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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백종원의 골목식당', 시청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9. 1. 1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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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못 보겠다."


굳은 얼굴의 백종원은 나지막히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마음인지 알 것 같았다. 결국 (방송상으로는) 첫 번째 솔루션 포기가 나왔다. 초유의 사태였다. 그 주인공은 피자집 사장님이었다. 그는 첫 번째 시식 미션에서 최악의 평가를 받았지만, 계속해서 장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끝에 한번의 기회를 더 부여받았다. 백종원은 두 번째 시식 미션을 제시했다. 20명의 시식단 가운데 절반 이상의 마음을 사로잡으라는 것이었다.


기적적인 반전은 없었다.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2주라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지만, 준비는 턱없이 미흡했다.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소 나아졌지만, 장사의 기본과 요령이 없는 그에게 이 상황은 역부족이었다. 미리 삶아둔 면은 식어버려 국물을 부어도 미지근했다. 닭칼국수에 대한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잠발라야에 대한 평가는 더 냉혹했다. 대형 냄비 속의 까맣게 타버린 밥이 모든 걸 증명했다. 그는 테이블 세팅을 해둘 여유조차 없었다. 


시식단 20명 전원이 재방문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약속은 약속이었다. 백종원은 "전형적으로 식당을 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면서 뜻을 접었다.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던 그의 말에 안타까움이 잔뜩 배어 있었다. 방송에 출연해 건진 것도 없이 욕만 잔뜩 먹은 출연자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인생의 교훈을 얻었을 수는 있겠지만, 원래 그건 '덤' 아니었던가. 



"이런 기회를 얻는 게 정말 힘들잖아요. 어려운 기회가 찾아왔는데, 제가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고. 너무 이른 시기에 행운이 찾아왔던 것 같아요. 좋은 경험이었고, 많은 공부가 됐던 것 같아요."


솔직히 미안한 마음도 있다. 편의상 피자집 사장님을 '빌런'이라 불렀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에게 어떤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단지, 장사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부족했고, 절박함이 없을 뿐이다. 그 태도가 냉면집 사장님과 버거집 사장님의 절실함, 장인정신과 비교되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비난을 초래했다. 실제로 그는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다니는 선량한 시민일 따름이다. 자신의 본업에 불성실했을 따름이다. 


물론 방송에 출연하기로 결심했다면 일정한 책임감을 갖고 상황에 맞는 행동들을 취했어야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미흡함은 지적받아야 마땅하지만, 도를 넘어선 인격적인 비난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피자집 사장님의 말처럼 '너무 이른 시기에 행운이 찾아왔던 것'뿐이다. 절실하지 못했던 지금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살아가면서 훨씬 더 많은 노고를 통해 짊어지게 될 것이다. 후회 역시 그의 몫이다. 



"이후 백 대표와 사장님은 장사의 방향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청파동 편은 전체적으로 아쉬웠다. 점점 자극적으로 치닫는 흐름이나 출연자들의 신상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들이 몰입을 방해했다. 제작진도 이를 의심했는지 허겁지겁 마무리 지었다. 가장 큰 논란에 휩싸였던 고로케집을 어영부영 넘긴 티가 역력했다. 물론 제작진이 언론을 통해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해명하긴 했지만, 방송을 통해 좀더 명확한 입장을 밝히리라 기대했던 시청자들로선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9일 방송에선 아예 통편집 됐고, 16일 방송에선 시식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고로케집 사장님의 모습과 함께 그의 분량이 짤막하게 편집됐다. 고로케집 사장님도, 제작진도 더 이상 방송을 내보내기 부담스러웠을 거라 짐작한다. 그러나 제작진이 "고로케집은 예정대로 다음주에 나올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확실히 매듭을 지었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마도 그 매듭은 제작진 측의 사과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책임은 제작진에게 귀결되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입장에서 출연자들을 지켜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고 말한다면, 어째서 "여론과 상관없는 결정"인 솔루션 실패를 방송에 공개한 것일까. 제작진의 설명대로라면 "청파동 편이 최초는 아니"고, "방송 이후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인데, 이번에는 왜 다른 선택을 했던 것일까? 저들의 일상은 상관없단 뜻일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청파동 편은 냉면집 사장님(과 버거집 사장님)의 뜨거운 눈물이 없었다면 건질 것 없는 최악의 방송이 될 뻔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중요한 변곡점이 되리라 생각한다. 제작진도 이번 기회를 통해 프로그램의 사회적 영향력을 뼈저리게 실감했을 테고, 자신들의 선의가 골목상권 부활이라는 긍정적 요소뿐만 아니라 생태계 교란이라는 부정적 요소도 지닌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했을 것이다. 


앞으로는 좀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체크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가게일 줄 몰랐다'는 변명은 허용될 수 없다. 제작 기간이 촉박하다면 차라리 시즌제로 돌리는 것도 방법이다. 그 다음엔 편집에도 좀더 신중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이렇게 큰 비난을 받을지 몰랐다'는 말은 무책임하게 들린다. '선수'가 할 소리는 아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처음의 취지를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할 시기다. 


"남을 상대하는 일을 할 때는 내 눈높이에서 보면 안돼요. 되게 위험한 짓이에요. 내 눈높이에서 누굴 평가하고, 내 눈높이에서 뭘 받아들이는 건 되게 위험한 짓이에요." 치자집 사장님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백종원의 조언은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에게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단단히 화가 난 상태다. 신뢰는 이미 깨졌다. 그러나 기회는 있을 것이다. 얼마나 신실하게 다가가느냐, 결국 제작진에게 달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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