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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너의길을가라

'알쓸범잡'이 짚어본 아동 학대, 아이들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다 본문

다큐멘터리 + 시사교양

'알쓸범잡'이 짚어본 아동 학대, 아이들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이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1. 5. 15.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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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서 피고인이 어렸을 때 잘못된 모습을 닮은 것 같아서 이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에.."

2019년 9월, 인천에서 20대 남성 A씨는 5살 의붓아들의 얼굴과 팔다리 등 온몸을 목검으로 수백 차례 때려 숨지게 했다. 이른바 '인천 계부 목검 사건'이다. 폭행이 없던 날에는 화장실에 며칠씩 가두기도 했고, 숨지기 전날에는 손발을 뒤로 묶은 채 방치하고 음식도 주지 않았다. A씨는 훈육을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징역 22년, 2심은 25년, 대법원도 25년 형을 확정했다.

지난 9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의 출연진들은 개항의 도시 인천에서 범죄 이야기를 나눴다. 층간 소음, 공범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졌고, 후반부에 좀더 무거운 주제가 다뤄졌다. 바로 '아동학대'였다. 정재민 법무부 심의관은 '인천 계부 목검 사건'의 판결문을 가져와 논의의 불을 지폈다. 윤종신은 당시 친모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질문했고, 정재민 심의관은 엄마도 폭행을 당했다고 답했다.

"부인도 폭력을 당하고 아이도 폭력 피해를 당하잖아요. 저희는 굉장히 이해하기 힘든 사고지만, 차라리 아이라는 희생양이 있으면 본인한테 미치는 폭력 피해가 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박지선 교수)


범죄심리학자 박지선 교수는 그런 상황에 놓인 친모의 심리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했다. 물론 엄마로서 하기 힘든 생각임이 틀림없으나 폭력 피해에 장기간 노출되다보면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이었다. 장항준 감독은 우리가 좀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돌이켜보면 그런 지점들이 있다. 격리조치도 했고, 친모가 신고도 했고, 형사처벌까지 했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부부가 다시 같이 살겠다고 했을 때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냈다는 점이다. 아이는 귀가한 지 27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장항준 감독은 그건 마치 아이를 호랑이굴에 집어넣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분개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만약 아이가 보호시설에 있었다면 끔찍한 죽음을 맞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건 결과를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이미 2년 동안 격리 기간을 가졌고, 부부가 재결합을 원했기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입장에서는 가정이 회복되어 간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었다. 박지선 교수는 학대를 당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한테 물어보면 그래도 부모와 살고 싶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학대에 대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 불안정하게 자라른 아이일수록 분리불안도 강한 탓도 있다.


두 번째로 살펴본 사건은 2020년 6월 발생했던 '천안 계모 캐리어 사건'이었다. 계모 B씨가 아홉살 아이를 가로 44㎝, 세로 60㎝, 너비 23㎝의 작은 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가둬 숨지게 한 사건이다. 정말 충격적이고 참담한 사건이라 판결문을 통해 그 전말을 알면 알수록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판결문을 읽던 정재민 심의관은 끝내 울컥해 눈시울을 붉혔다.

내용은 이러하다. B씨는 친자식의 게임기를 피해자가 만졌다고 의심하고 피해자를 추궁했다. 평소 B씨의 과도한 체벌과 지속적 학대로 위축되어 있던 피해자가 허위로 자신이 만졌다고 인정하자 옷방에서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피해자를 가방 속에 들어가게 한 후 지인들과의 점심 약속을 위해 외출했다. 친자식들에게 한 시간에 한 번씩 가방의 방향을 바꾸라고 지시하고서 말이다.

귀가 후 피해자가 가방 안에서 나오려 하고 소변을 본 것을 전해듣고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여겨 더 작은 여행용 가방에 들어가게 했다. B씨는 가방을 세워 피해자의 몸이 거꾸로 뒤집어지게 했다. 치해자는 목이 눌려 숨을 못 쉬게 됐다. 피해자가 박음질이 돼 있는 천을 뜯고 손을 내밀자, B씨는 73kg의 체중으로 가방 위에 올라가 뛰고 밟았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했음에도 아랑공하지 않았다.


"한번 폭력을 쓰면 자기가 기분이 후련해질 것 같지만 사실 더 기분이 나빠지잖아요. 내가 이런 짓을 한다는 게. 자기의 결함을 못 보니까 아이 탓을 하게 되죠. '내가 너 때문에 이런 사람이 됐다.'는 거죠." (박지선 교수)

도대체 어떤 심리일까. 박지선 교수는 자신의 결함을 아이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 설명했다. '내가 너 때문에 이런 (나쁜) 사람이 됐다.'는 식으로 책임을 전기라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토록 미운 아이를 왜 굳이 키우려고 했던 걸까. B씨는 남편과 싸우고 난 뒤 피해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오히려 아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B씨가 재판 과정에서 작성한 반성문의 내용은 더욱 씁쓸하다. B씨는 '피해자가 거짓말과 나쁜 행동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해서 (...) 달래보고 체벌을 했는데 (...)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실망스러운 피해자의 모습을 봤'다고 썼다. 그러면서 아이의 기를 꺾기 위한 일종의 기싸움이었다고 했다. B씨는 2심에서 25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윤종신의 말마따나 그 형량도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사건은 2013년 10월 발생한 '서현이 사건'이었다. 당시 서현이는 계모의 무차별적인 폭행으로 갈비뼈 24개 가운데 16개가 부러졌고, 그로 인해 치명상을 입어 끝내 사망에 이르렀다. '서현이 사건'이 중요한 까닭은 아동학대 사망을 살인죄로 인정한 최초의 사건이면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게 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상은 이러하다. 피해자(당시 7세)에 대한 폭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해 왔던 피고인은 피해자가 소풍 날 식탁 위에 놓인 현금 2300원을 훔치고도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격분했다. 무려 35분 동안 피해자의 전신을 닥치는 대로 때렸다. 폭행을 당한 피해자가 그럼에도 "미안해요. 엄마 소풍을 가고 싶어요."라고 했더니 반성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분 동안 추가로 폭행을 가했다.

결국 피해자는 흉부손상으로 다발성 늑골골절로 인한 양 폐 파열로 사망했다. 하지만 1심에서는 살인죄가 적용되지 않았다. 이유는 살인의 고의가 임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119에 신고를 하고, 심폐소생술을 했던 점과 매일 폭행을 일삼았기에 이번에만 특별히 살해의 고의가 있을 것 같진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치명적인 머리보다 몸을 많이 때렸다는 것도 이유에 포함됐다.

하지만 2심에서는 피고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됐다. 미필적 고의란 행위자가 결과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容認)한 경우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미 피해자의 죽음을 인식한 상태에서 119에 신고했고, 과도한 흥분 상태의 신고 내용도 거짓으로 판단했다. 또, 심폐소생술을 하며 갈비뼈를 부러뜨리기도 했고, 119구급대가 오기 전에 피의 흔적을 지웠다는 점도 참작됐다.


정재민 심의관은 '서현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했을 때 공분만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체계를 세우기 위해 고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만들어지고, 이전에 아동 학대 사건들을 분석해서 어느 지점에서 막을 수 있었는지 연구하고 파악하는 학대 예방 체계의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부모는 자녀를 징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법상 징계권 조항 때문이다. 하지만 60년 이상 남아있던 징계권이 올해 폐지됐다. 그 취지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것이다. 김상욱 교수는 아이들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신고 의무자는 적극적으로 신고를 하고, 전문 기관은 주어진 역할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

아동 학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두 제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한 명의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속담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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