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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감독의 자진 사퇴, 김동광의 사퇴와는 사뭇 다른 느낌?

너의길을가라 2014. 2. 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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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가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다. 감독의 역량 차에 따라 경기 흐름의 80% 이상이 달라진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선수들의 능력이 없다면 작전이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야신(野神)으로 불리는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과 김시진 롯데 감독의 각기 다른 '감독론'은 비단 '야구'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최근 프로농구에 불어닥치고 있는 '자진 사퇴' 열풍(?)을 보면서 감독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게 됐다.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는 김시진 감독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하지만 어떤 선수를 출전시킬 것인지를 비롯해서 그 팀의 전술을 결정하는 권한은 감독에게 있다. 결국 선수들은 감독이 만든 틀 속에서 각자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감독의 눈밖에 나면 출전을 할 수 없다. 감독이 구상하는 전술에 맞지 않는 선수는 이적(移籍) 대상이 된다. 지난 시즌까지 EPL를 '씹어 먹었던' 후안 마타도 무리뉴 감독의 전술과 맞지 않았기에 결국 멘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되지 않았던가?

물론 반대의 케이스도 있을 수 있다. 압도적인 기량이나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가 있다면 감독은 그 선수를 활용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가령 원주 동부(당시 TG삼보)가 200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김주성을 지명한 뒤 김주성의 팀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그 선택권은 역시 감독에게 있다. 따라서 필자는 김성근 감독의 '감독론'에 한 표를 보태고 싶다. 


- <일간스포츠>에서 발췌 - 


우울한 설을 보내고 있을 동부 팬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이충희 감독이 결국 자진 사퇴했다. 동부 구단은 설 연휴 기간인 1일 이 감독의 자진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김동광 감독의 사퇴(1월 27일)가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윤호영의 복귀 이후에도 연패를 끊어내지 못하고 팀 최다 연패인 13연패의 수렁에 빠진 것이 결정적이었을까? 아마 두 가지 모두 직간접적인 압박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원주 종합 체육관에는 이충희 감독의 사퇴를 요구하는 팬들의 플래카드가 내걸렸었다. 


이충희 감독도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결국 그에겐 '감독'이란 자리가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2008~2009 시즌 오리온스의 감독으로 부임했던 그는 4승 22패라는 참혹한 성적을 뒤로 한 채 자진 사퇴를 했었다. 이번에도 12연패와 13연패를 기록하는 등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팬들의 질타를 받았고, 팀이 9승 31패(승률 0.225)로 꼴찌의 나락에 빠진 상황에서 결국 자진 사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마이데일리>에서 발췌 - 


선수의 부상이라는 악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김주성 선수가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됐던 것이 결정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또, 김주성 선수가 부상에서 회복하고, 윤호영 선수가 군 제대 이후 팀에 복귀할 때쯤 이승준 선수가 아킬레스건을 다치며 시즌 아웃됐다. 결국 100% 전력을 가동해보지도 못한 채 시즌을 치렀고, 그것이 시즌을 망친 주요한 이유라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외국인 선수 1순위로 영입한 허버트 힐의 태업 논란도 팀 분위기를 망치는 데 일조했다. 


이유를 늘어놓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다른 팀들이라고 내부적인 사정이 없을 리 없다. 결국 '서울을 사랑하는' 허버트 힐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한 것도 이충희 감독이고, 이미 고참의 대열에 들어선 김주성 선수를 거의 풀타임 기용하며 부상을 예방하지 못한 것도 이충희 감독이다. 그 책임을 지는 것은 감독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 <뉴스엔>에서 발췌 - 


악재 속 책임 다한 김동광 감독, 박수받아 마땅하다 <마이데일리>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김동광 감독의 경우, 자진 사퇴 이후 오히려 언론과 팬으로부터 '위로'를 듣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이는 지난 시즌 경희대의 빅3를 뽑기 위해 '고의 패배' 논란을 일으켰던 타팀들과는 달리 끝까지 최선을 다했던 김동광 감독에 대한 좋은 기억이 팬들의 머리 속에 강하게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코트에서 보여줬던 김 감독의 열정이 팬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도 하나의 큰 이유다.


과연 이충희 감독은 언론과 팬들로부터 김동광 감독이 받았던 '위로'를 들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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