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예수천국 불신지옥'과 정치가 만났을 때

너의길을가라 2013. 5. 2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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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지하철이나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에는 어김없이 이들이 나타난다. 비단 이러한 방식의 '전도'는 개신교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도를 아십니까?' 혹은 '인상이 참 좋아요' 라는 인사로 접근하는 이상한 종교도 있고, 여호와의 증인을 비롯해 수많은 종교들이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친다.

 

이쯤되면 알 것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 특정 종교만의 외침이 아니라 이 시대의 레토릭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레토릭을 간단히 정의하면, 특정한 사안에 대해 과격할 정도로 교조적인 입장을 취하는 태도, 혹은 자신의 생각을 절대화시켜 상대방을 무차별적으로 설득시키려고 하는 공격적 태도 쯤이 될 것이다.

 

'믿음'은 자유다. 필자는 그들의 '믿음'을 존중한다. 그들이 '무엇'을 믿든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다. 그것이 옳은 것이든 그른 것이든 무관하게 말이다. 다만, 그들이 자신들의 믿음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피해를 입히게 된다면 그것은 '자유'의 영역에서 벗어난다. 물론 눈살을 찌푸리는 정도 만으로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1인 시위라든지, 각종 집회 등도 문제 삼을 수밖에 없게 된다.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낡고 고루한 전도 방식, 그릇되고 왜곡된 전도 방식은 결국 '본질'을 망치게 된다. 만약 그의 '믿음'이 옳은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신이 실존한다고 했을 때, 그가 신을 전달하는 방식은 사람들에게 매우 큰 불쾌감을 준다. 차라리 그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지 않았을 경우보다 더욱 부정적인 감정들과 판단을 심어주게 된 셈이다. 과연 그것을 '신'이 원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감지했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 방식을 바꿔야만 한다. (물론 이러한 전도 방식을 취하는 종교인은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다. 문제는 항상 '일부'가 '전체'를 대변해버리는 이상한 현실이지만..)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종교의 영역에 국한된 문제일까?

 

 

이쯤에서 생각해봐야 할 지점이 있다. 과연 '예수천국 불신지옥'은 종교의 영역에 국한된 문제일까? 필자는 이러한 불쾌감을 정치의 영역에서도 쉽게 발견한다. 새누리당은 '새누리천국 민주지옥'을 외치고 있고, 민주당은 '민주천국 새누리지옥'을 외치고 있는 것 아닌가? 서로를 부정하고, 국한 대립의 국면에서 도대체 어떤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이것이 비단 '정치인'들만의 문제일까? SNS를 비롯한 인터넷만 봐도 그렇다. 아고라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글들, 그 글에 달리는 댓글들을 살펴보자.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안겨주기 위한 것일까? 이들은 이런 댓글을 달면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번에는 심각한 수준의 '도배 댓글'들이다. 물론 선량한 뜻을 가진 분의 댓글도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추천할 만한 것이 못 된다. 온갖 글에 똑같은 댓글로 도배하는 것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 일으킨다. 아무리 옳은 말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본질'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식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선량한 뜻'이 훼손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격앙되고 과격한 표현들, 심지어는 욕설에 인신공격 등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법들로는 그 어떤 '소통'도 이끌어낼 수 없다. 서로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겠는가?

 

정치적으로 '친노'를 지지할 수도 있고, '안철수'를 지지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것만큼은 반대하고 싶지만, 어쨌든 각자 자신의 판단에 따라 정한 입장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 존중을 바탕으로 대화와 토론가 이뤄져야만 더 나은 단계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폐족'이라든지, '간철수'라든지, '똥누리'라든지.. 이런 말들로 서로를 인신공격하는 수준이 아닌가?  

 

 

 

묻고 싶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일부 몰지각한 종교인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기억이 있는가? 그들이 한심하고 답답하다고 느낀 적이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토록 어리석어 보였던 그들이 모습에, '내'가 오버랩되진 않는가? 나만 옳고, 내 생각만 옳다고 주장하고 있진 않은가? 상대방의 생각은 들어볼 생각도 하지 않고, 기존에 갖고 있는 편견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진 않은가? 우리 편이 되면 살고, 그 반대편에 서면 '응징'해야 할 대상쯤으로 여기고 있진 않은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오히려 '신'으로부터 사람들을 쫓아내고 있는 저 어리석은 종교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을 몰아내고 있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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