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역대급 시어머니 등장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계

너의길을가라 2018. 8. 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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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너는 여기다가 직접 씻지 말라고 예전에 한 번 한 적 있는데.."


갑작스러운 시어머니의 방문. 회사에 나가있던 며느리는 급히 귀가해야 했다. 하던 일을 모두 미뤄둔 채 말이다. 그리고 오자마자 밥을 짓기 시작한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시어머니는 일터에서 부랴부랴 집으로 달려온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쏟아붓기 시작한다. 다른 그릇이 아니라 전기밥솥의 솥에 쌀을 씻는 며느리가 못마땅한 것이다. 제발 좀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걸까?


"장난감 가지고 가지고 놀아. 이제 그만! 야, 윤우야. 내 아들 그만 괴롭혀. 이 시키야! 왜 하니마니? 현준이는 내 아들이야!"


할머니들은 대체로 손주를 이뻐하기 마련인데, 이번 케이스는 좀 다르다. 아들이 손주와 몸을 써서 놀아주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시어머니의 표정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심기가 매우 불편해 보인다. 결국 손주에게 소리를 지르고야 만다. "내 아들 그만 괴렵혀. 이 시키야!" 손주보다 아들이 더 사랑스럽다는 시어머니. 이런 모습을 그저 솔직하다고 해야 할까?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역대급 시어머니가 등장했다. 지난 7회에는 V.O.S 최현준과 CEO 겸 피팅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신소이 부부가 새롭게 출연했다. 두 부부는 알콩달콩 예쁘게 살아가고 있었다. 정기적인 일이 없는 상태인 최현준은 아내의 출근길을 지하 주차장까지 따라가 배웅했고, 간단한 집안일을 도맡아 해결했다. 아들의 유치원 하원까지 책임지는 아빠였다. 신소이도 자신의 회사를 경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들에겐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시어머니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시어머니가 집에 들이닥치자마자 최현준-신소이 부부는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상에 집중하지 못한 채 '시어머니의 방문'이라는 사건에 이리저리 휘둘려야 했다. 이는 단지 이들 부부만 겪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가 익히 봐왔던 것처럼, 김재욱-박세미 부부나 민지영-김형균 부부도 똑같이 겪었던 일이었다. 


가장 현명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역시 '간섭하지 않는 것'이다. 결혼 후 일가(一家)를 이룬 아들과 며느리를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내 아들'이라고 할지라도 결혼을 한 후라면 며느리의 '남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가급적 연락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러니까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만약 아들의 집을 방문하고 싶다면 약속을 정하는 건 기본이고, 며느리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야 한다. 아무리 아들의 집이라고 하더라도, 그곳은 며느리의 집이기도 하다. 당연히 며느리의 입장과 사정을 고려하는 게 마땅하다. 최소한 신소이처럼 일터에서 급히 돌아와 시어머니를 위해 밥을 하게 만드는 최악의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한편, 이번 회를 통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뚜렷한 한계가 감지됐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기본적인 성격은 '고발'이었다. 결혼을 하고 난 후, '며느리'라는 역할을 부여받은 여성들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한 적나라한 폭로였다. 그건 부당했고, 불합리했고, 부조리했다. 그럼에도 가부장제의 거대한 카르텔은 그 시스템을 공고히 유지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고부 갈등이라는 착취 체제를 만들어내면서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이와 같은 고발을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방송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손을 내밀었다. 제작진의 의도는 뚜렷했다. 그러나 최근 방송을 보면, 어떤 솔루션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저 게으른 고발과 안이한 관찰로만 일관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고발'의 수위는 점차 세질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올라가기 마련이다. 


달라지는 게 있어야 한다. 김재욱이 고구마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반갑지만, 그러한 변화의 조짐이 시부모들에게도 똑같이 발견돼야 한다. 쌍방의 노력 없이 일방이 아무리 애를 쓴들 무엇이 달리지겠는가.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제작진은 좀더 신중하면서도 진취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갈 필요가 있다. 이러다간 정말 이상한 프로그램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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