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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자꾸 딴짓하는 '뭉쳐야 찬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건 '축구'다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라는 격언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능으로 치면 JTBC <뭉쳐야 찬다>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 한마디로 잘나간다는 말이다. 대한민국 스포츠 전설들을 섭외해 조기축구팀을 결성한다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방송 이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뭉쳐야 찬다>는 첫회 시청률 2.703%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이후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시청률은 전반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뭉쳐야 찬다>는 4회만에 시청률 3%를 돌파했고, 6회에선 4.351%를 기록하며 4%대 안착했다. 이같은 성공에 '예능 신생아' 허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유쾌한 입담을 발휘하며, '그거슨 아니지'와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뭉쳐야 찬다>가 자리를 잡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또, 이봉주, 여홍철 등 예상밖의 캐릭터들을 발견한 것도 프로그램의 동력이 됐다. 그러나 <뭉쳐야 찬다>의 가장 큰 재미는 역시 축구였다. 


한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전설들의 엉성한 축구 실력은 별다른 연출이 필요치 않은 예능 그 자체였다. 그들이 헛발질을 하고, 체력이 떨어져 헥헥대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어도 승부욕만큼은 그대로였던 스포츠 전설들은 다른 조기축구팀과의 경쟁 속에서 조금씩 발전하기 시작했다. 안전환 감독의 지휘 아래 '어쩌다FC'가 성장해 가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시청률 4%대에 폭발적인 화제성, 그러니까 물이 들어 온 상황이다. 제작진의 판단도 같았을 터, 이제 노를 저을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노를 젓는다'는 개념을 달리 받아들인 데 따른 혼선이라고 할까. 제작진은 뜬금없이 '마음 수련 프로젝트(9회)'를 계획하고, '어쩌다FC' 팀을 절로 데려갔다. 명상과 참선을 통해 화가 가득한 전설들의 마음을 다스려보자는 게 의도였다. 물론 맥락은 없었다. 


결국 방송의 대부분은 전설들이 침묵게임을 하며 벌칙을 주고받는 장면들과 긴장감 없는 족구 경기로 채워졌다. 도대체 왜 봐야하는지 이유를 찾기 힘들었던 침묵게임은 20분 동안 이어졌고, 족구 경기는 30분 가량 방송됐다. 방송 시간은 채워야 하는데 콘텐츠가 없다보니 벌어진 일이었다. 상당히 무성의하다고 느껴진 방송이었지만, 매번 축구 경기만 할 수 없으니 한번 정도의 '외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또, 휴가철이기도 하니까. 


그러나 10회는 더 실망스러웠다. <뭉쳐야 찬다> 제작진은 본질인 축구보다 곁가지인 예능적 재미를 찾는 데 집중하는 듯했다. 첫 유니폼 공개, 등번호 경매와 잡담을 늘어놓는 데만 50분 가량을 허비했다. 이만기의 생일 파티까지 느긋하게 방송됐다. 10회는 '연예계 메시'로 통하는 배우 최수종이 단장으로 있는 '일레븐FC'의 출연이 예고돼 있었던 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이 컸다. 시청률이이 4.639%까지 올라갔던 건 그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일레븐FC'가 출연한 후반 40분 가량의 방송 분량은 철 지난 토크쇼를 보는 듯 황망했다. 도대체 댄스 환영식을 왜 해야 했던 걸까. 한 명씩 무대로 나와 민망한 춤사위를 벌이는 장면들은 '옛날 예능'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뻔하고 식상하고, 지루하기까지 했다. 사실 <뭉쳐야 찬다> 9회와 10회는 잉여 방송에 가까웠다. 만약 <뭉쳐야 찬다>가 지금의 화제성을 누리고 있지 않다면 쉽게 방송될 수 없었던 내용이었다.


회가 거듭되면서 주가 됐던 축구가 점차 곁가지로 밀려나자 시청자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다음 주 방송에선 드디어 '일레븐FC'와 '어쩌다FC'의 축구 대결이 펼쳐질 예정이다. 3주 만에 축구 경기 장면이 방송되는 셈이다. 뜸을 들여도 너무 들였다는 인상이다. 매주 축구 경기를 내보낼 수 없다는 건 이해하지만, 안이한 연출과 편집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노를 저으려면 제대로 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