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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카이와 제니.. '디스패치'의 신년행사, 이대로 괜찮을까?

너의길을가라 2019. 1. 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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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패치' 홈페이지에서 캡처-


"‘엑소’ 카이(24)가 사랑에 빠졌다. 상대는 ‘블랙핑크’ 제니(22). SM과 YG의 대표 그룹 멤버는, 현재 열애 중이다." ('디스패치')


온라인 연예 매체 '디스패치'는 올해도 어김없이 1월 1일 아침 댓바람부터 '열애설'을 터뜨렸다. 2013년부터 시작된 '디스패치'만의 '전통'이다. 2017년 탄핵 정국을 제외하면 매년 그래 왔다. 마치 연예계의 신년행사처럼 인식될 정도다. 대중들은 연말만 되면 '디스패치'가 새해 1월 1일에 누구의 열애설을 터뜨릴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디스패치'가 훈련시키고, 대중들은 길들여졌다. 그런데 이런 보도 행태에 문제는 없는 걸까? 


2013년 김태희와 비(정지훈)을 시작으로, 2014년에는 이승기와 소녀시대의 윤아, 2015년에는 이정재와 대상그룹 상무(현재 전무) 임세령, 2016년에는 EXID의 하니와 JYJ의 준수, 2018년 빅뱅의 지드래곤 이주연이 '디스패치'의 타깃이 돼 '희생'됐다. 그리고 2019년 '디스패치'의 사냥감'이 된 건, 엑소의 카이와 블랙핑크의 제니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7년에는 탄핵 정국의 혼란 속에 '디스패치'도 한 해 쉬어갔다. 


기사 속의 '2019년 1월 1일 1호 커플은, 카이와 제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디스패치'가 이 신년행사에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디스패치'는 두 사람의 열애설을 파헤치기 위해 어떤 취재 방법을 채택했을까? 대중들이 "취재력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감탄을 마지 않는 '디스패치'의 그 취재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고상한 말을 찾을 필요도 없고, 둘러 말할 이유도 없다. 간단히 말해 그건 '뒷조사'다. 



'디스패치' 소속 기자들은 카이와 제니의 뒤를 캤다. SNS를 야무지게 뒤져 가며 '증거'들을 확보했고, 그들의 야밤 데이트를 포착하게 위해 몰래 공원까지 쫓아갔다. 그뿐인가? 자택 지하 주차장까지 카메라를 들이댔다. 소름이 쫙 돋는다. 언론인으로서 대단한 목적의식을 갖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무장한 '디스패치'는 은밀하고 치밀하게 사냥감의 행적을 뒤쫓았다. 고작 '너네 사귀잖아, 맞지? 우리 말이 맞지?'라고 말하기 위해서! 


이러한 '디스패치'의 파파라치식 취재 행태는 문제가 있다. 그것도 매우 심각하다. 명백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 물론 카이와 제니는 연예인이고 유명인이다. 직업적 특성상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을 일정부분 감내해야 한다. 그러나 취재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파파라치식 사생활 침해까지 참아야 할 이유는 없다. 그들은 공인(公人)이 아니다. 무엇보다 '디스패치'의 행위가 '국민의 알 권리' 즉, 공익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다행스러운 건 '디스패치'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점차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디스패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디스패치는 사생활 침해 집단"이라며 “연예인들은 인권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연예인이기 전에 한 사람인데 디스패치는 그것을 무시하고 사생활 침해를 계속한다”며 폐간을 요구했다. 물론 청와대가 응답을 할리 없겠지만, 이러한 목소리 자체는 반가운 일이다. 



'디스패치'는 연예인에 향한 대중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한다. 특히 '열애설'과 같은 개인적이고 민감한 사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디스패치'는 그런 은밀한 사안들을 폭로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증명해 왔다. 대중들은 '빼박'인 증거들을 제시하는 '디스패치'에 신뢰를 보내며 환호했다. 그런데 '디스패치'는 대중들과 자신의 관계를 '공생 관계'라고 여기고 있는 걸까? 


답은 명백하다. 지금의 '디스패치'는 대중들의 관음증과 은밀한 욕망에 기생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물론 '디스패치'를 이렇게나 거대하게 키운 건 애석하게도 우리들(의 굴절된 호기심과 욕망)이다. 올해도 우리는 '디스패치'가 저지르는 사생활 침해를 은근히(혹은 대놓고) 기다렸고, 그들의 폭로를 열광적으로 클릭했다. 그리고 감탄했고, 우스갯소리를 나눴다. 또, 그 폭로를 입과 손가락을 통해 이곳저곳에 전해 날랐다. 


온통 2019년 새해가 밝았다고 난리다. 헌것은 가고 새것이 왔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새해의 시작과 함께 하는 일이 고작 '디스패치'의 폭로에 열광하는 것이라면 너무 헛헛하지 않은가? 달라진 건 없다. '디스패치'는 여전히 연예인을 몰래 사찰(伺察)할 것이고, 그들이 내놓는 '열애설'은 어김없이 조회수 1위를 찍을 것이다. '디스패치'를 키워낸 우리가 먼저 반성하고 달라지지 않는다면, '디스패치'의 신년행사는 2020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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