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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듯한 <달팽이 호텔>, 결국 <힐링캠프>가 되진 않겠지?

너의길을가라 2018. 1. 31.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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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어디서 많이 본 거 같은데?'


지난 30일, 올리브(OLIVE) 새 예능 프로그램 <달팽이 호텔>(연출 : 황인영)이 첫 방송됐다. 올리브의 야심작이었던 만큼 대중의 관심도가 높았다. 첫 회 시청률은 3.0%(닐슨 코리아 기준)가 나왔다. 그럴 만도 했다. MC 캐스팅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예능의 대부 이경규를 중심으로 가수 성시경, 배우 김민정이 뭉쳤다. 이들이 호텔리어(hotelier)가 돼 강원도 정선의 산골에 위치한 호텔을 운영한다. 아, 손님은 대한민국 대표 셀러브리티(celebrity)들이란다.



첫 방송을 지켜 본 시청자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는데, 전체적인 양을 따져보면 부정적인 의견이 좀더 많아 보인다. 설레는 마음으로 '파란불'을 기대했을 제작진의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먼저, '포맷(format)'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달팽이 호텔>은 방영 전부터 JTBC <효리네 민박>과 tvN <윤식당>을 합쳐 놓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방송에서도 그와 같은 우려가 괜한 트집이 아니었다는 게 드러났다. 마치 '너희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섞어 봤다.'고 말하는 듯 했다. 


무엇보다 '숙박 리얼리티'라는 점에서 <효리네 민박>과 굉장히 많은 유사성을 띠고 있었다. 숙소가 민박에서 호텔로, 손님이 일반인에서 셀럽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효리의 집이 배경이었던 <효리네 민박>에 비하면, '진정성'의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또, 성시경이 저녁을 준비하고, 이경규가 야식(라면)을 제공하기로 하는 등 <달팽이 식당>은 '음식'의 비중이 제법 높았다. 여기에서 <윤식당>의 향기가 진하게 났다. 이 강렬한 기시감에 대해 제작진은 뭐라 답변할까.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대답은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이번에는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3MC 이경규, 성시경, 김민정의 '조합'은 분명 신선했다. 이경규는 말할 것도 없고, 성시경도 KBS2 <1박 2일>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익숙한 얼굴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없었다. 김민정은 올리브 <테이스티로드> 등에 출연한 경력이 있지만, 예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얼굴이다. 이처럼 <달팽이 호텔> 제작진은 익숙함과 낯섦을 배합해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그런데 '연출'이 문제였다. <달팽이 호텔>은 초반의 상당 부분을 이경규의 투덜거림으로 채웠고, 그 다음은 성시경의 투덜거림으로 메워 넣었다. 지나치게 익숙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소비한 것이다. 그림 자체도 평이했다. 한마디로 안일했다. 시청자가 가장 궁금했을 인물인 김민정에 대해선 '홍일점'이라는 점만을 강조했다. 후반부에 가서 김민정이 "초심을 잡고 있는게 어렵다"며 성시경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이 주목을 끌었지만, 그 과정이나 대화가 자연스럽다기보다는 꾸민 티가 많이 났다.



흔히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나지 않을 때, '관계'에 주목하게 된다. 황인영 PD는 "성시경이 이경규를 이기는 희귀한 장면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는데, 실제로 두 사람의 관계는 '티격태격'으로 설정돼 있었다. 성시경은 자신이 악역을 맡았다며 그래야 이경규가 빛난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관계 설정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이런 부분들은 작위적으로 다가왔다. 또, 성시경과 김민정의 러브라인은 MBC <우리, 결혼합니다>를 떠올리게 했는데, 억지스럽고 어색해 민망했다.


최근 예능의 추세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인데 반해, <달팽이 호텔>은 서두가 너무 길었다.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과 MC들에 대한 소개가 지나치게 장황했다. 군더더기가 많다보니, 시청자들은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빠른 전개를 통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후, 호텔과 캐릭터에 대한 소개는 차근차근 해나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손님들과의 만남을 통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불필요하게 나열됐다는 인상이 짙었다. 


<달팽이 호텔>의 승부수는 결국 셀럽들이 찾아오는 다음주가 될 전망이다. 일반인들의 출연을 통해 시청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자 노력했던 예능의 흐름과는 정반대되는 흐름이지만, 일단 <달팽이 호텔>을 찾는 셀럽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지켜보도록 하자. 그런데 이쯤에서 또 한번의 기시감이 스친다. 왠지 SBS <힐링캠프>를 연상케 하지 않는가. 부디 이 슬픈 예감이 틀리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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