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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유'에 몰입한 유재석, 목표 없어도 최고가 된 그의 비결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10. 2. 21:34


'됐고, 먼저 목표를 세워라!'

시중의 자기계발서들은 그리 말한다. 기왕이면 구체적으로 세울 것을 요구한다.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 체계화하면 더 좋고. 아,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목표를 세우는 걸 잊지 말란다. 그래서 스스로를 채찍질할 수 있으니까. 물론 성취감을 높이기 위해 쉽고 자잘한 목표들을 만들어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자기계발서 덕분에 '목표 세우기'는 성공을 위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다.

당연히 순기능도 있지만, 삶의 방식이 한 가지뿐일 리 없다. 좀 다르게 살아도 틀린 건 아닐게다. 고맙게도 '국민MC'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유재석이 그 신화에 작은 균열을 내주었다. 지난 9월 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은 '최정상에 오른 후에도 계속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원동력은 무엇이냐'는 수능 문과 만점자 민준홍의 질문에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사실.. 저는 목표가 없어요. 많이 실망하셨죠? (웃음) 어디까지 가야한다는 목표가 정해졌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에요. 그걸 회피하는 편이라서 따로 목표를 세우지 않아요. 그러나 무언가 나에게 맡겨지면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합니다."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한편, 통쾌하기도 했다. 애써 목표를 세우지 않는 사람도 최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줬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유재석은 "수능만점자인 두 분이 가끔은 나처럼 목표를 정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쉼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조언을 건넸다. 과연 두 사람은 유재석의 삶의 철학을 이해하고, 잠시나마 목표 없이 살 수 있을까.

기억이 날지 모르겠다. MBC <무한도전>이 종영을 향해 나아가고 있던 시절, 유재석의 얼굴은 사뭇 어두웠다. 웃어도 웃는 게 아닌듯 보였다. 어깨가 무거웠으리라. 그건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의 멍에를 짊어진 자의 운명이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그대로이고, 보여줄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높은 기준치를 감당하기 버거워 보였다. 압박감, 책임감, 부담감이 보였다.


사실 돌이켜 보면 너무 많은 목표들이 있었다. 스케일이 큰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매주마다 새로운 단기 프로젝트가 주어졌다. 어쩌면 숨막혔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전'이라는 명목 하에 너무 많은 고생을 시킨 건 아닐까. 그렇게 <무한도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유재석은 (김태호 PD와 함께) <놀면 뭐하니?>로 돌아왔다. 자, 무엇이 달라졌을까.


차이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건 <놀면 뭐하니?>는 유재석을 '현재'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계획을 세울 틈을 주지 않는다. (그건 김태호 PD의 몫이다.) 일단 현장에 투입하고, 그것이 무엇이 됐든 하게 만든다. 그 시작이 바로 '부캐 놀이'였다. 처음('유고스타')에는 남의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해하던 유재석이 이젠 어떠한가.

'유산슬'을 통해 맛을 들이기 시작한 유재석의 부캐 놀이는 린다G(이효리), 비룡(비)과 함께 했던 '유두래곤'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그리고 제작자 '지미유'가 된 유재석은 보다 적극성을 띠고 있다. 단발머리에 호랑이 셔츠로 한껏 멋을 내고 일수가방을 연상케 하는 클러치백을 옆구리에 찬 유재석을 보면 그가 얼마나 '지미유'라는 캐릭터에 몰입했는지 알 수 있다.


'지미유'는 (평소의 유재석과 달리) 기가 센 '환불원정대' 멤버들에게 쉽게 지지 않는다. 오히려 당랑권을 시전하며 대립구도까지 만들어낸다. 물론 안 그래도 센 '환불원정대'가 지나치게 도드라져 보이지 않도록 영리하게 작전을 쓴 것이겠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미유'를 연기하는 유재석이 그 상황들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김태호 PD가 연달아 '부캐 놀이'를 선보이는 까닭,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계속해서 유재석을 던지는 까닭은 분명하다. '현재'에 집중하는 유재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맡겨 놓으면 결국 최고의 결과물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를 믿기 때문이다. 과연 '목표 없는' 유재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일단 우리도 현재, 그러니까 '지미유'의 활약에 몰입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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