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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묻는 입

우경화와 역사 전쟁, 역사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는다



- <연합뉴스>에서 발췌 -



이번 글에서는 일본 국회의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건과 더불어 일본의 우경화에 대해 간단히 짚어보고자 합니다.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데, 지난주는 일본 때문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죠? 뉴스와 더불어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본 의원 168명 ‘야스쿠니’ 집단 참배 강행 <한겨레>



지난 23일, 일본 국회의원 168명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습니다. 최근 참배 인원이 30~80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참가 인원이 크게 늘어난 셈입니다. 아무래도 일본의 우경화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과 일본유신회 소속 의원들이 많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즉각 반발했고, 중국 정부도 일본 정부를 질타했습니다. 중국의 관영지 환구시보는 "일본은 확실히 동아시아의 트러블 메이커이자 도발자"라며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아베, 이번엔 각료 야스쿠니 참배 `정당화' <연합뉴스>



이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국가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영령에 대해 존경과 숭배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정당화했습니다. 게다가 한발 더 나아가서, "침략이라는 정의는 정해진 것이 없으며 국가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면서 과거의 침략 사실조차도 부정하는 듯한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이와 같은 강경한 발언으로 동아시아 정세는 또 다시 급격히 얼어붙었습니다. 그야말로 감정 대 감정의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일본의 우경화는 본격적인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의 등장을 꼽을 수 있겠죠. 또,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 도지사의 존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우익적 성향이 짙은 이들은 지난해 말 합당을 결정합니다. 하시모토의 일본유신회와 이시하라의 태양당이 '우익 연합'을 결성한 셈이죠. 게다가 자민당의 재접권까지.. 일본의 우경화는 사실상 브레이크 없이 진행되어 왔습니다. 결국 이들은 '평화헌법'에까지 손을 대려고 하고 있죠. 일각에서는 '아베 내각의 과거사 역주행'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선을 동아시아 전체로 확장시키면, 우경화의 문제는 단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대한민국도 차츰 우경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합니다. MB - GH 로 이어지는 정권의 흐름이 단적이 예라고 할 수 있겠죠.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토 문제, 역사 문제에 있어서 일본보다 낫다고 할 수 없습니다. 동아시아의 세 나라의 정부는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서 역사와 영토 문제에 있어 지속적으로 도발을 감행할 겁니다. 자국 내의 문제를 덮기에 그보다 좋은 아이템은 없겠죠. 그리고 민족의식을 자극하고, 시민들을 국가화시키는 작업을 계속할 겁니다. 시민들이 살아있는 각각의 주체로서 이성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없도록 말이죠. 감정적인 대응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역시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마땅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역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사죄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여겨집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불가능'해질 겁니다. 서경식 와세다 대학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일본에서 최근에 정권을 잡았다가 실패한 노다나 간 나오토는 모두 1세 정치가입니다. 하지만 지금 야당 입장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고 있는 자민당 리더들은 전부 2세나 3세죠. 즉 아버지 세대에 전후 일본을 보수파로서 경험한, 패전이라는 국면을 온몸으로 체험한 보수층의 자식, 손주입니다. 이렇게 세대가 거듭될수록 인간의 사고방식은 합리적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요. 물론 그들의 아버나 할아버지 세대가 모두 자유주의적이었거나 민주적이었던 것은 아니지요. 그러나 그들은 졌다는 것을, 분하지만 받아들인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그 후손들은 그런 패배의 경험은 없이, 개념으로서의 국가주의를 계속 지녀온 데다, 그 개념 안에서 굴욕감을 비대화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일본과 마찬가지로 중국이나 한국에 있는, 식민지나 전쟁 경험이 없는 2세, 3세들의 반식민지 의식, 반제국주의 의식이라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현실의 역할 관계 안에서 만족할 수 없어도 타협해야 한다는 사고를 생략해버리는 의식구조로 이어질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젊었을 때 귀가 아프도록 들은 '역사 문제는 다음 세대가 해결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화해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라는 상투어는 거짓말에 지나지 않습니다.



-『후쿠시마 이후의 삶』, p.181-182 (서경식) -



'역사 문제는 다음 세대가 해결할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화해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쉽게 내뱉는 말이죠. 과연 그런가요? 지금의 한일 관계, 동아시아 각국의 관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죠. '역사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다음 세대가 해결하겠지,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아. 시간이 더 지나고 희석이 되면 풀리겠지' 라고 미루고 미뤄왔던 것이 지금이 이른 것 아닌가요? 모든 문제는 당사자들이 살아 있을 때, 직접 푸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가해자들이 미처 풀어내지 못했다면, 그 바로 다음 세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해야 하는 것이겠죠. 자랑스러운 유산도 아닌데, 이 문제를 왜 후손들에게 계속해서 물려주어야 하는 것일까요? 


결국 우리는 평화를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물론 진정으로 평화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동아시아의 3국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공동체입니다. 장차 하나의 경제 블록을 형성해서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도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가로막는 역사 문제, 영토 문제를 풀어나갈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참아낼 인내가 요구됩니다. 각국의 정상들이 책임지고 풀어야 할 숙제인 셈이죠. 더 이상 미루기만 해선 안 됩니다. 시간은 적어도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해답이 아닙니다. 정부의 노력 못지 않게, 각국의 시민들도 자성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하겠죠. 동아시아에 평화를 정착시킬 방안들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감정적 대립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일부 몰지각한 극우 세력의 도발에 코웃음으로 가볍게 대응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시민이 '다수'가 되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