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smile"
누군가의 위로가 절실한 까마득한 밤, 절망이 한가득 내려 앉아 한껏 웅크리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이 촘촘히 흘러간다. 그 와중에 라디오 DJ가 읽어주는 사연은 왜 그리도 내 이야기 같은지, 그 체념과 푸념, 아픔과 상실감이 왜 이토록 내 마음을 울리는지.. 숨죽여 라디오를 귀기울여 듣고 있던 당신은 아마도 이 노래가 흘러나오길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바로 이소라의 '신청곡' 말이다.
한순간에 귀를 사로잡는 노래들이 있는가 하면,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노래들이 있다. 그런 노래들은 시간이 한참 지나도 다시 찾아서 듣게 된다. 그러기 위해선 멜로디, 가사, 보컬 등 여러가지 요인들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복잡하게 얘기할 것 없이, 이소라의 노래들이 그렇다. 그 특유의 목소리와 감성은 이상하리만치 사람을 끌어들인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과 같은데, 질척이지 않고 끈적이지 않는 묘한 늪이다.
ⓒ 에르타알레
'신청곡'에서 이소라는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비탄에 젖은 목소리를 구사하지 않는다. 슬프지만 슬픔을 강조하지 않는다. 유연하게 흘러간다. 부드럽게 헤집고, 사뿐히 사라지는 식이다. 그럼에도 듣는 이의 마음을 보드랍게 감싸고, 끝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힘을 뺐으나 에너지가 가득하고, 감성은 살아있되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았다고 해야 할까? 이소라의 목소리는 슬픈 분위기의 노래가 그 이상 우울하지 않도록 지탱한다.
'신청곡'은 탄생부터 흥미로운 노래다. 주체들의 '조합'부터 굉장히 신선하다. 데뷔 '세대'가 완전히 다른 세 가수(이소라, 에픽하이의 타블로,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한자리에 모였다. 노래를 부른 이소라는 1990년대에 등장했고, 작사·작곡을 한 타블로는 2000년대에 (말 그대로) 튀어 나왔으며, 서정적인 멜로디 속에 매력적인 랩 가사를 쌓아올린 슈가는 2010년대 이후 방탄소년단(BTS)으로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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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세대와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가수이지만, 하나의 노래 속에 각자의 개성과 그들이 팬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들을 잘 녹여냈다. 대중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현재까지도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22일 오후 6시 발매 직후 4시간 여 만에 멜론, 지니뮤직, 엠넷, 올레뮤직, 벅스, 소리바다 등 국내 주요 실시간 음원 차트 1위를 휩쓸었다. 그리고 일주일 가까이 피라미드의 꼭대기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신청곡'의 인기가 국내를 넘어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는 점이다. '신청곡'은 브라질, 멕시코, 스웨덴, 홍콩, 대만, 태국 등 44개 국가 및 지역의 아이튠즈 톱 200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30일에는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판매 차트(World Digital Song Sales chart) 2위를 기록 중이다. '신청곡'의 전세계적 인기는 두말할 것 없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방탄소년단의 슈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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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누군가에겐
봄 누군가에게는 겨울
누군가에겐 끝 누군가에게는 처음
난 누군가에겐 행복 누군가에겐 넋
누군가에겐 자장가이자
때때로는 소음
이소라, 타블로, 방탄소년단의 합작품인 '신청곡'을 들으면서 (대중)문화의 힘은 '융합'과 '통섭'에서 나온다는 걸 절실히 느낀다. 또, 그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기에 음악만 한 게 없다는 것도 새삼 깨닫는다. '신청곡'만 해도 음악적 성향이나 색채, 스타일 무엇보다 세대가 확연히 다른 세 아티스트가 만나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끌어낸 케이스가 아닌가. 그 결과물의 높은 성취와 대중의 호응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 모르겠다.
대중 문화를 향유하는 데 '나이'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럼에도 그들의 팬층은 확연히 갈릴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역량 있는 합작품은 그 다양한 팬층을 한 데 모으는 역할을 한다. 더 거대한 합집합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는 '신청곡', 아무래도 이 노래를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두고두고 음미하게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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