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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잔뜩 기대한 백종원의 헛웃음, 오랜 경력이 맛을 보증하진 않는다


흔히 같은 분야에서 10년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전문가'라 부른다. 그 숫자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지만, 대략 10년 정도면 전문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의미이리라. 워낙 직업적 안정성이 감소한 시대이기에 1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그 기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존중받아 마땅하다. 당사자들은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면 나이는 먹기 마련이고, 경력도 어영부영 늘어나는 법이다. 10년을 채우는 게 전부가 아니라 그 분야에서 '실질적인' 전문가가 됐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가령, 잘못된 방식으로 10년 동안 같은 일을 했다면 어떨까? 또, 효율적이지 않은 방법을 10년 내내 채택하고 있다면? 10년 동안 그 어떤 발전(과 그를 위한 노력)도 없다면 없다면?

지난 20일 방영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열아홉번째 솔루션 장소로 선정된 '평택역 뒷골목'을 찾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평택역 뒷골목은 휑하기 그지 없었다.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고, 당연히 손님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천하의 백종원도 땀을 뻘뻘 흘릴 만큼 상권이 죽어 있었다. 그나마 MC들의 마음을 놓이게 만든 건 솔루션을 받을 식당 사장님들의 '경력'이었다.

떡볶이집 사장님은 경력이 23년에 달했고, 스스로 음식을 잘한다고 자평했다. 수제돈까스집 사장님은 그보다 적은 14년이었지만, 결코 얕볼 수 없는 경력이었다. 할매국숫집 사장님은 요식업 경력이 무려 28년이나 됐다. 백반 한 상의 가격이 천 원 하던 시절(1985년)부터 요식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세 분의 사장님 모두 상당한 경력을 지니고 있어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와 달리) 전혀 딴판이었다. 떡볶이집 사장님이 그토록 자신만만했던 떡볶이는 대화를 나누던 손님들의 입을 다물게 할 만큼 맛이 없었다. 손님들은 차례차례 물을 떠 마시기 시작했다. 시식을 한 백종원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고, 자신이 평생 먹어 봤던 떡볶이 중 가장 맛없는 떡볶이라고 혹평했다. 아무런 특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 앞 분식집을 떠올렸다는 정인선은 '졸업하면 다시 안 올 거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제는 떡볶이만이 아니었다. 어묵 국물에선 군내가 났다. 육수를 계속 재활용한 탓이었다. 순대와 튀김은 기성품 일색이었다. 메뉴판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손님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애초에 물만 찾는 손님들의 반응을 살폈더라면 이토록 맛없는 떡볶이를 팔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수제돈까스집 사장님의 운영 방식은 더 주먹구구식이었다. 주방의 동선은 이중 구조로 돼 있어 완전히 비효율적이었다. 불편한 건 물론이고, 조리 시간도 훨씬 많이 걸렸다. 게다가 위생 관념도 부족해서 사용했던 비닐 장갑을 (여러 용도로) 교체하지 않은 채 하루종일 쓰는 듯 보였다. 게다가 14년이라는 경력이 무색할 만큼 조리 방법도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치즈 돈까스를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는데, 그러다 보니 손님들에게 주문을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까지 해야 했다. 일관성도 없어서 중간에 끼인 손님은 치즈 돈까스를 먹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또,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손님 응대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문을 받을 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 손님들을 당황하게 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문제가 많았다.


손님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건 할매국숫집도 마찬가지였다. 묘한(?) 관계의 딸과 나누는 대화는 잔뜩 날이 서 있어서 매장을 찾은 손님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사장님의 차갑고 사나운 말투와 구시렁구시렁 거리는 언어 습관은 손님들의 편안한 식사를 방해했다. 재료가 준비되지 않아 발길을 돌리는 손님에게도 미안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되려 얼른 나가라는 식이었다.

아무리 사장님이 연세가 많다고 하더라도 손님에 대한 기존적인 예의는 필요하다. 원주 미로시장의 칼국숫집 사장님의 상냥함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 할매국수집 사장님의 조리 스타일은 막무가내였는데, 육수 원액에 내키는 만큼의 물을 희석시켜 맛을 냈다. 매번 맛이 다른 건 당연했다. 문제는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국내산 좋은 재료를 썼지만, 맛은 기대를 밑돌았다.

경험은 대부분 큰 힘이 된다. 요식업에 있어 쌓이는 경력의 든든함은 훨씬 체감적이다. 그런데 오랜 경력은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더불어 '무뎌짐'도 선물한다. 떡볶이집 사장님은 자신의 떡볶이 맛을 객관화하는 그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고, 수제돈까스집 사장님은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파기름을 내는 백종원의 방식이 더 낫다는 걸 알면서도 귀찮아서 생략해 버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평택역 뒷골목 편을 통해 '오랜 경력'의 허상을 들여다 보고 있다. 단순히 오래 했다고 해서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단지경력이 많다고 해서 실력도 뛰어나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 끊임없는 노력과 발전이 뒤받침되지 않는다면 오랜 경력은 그저 허망한 시간의 축적일 뿐이다. 23년, 14년, 28년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그것이 저 사장님들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