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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최전선 <거기가 어딘데?>, 사막으로 떠난 탐험대

너의길을가라 2018. 6. 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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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 이렇게 많이 죽는 얘기 듣는 건 처음이야.” 

"혹시 4명 중 1명이 죽었으면 하는 건 아니죠?”


치열한 자기 혁신으로 끝없는 도전에 나서고 있는 예능의 다음 타킷은 '탐험'이었다. 오만의 아라비아 사막으로 첫 번째 탐험을 떠날 '제1 대 연예인 탐험대'가 결성됐고, '이상하게 엮인' 멤버들은 탐험에 앞선 브리핑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자신들이 사막으로 떠난다는 현실을 재확인한 멤버들은 그 상황에 또 한번 놀랐다. 웃음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그건 헛웃음에 가까웠다. 


유호진 PD는 태연하게 사막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을 그리 차분히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럴수록 급 결성된 탐험대의 얼굴엔 당혹과 긴장이 드리워졌다. 차태현은 긴장을 풀어 보기 위해 애써 웃음을 지었고, 조세호는 특유의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 순간을 즐기고 있단 여행광 지진희의 얼굴에도 걱정이 엿보였다. 배정남은 진지한 표정으로 질문 폭탄을 던졌다.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니었다. 사막이라..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 태양과 모래, 뜨거운 바람 외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사막이라는 곳에 대해 알면 알수록 힘이 빠졌다. 그곳을 우리가 횡단해야 한다니! 게다가 전문가가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4명의 탐험대가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야 했다. 탐험이라는 말은 두근거리고 매력적이었지만, '내가?'라는 반문을 하게 됐다.


지난 1일 KBS2 <거기가 어딘데?>가 첫 방송됐다. KBS2 <1박 2일>을 연출한 유호진 PD의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고, '탐험'이라는 분야를 예능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사실상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포맷인지라 '재미'라고 하는 예능의 본질을 어떻게 끄집어낼지 우려가 많았지만, 적어도 첫회만큼은 예능으로서 합격점이었다. 금요일 저녁 11시, 늦은 시각임에도 시청률은 3.2%로 괜찮은 편이었다.


한편, SBS <정글의 법칙>과의 차별화도 관건이었다. <정글의 법칙>이 오지에서의 생존에 무게를 둔다면, <거기가 어딘데?>는 탐험이라고 하는 콘셉트에 좀더 무게를 뒀다. 물론 그 탐험이라는 것도 크게 본다면 생존의 범위 안에 들겠지만, <거기가 어딘데?>가 '걷기'라고 하는 행위에 방점이 있다는 점은 확실한 차별점이다. 또, 사막이라는 공간이 주는 황량함과 적막함이 프로그램을 훨씬 더 담백하게 만들었다.



유호진 PD의 영리함은 적절한 캐스팅과 첫회부터 각자의 캐릭터를 잡아가는 데서 나타났다. 먼저 '수찬 아빠' 차태현을 중심으로 멤버를 구성했는데, 이는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다. 스태프들과 친분이 두텁고, 시청자들의 절대적 호감을 받고 있는 차태현은 프로그램에 안정감을 줬다. <거기가 어딘데?>를 친숙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또, 예능 초보인 지진희가 빠르게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MBC <무한도전>의 멤버로 활약하는 등 '예능 치트키'로 자리잡은 조세호는 프로그램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예능이라는 시스템에 익숙한 차태현과 조세호는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여기에 뉴 페이스라 할 수 있는 지진희는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며 신성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결정도 빠르고 번복도 빠른 남다른 리더십을 발휘했고, 예능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그의 존재감은 신의 한수라 할 만큼 결정적이었다.


열정으로 가득 찬 배정남은 돌발적인 웃음을 선사했다. 식량 담당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음식을 잔뜩 준비해 오며 사막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림'들을 연출할 예정이다. 이렇듯 4명의 탐험대원들은 저마다 특색있는 개성으로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유 PD는 첫 회에서 큰 욕심을 내기보다 캐릭터를 만드는 데 주력하며 시청자들과 호흡했다. 영민한 연출이 아닐 수 없다.



<거기가 어딘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1박 2일>의 친근함과 <무한도전>의 기획력이 합쳐진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유호진 PD는 예능의 성공 공식을 체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기획력이 뛰어나도 친근함이 빠지면 시청자들은 낯설어 하게 되고, 친근함만으로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없다. 결국 앞으로의 예능은 <1박 2일>과 <무한도전>의 교집합 형태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본격적인 사막 탐험을 위한 준비단계를 끝낸 <거기가 어딘데?>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인간의 손을 타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자연인 사막은 우리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까. 걷기에 최악의 조건인 사막이라는 환경을 맞닥뜨린 인간은 어떤 대답을 하게 될까. 적어도 <거기가 어딘데?>는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여기는 예능의 최전선이라고. 실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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