 안양천을 경계로 동서로 나뉘는데, 동부와 서부 상권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동쪽은 대규모 백화점이 입점했고, 1호선과 2호선 더블 역세권으로 상권이 발달했다. 유동인구만 무려 7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서쪽은 상대적으로 많이 낙후되어 있는 상태였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그 서쪽에 위치한 세 곳의 식당, 부대찌개집과 감자옹심이집, 옛날통닭집을 찾았다.


"안 먹어봐도 알겠지만, 솔직한 얘기로 동물적인 감각으로 여태까지 경험으로 맛 안 봐도 맛없음이.."

부대찌개집 사장님은 2016년 주점으로 시작해 2019년 8월 부대찌개 전문점으로 업종을 변경했다. 동네에 부대찌개 전문점이 없어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사장님은 자신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주점을 폐업한 후 한 달 동안 부대찌개를 연구했고, 송탄 등 맛집을 탐방하며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냈다. 지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문제는 손님이 없다는 것이었다. 사장님 말대로라면 부대찌개가 (다른 집에 비해서도) 맛이 좋은데 어째서 손님이 없는 걸까. 사장님은 홍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입점 위치가 좋지 않은데다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아 손님들의 발길이 뜸하다는 얘기였다. 과연 그럴까. 알려지기만 하면 손님들이 몰려올까. 사실 '객관적인 눈으로' 조금만 관찰하면 금세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때까지 먹어본 부대찌개 중 최악이에요. 이건 부대찌개라고도 할 수 없어요."

우선, 느렸다. 사장님은 따로 양념장을 만들어두지 않았는데, 모든 재료를 그때그때 계량하며 넣었다. 그러다보니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렸다. 12분 만에 부대찌개가 제공됐다. 과연 맛은 어떨까. 자부심만큼 맛있을까. 백종원은 냄새만 맡아도 맛이 없을 거라 예측했다. 부대찌개가 아니라 고추장찌개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다. 시식 후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극적인 매운 맛과 단맛만 느껴졌다.

백종원은 후춧가루가 너무 많이 들어가 매운 맛이 확 올라온다며 고개를 저었다. 또, 양파가 들어가 단맛이 느껴지는데다가 겉만 익고 속은 익지 않은 김치 때문에 단맛이 더해졌다고 지적했다. 햄과 소시지도 부대찌개용이 아니라 짠맛이 전혀 없었다. 국물과 조화되지 않았다. 백종원은 달큰한 떡볶이 국물 같다며 '최악'이라고 혹평했다. 과연 부대찌개집 사장님은 변화할 수 있을까.


"진짜로 힐링된다, 맛이.. 건강한 맛이라고 해서 맛 없을 줄 알았는데."

요식업 경력 20년 차 경력의 감자옹심이집 사장님은 칼질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상당한 공력이 느껴졌다. 사장님은 17년 동안 주방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2019년 첫 가게를 오픈했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다. 보이스피싱을 당해 모아둔 돈 1,800만 원을 잃은 것이다. 사장님은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모앗던 목돈을 날리고 방황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옹심이집을 개업했다.

감자 옹심이를 만드는 일은 꽤나 고된 작업이었다. 1, 감자를 깎아 적당한 크기로 썰고, 2. 물에 약 12시간 동안 담가둔 후 강판 기계로 갈아내고, 3. 면포에 소분한 뒤 탈수기에 넣아 수분을 뺐다. 4. 그리고 각종 재료들과 함께 반죽하고 7분간 치댄다. 사장님은 거기다 칼국수와 수제비까지 직접 만들었다. 당연히 기성품을 쓰리라 생각했던 백종원은 "자기가 일을 버네. 저건 말도 안돼."라며 놀랐다.


"결론은, 여긴 맛집이다."

손님들은 제법 많았다. 중장년층의 성지라 불릴 정도였다. 손님들은 음식이 깔끔하면서 맛이 있다고 칭찬했고, 사장님이 상냥하고 정이 간다며 치켜세웠다. 손님들의 평가는 정확했다. 백종원은 상황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 감자 옹심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워버렸다. 자극적인 맛에 지쳐 있는 현대인에게 '힐링'이 될 맛이라고 극찬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맛집이 등장한 것이다.

그런데 언뜻 보기에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은데, 어째서 적자일까. 사장님은 가게가 좁다보니 잘 된느 날도 테이블 두 바퀴 돌면 끝이라 대답했다. 일 매출 10만 원도 나오지 않는 날이 수두룩했다. 그러다보니 일을 도와주는 누나의 월급도 챙겨주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감자옹심이집은 '맛'에 대한 솔루션보다 '운영'에 대한 솔루션이 절실해 보였다. 그 또한 백종원의 전문 분야가 아니던가.

지난 14일 방송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최악'과 '최고'를 비교해 보여줬다. (옛날통닭집은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으면서 자심감만 가득)한 부대찌개집과 음식으로 손님을 힐링시키는 맛집(이지만 운용의 묘를 찾지 못한) 감자옹심이집, 과연 백종원은 어떤 솔루션을 제시할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