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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싫다는 9살 금쪽이, 오은영은 그 이유를 꿰뚫어 봤다

너의길을가라 2020. 12. 2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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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 등장한 금쪽이는 9살 남자아이였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받고 자란 금쪽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또, 자연을 좋아해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봤고, 만화 그리기가 취미라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했다. 평소 독서량이 많아서 사용하는 어휘들도 고급스러웠다. 그런데 스튜디오에 출연한 엄마, 아빠의 얼굴은 어둡기 그지 없었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요." (아빠)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잘 모르겠어요." (엄마)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엄마는 벼랑 끝에 선 느낌이라며 이게 마지막 기회라는 마음이라고 털어놓았다. 도대체 얼마나 힘들길래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 아빠는 금쪽이가 보통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자랐으면 좋겠다고 했다. 특출나게 튀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일단 상황이 제법 심각하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우선 금쪽이의 일상을 들여다 보도록 하자.

학교에 간 금쪽이는 수업에 도통 집중하지 못했다. 바른 자세로 수업을 듣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의자에 거의 누운 자세로 앉아 있었다. 급기야 책상 밑으로 들어가 바닥에 누워버렸다. 단순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걸까, 아니면 장난 비슷한 행동을 하는 걸까. 금쪽이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가온 선생님에게 "학교가 싫어."라고 말했다. 굉장히 힘겨워 보였다.

쉬는 시간에 친구가 다가와도 금쪽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스트레스 받는 게 뭐냐는 질문에 학교에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대답했다. 친구가 다가오는 것도 귀찮다며 불편해 했다. 금쪽이의 반응에 상처받은 친구는 씁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금쪽이는 좀처럼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금쪽이는 왜 이런 행동을 보이는 걸까.

다시 수업이 시작됐고, 안전교육 영상이 나오자 금쪽이는 귀를 틀어막으며 괴로워하더니 다시 책상 밑에 누워버렸다. 선생님은 죽을 것 같다는 금쪽이를 데리고 나가 진정할 수 있게 도왔다. 혼자 남은 금쪽이는 문에 머리를 받고 몸을 부딪치며 괴로움을 표현했다. 선생님과 금쪽이에 대해 면담을 하기 위해 학교를 찾아갔던 엄마는 다시 한번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금쪽이가 수업 중 제출한 과제물에는 선생님을 향한 공격성을 드러내는 단어들이 가득했고, 입에 담을 수 없는 거친 말들이 잔뜩 적혀 있었다. 또, 메모장에는 친구들을 향한 욕설이 가득했다. 선생니또 금쪽이 같은 케이스는 처음이라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가 이상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처음에는 어리니까 가능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점점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사랑으로 지도하면 될 거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이젠 심적으로 지쳐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됐다고 고백했다. 방법을 알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었다. 올해 와서는 "나는 얘를 못 키우겠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됐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언제까지 이럴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엄마의 절박함이 충분히 이해됐다.

"가장 걱정되는 게 선생님의 지시를 전혀 따르지 않고, 또래한테 계속 적대심을 가지고 있거든요. 불만족스러우면 행동이 폭력적이에요. 가장 심했던 건 연필로 상처를 입혔었어요. 그 원인들이 담임 선생님들이 보셨을 때 그럴 만한 일은 아닌데 의아한 상황에서 폭력성이 나온다고.." (엄마)

엄마는 오은영 박사에게 금쪽이가 단체 생활을 하다보면 흔히 있는 일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며 공격성을 표출한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가령, '그 친구가 나를 기분 나쁘게 쳐다봤어.', '내가 블록 놀이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와서 불편하게 했어.'라는 식으로 거부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얼마 전에는 연필로 친구를 찔러 상처를 입힌 적이 있다고 했다. 과연 금쪽이는 공격적인 아이일까.

오은영은 엄마, 아빠가 얼마나 힘든 기로에 서 있는지 이해한다면서도 금쪽이를 너무 사랑하게 때문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힘을 불어넣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반복 수행 학습에 어려움을 보이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금쪽이는 해야 할 일은 싫어도 하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토록 싫은 학교에 꾸역꾸역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 느낌 나는 거 다 싫어." (금쪽이)

한편, 금쪽이의 또 다른 문제가 발견됐다. 여자가 지나가면 손으로 눈을 가리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게 아닌가. 이유를 묻자 여자는 월경을 하기 때문에 부끄럽다고 했다. 엄마는 나름대로 계기가 있었다면서 금쪽이가 계단에서 마주친 여자아이들이 금쪽이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준 후부터 그런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금쪽이는 정말 여자를 싫어하고 부끄러워 하는 걸까.

'매의 눈' 오은영은 놓친 것이 있다면서 금쪽이가 남자아이가 지나갈 때도 눈을 가렸다고 설명했다. 그 말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금쪽이는 이모도 잘 따랐고, 사촌 여동생도 예뻐했다. 또, 담임 선생님의 말씀도 잘 들었다. 그렇다면 여자를 싫어한다고 보긴 어려웠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성별을 불문하고 정면으로 오는 사람을 보는 게 힘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귀찮아', '여자가 싫어'와 같이 금쪽이가 자주 끄는 말에 숨어 있는 진짜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금쪽이의 말은 통역이 필요했다. 금쪽이는 독서량이 많은 만큼 아는 것도 많아 전두엽, 제왕절개, 전치태반 등 일상적인 대화에 쓰지 않는 표현들을 많이 썼다. 사회적 언어의 사용이 원활하지 않았다.

엄마, 아빠와 외출에 나선 금쪽이는 노래가 들리자 귀를 막고 괴성을 질렀고, 몸을 비틀며 신음소리를 냈다. 엄마가 서둘러 노래를 껐지만, 금쪽이는 그 음악이 내 기억에 남아 있다며 계속 괴로워했다. 시간이 지나도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눈물을 흘리고 호흡까지 가빠졌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오은영은 뭔가 답을 찾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 그 해답을 들을 차례다.

"인간이 살아가려면 반드시 외부의 자극이 있어줘야 한단 말이에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걸 통해서 성장하고 발달해요. 그런데 금쪽이는 외부의 자극이 성장을 하는 데 쓰여지기보다는 사사건건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는 자극으로 쓰이는 아이에요." (오은영)

오은영은 처음에는 강한 자극으로 다가오는 수많은 소리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면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연습이 안 되는 게 바로 인간의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이다. 금쪽이에게는 인간의 목소리가 가장 두려운 청각 자극이었던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금쪽이는 인간이 싫은 게 아니라 인간이 내는 목소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자극이었던 셈이다.

또, 금쪽이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인간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자극의 양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공격적인 의도가 없는 일상적 자극이 증폭되기 마련이다. 그 자극들이 두려운 금쪽이는 매순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상대가 주는 자극이 조금만 강하면 공격으로 받아들여 오히려 강하게 표현해 우위를 점하는 생존방법을 터득한 것이다.

"엄청 답답해요. 어른들이 나를 이해 못 하는 거요. 도움이 필요해요. 이렇게 계속 가다가는 언젠가 스트레스가 아주 많이 쌓여서 죽을 것 같아요." (금쪽이)

과연 금쪽이의 속마음은 어떨까. 고민이 있냐는 질문에 금쪽이는 싫은 기억이 있으면 지우고 싶은데 지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럴 때는 주먹으로 이마를 치거나 문에 머리를 부딪치거나 소리를 질러서 정신없게 한다고 대답했다. 또, 애정을 쏟으며 키우던 햄스터의 죽음이 충격적이라 부작용이 생겼다며 눈물을 흘렸다.

오은영은 역대급 스케일의 금쪽 처방을 내렸다. 우선, 청각 자극 적응 훈련으로 헤드폰 사용을 추천했다. 헤드폰이 없을 때는 귀를 막아 소리를 차단한 후 안정이 되면 한 손을 떼어보면서 그 상황에 압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각 자극을 다룰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했다. 또, 시각 자극 적응 훈련으로 다양한 표정의 사진을 활용해 적응히고, 각양각색의 표정이 담긴 사진으로 감정을 탐구하게 했다.

정밀한 심리 검사를 통해 금쪽이가 지능에 문제가 없고, 언어 이해력도 정상 범주이며 자폐적 양상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하지만 사회적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접근이 필요했다. 정서가 포함된 미묘한 자극이나 소통을 이해하는데 미숙하게 때문에 일일이 다 가르쳐야 했다. 이 문제는 상황극 퀴즈를 통해 사회성을 길러나가도록 도왔다.

낯선 공간에서 유독 긴장하는 금쪽이를 위해 워밍업 운동 처방도 내렸다. 불안과 긴장으로 경직된 몸을 대근육 운동으로 풀어주며 스스로 안정감을 찾도록 도와주는 처방이었다. 그리고 낯선 곳에 갔을 때는 금쪽이가 그 공간과 사람들에 익숙해질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주면서 적응할 시간을 주도록 했다. 마음을 연 금쪽이는 천천히 친구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던 엄마, 아빠는 새로운 희망을 얻었다. 오은영의 탁월한 분석을 통해 금쪽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됐고, 이해의 문이 열리자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 다양한 훈련과 연습을 통해 금쪽이는 한결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금쪽이는 조금씩 그렇지만 분명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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