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서.. 진짜 솔직한 말은 살고 싶어서..(눈물)"
살고 싶어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말에 절박함이 느껴졌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지난 6일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은 12세(금쪽이), 10세 두 아들의 엄마는 '소원'을 이루게 됐다며 기뻐했다. 현재 금쪽이는 입원을 앞두고 있었다. 병원 측에서 워낙 다양한 증상이 발현되는 금쪽이를 정확히 관찰하기 위해 입원을 권유한 것이다. 오은영은 모든 열정을 담아 금쪽이를 돕겠다는 뜻을 전했다.
등교 전, 금쪽이는 좀처럼 잠에서 깨지 못했다. 엄마는 일찍 일어난 동생에게 금쪽이를 깨우라고 지시하고 아침을 준비했다. 짜증이 잔뜩 난 금쪽이는 동생의 머리를 세게 내려쳤다. 생각보다 강도가 많이 셌다. 덩치가 훨씬 큰 동생이 금쪽이를 힘으로 제압하자, 금쪽이는 발차기를 한 후 얼굴을 마구잡이로 꼬집었다. 뒤늦게 개입한 엄마는 형의 말만 듣고 동생을 야단쳤다.
학원에서 돌아온 금쪽이는 집에 엄마가 없다는 것을 알고 불안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더니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바로 통화가 연결되지 않자 "왜 전화를 안 받아?"라며 울부짖었다. 고함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는 등 과격한 행동을 취했다. 마침내 전화가 연결되자 자신이 오는 시간에 왜 마트에 갔냐며 "너 오면 죽었어! 집에 들어오지 마!" 등 선을 넘은 폭언을 쏟아냈다.
"엄마는 내가 오면 왜 항상 없어? 내가 왔는데 아는 척도 안 했잖아."
잠시 후, 엄마를 만난 금쪽이는 다짜고짜 분풀이를 하며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얼굴과 머리를 무차별적으로 때렸다. 폭력과 욕설이 이어졌다. 엄마가 차분히 상황을 설명하자 안정을 되찾은 듯했지만, 엄마가 전화 통화를 위해 자리를 옮기자 다시 흥분했다. 말투가 거칠어졌고, 엄마 옆에 꼭 붙어 있으려 했다. 엄마는 12세 아들의 집착 때문에 전화 한 통조차 편안히 할 수 없었다.
혹시 '분리불안'일까. 초등학교 3학년 전까지만 해도 엄마의 부재를 힘들어하지 않았던 금쪽이가 이제 와서 불안을 느끼는 까닭은 무엇일까. 엄마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학습을 원인이라 생각했지만, 오은영은 청소년기에 진입하는 금쪽이의 경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학교는 물론 학원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 오히려 가장 안전한 집에서 극도의 불안을 느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를 대상 관계로 받아들이기보다 시각적 정보의 구성 요소로 인식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정확히는 자신이 귀가했을 때 소파에 앉아 있는 엄마의 모습에 집착했다. 대인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게 아니라 집에서의 첫 시각적 정보가 엄마처럼 생긴 사람이면 마음이 안심되는 것이다. 따라서 분리 불안이라기보다 다른 각도로 볼 필요가 있었다.
엄마와 시장에 간 금쪽이는 할머니의 카트가 자신의 발에 걸리자 "뭐냐고!"라고 소리를 질렀다. 다른 아주머니와 살짝 부딪치자 욕설을 하고 폭언을 쏟아냈다. 또 다른 아주머니가 옆을 지나가자 분을 못 참고 그 아주머니를 향해 돌진했다. "부딪치는 게 다 여자네. 저 여자 뭐하는 거야." 금쪽이는 유독 여자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 보는 사람이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스튜디오가 술렁였고, 오은영은 영상을 멈췄다. 살고 싶어서 출연했다는 말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틱 증상이 있었다는 걸 캐치하하고, 뚜렛 증후군 그 중에서도 코프로랄리아(외화증)를 의심했다. 의도하지 않은 욕이나 외설스러운 말이 나오는 틱 장애의 일종인데,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대뜸 성기 얘기를 꺼내거나 갑자기 욕설을 내뱉는 금쪽이의 행동과 유사했다.
합기도장에 간 금쪽이는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고 홀로 멀뚱멀뚱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나 야동 본다."고 말해 친구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한편, 관장님에게 자세를 지적받자 속상한 듯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관장님한테는 꼼짝도 못했다. 시장에서 보여줬던 난폭한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여기까지 영상을 본 오은영은 '원인'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분명 뚜렛 증후군은 아니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가장 큰 문제는 욕하고 때리는 난폭함도, 엄마와의 분리불안도, 틱 증상도 아니라 사람 관계가 어려운 것이라 설명했다. 금쪽이는 사람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선천적인 문제였다. 또, 여성에 대한 적개심은 한 번의 경험이 고착화되어 일반화된 결과라고 대답했다. 사회적인 상황을 이해하며 갖추게 되는 유연적 사고가 결여된 탓이다.
금쪽이는 국어책 속의 여자 아이 그림을 오려서 손수 꾸민 후 "내가 좋아하는 여저 친구야."라며 자랑했다. 두려워하는 여자 아이의 표정을 보며 좋아했다. 오은영은 '사회적 의사소통 장애(언어, 비언어적으로 사회적인 상호 작용에 결함을 보이는 신경 발달 장애)'라고 진단했다. 표정만으로는 타인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금쪽이는 비언어적 소통이 어려워 그동안 많은 오해를 받았을 것이다.
금쪽이의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면 분노와 욕설을 쏟아냈다. 차가 멈춰서면 친구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끼어드는 차량도 용납하지 못했다. 도무지 감정을 제어하지 못했다. 금쪽이는 아빠 앞에서도 분노를 참지 못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아빠는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금쪽이는 사회적 이해 부족으로 인해 불안이 상승했다. 작은 자극에도 과잉 반응해 불안을 넘어선 공포를 느꼈다. 오은영은 언젠가 차 안에서 벌어진 불편한 기억이 머릿속에 각인됐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렇가면 화가 날 때마다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혀 다른 상황이라 할지라도 비슷한 감정이 생기면 기억에 각인된 이름을 불러대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화가 나. 백 번 정도 욕할 것 같아. 엄마한테 화풀이하는 거야. 나도 잘 알고 있어.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해. 엄마는 나한테 없으면 안 되는 존재야. 좋은 아들이 되고 싶어. 선생님, 빨리 도와주세요."
뜻대로 되지 않아 매순간 괴로웠던 금쪽이는 도와달라고 간절히 외쳤다. 오은영은 안타까운 상황에 놓인 금쪽이를 위한 금쪽 처방을 내렸다. 우선, 불안과 공포를 낮추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금쪽이는 집 현관문을 얼자마자 소파에 앉은 엄마를 봐야 안정이 되는데, 시각적 정보의 변화를 조금씩 주며 스스로 진정할 수 있는 루틴을 연습할 필요가 있었다. 이때 과도한 도덕적 요구는 금물이다.
또, 집에서 블랙박스 영상을 틀어놓고 신호등이 적색으로 바뀌었을 때 감정을 컨트롤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스스로 초를 세고, 노래를 부르고, 게임을 하며 감정을 다스렸다. 아직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꾸준한 노력을 통해 실전에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또, 불가피한 접촉에 대한 적대김 줄이기 연습도 병행했다. 상황별로 구체적인 연습을 통해 대처법을 익혔다.
그 밖에도 감정 공부를 통해 서로의 표정을 관찰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게 훈련했다. 아빠도 퀴즈를 통해 금쪽이가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왔다. 절박했던 가족들의 응원과 간절했던 금쪽이의 노력은 조금씩 결실을 만들어냈다. 금쪽이는 다양한 상황에서 차오르는 강한 충동을 참아내려 애썼다. 그렇게 마음을 다독이는 방법을 천천히 익혀나갔다.
자신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감정을 통제하지 못했던, 그래서 난폭하게 보였던 금쪽이는 그 힘듦을 이해하는 어른들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확한 진단과 함께 해결 방안을 제시했던 오은영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또, 끝까지 금쪽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엄마의 사랑은 위대하다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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