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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잡히지 않은 고양이 살해범, '알쓸범잡' 동물학대를 다뤘다

너의길을가라 2021. 6. 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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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길고양이 사체들이 발견됐다. 발견 당시 간 수치가 높았고 급성신부전 증상을 보였는데, 부검 결과 쥐약 성분이 검출됐다. A는 고양이를 보살피는 것처럼 접근해 쥐약을 탄 먹이를 먹였고, 고양이가 비틀거리면 집어던지는 등 연쇄적으로 학대했다. 계획적으로 고양이 수십 마리를 독살한 A는 벌금 300만 원의 처벌을 받았다.

사례 2.

군산에서는 길고양이가 머리에 화살촉이 박힌 채로 발견됐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왼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고양이의 머리에 박혀 있던 화살촉은 국내에서 판매가 금지된 사냥용(브로드 헤드)으로 밝혀졌다. 근처에 살고 있던 40대 남성 B의 소행으로 밝혀졌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B는 고양이들이 길에 돌아다니는 게 신경쓰여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대답했다.


2010년 69건이던 동물보호법 위반 건수는 2019년 914건으로 13배 이상 폭증했다. 여전히 동물을 '물건'으로 여기는 인식이 남아있는 점을 미뤄보면 실질적인 위반 사례는 훨씬 많으리라 추측된다. 실제로 형법상 동물은 여전히 '재물'로 간주되고, 누군가 나의 반려동물을 다치게 하면 '재물손괴죄'로 처벌된다.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되면서 그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는 추세이다.

동물보호법은 큰 변화의 흐름 속에 있다. 2008년부터 동물보호법의 기준이 인간 중심에서 동물 중심으로 바뀌었다. 과거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면서 동물을 죽였을 경우'에 동물 학대가 인정됐지만, 이젠 '동종의 동물 앞에서'도 금지된다. 또, 제정 당시 벌금 20만 원에 불과했던 처벌에 징역형이 추가(2012년)됐고, 2021년 최대 3년형까지 상향됐다.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변화한 것이다.

지난 6일 방송된 tvN <알쓸범잡>에서 박지선 교수는 동물 학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동물 학대의 유형은 크게 1.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 2. 동물을 유기하는 행위 3. 굶주림과 질병에 노출 및 방치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에 애니멀 호딩, 다시 말해 키울 능력을 넘어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면서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도 동물 학대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동물을 괴롭히는 걸까. 박지선 교수는 동물 학대의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면서 스트레스나 좌절감을 말 못하고 저항하지 못하는 동물들에게 해소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동물을 훈육하고 행동을 교정한다는 명목 하에 학대를 저지르기도 하고, 특정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가 아끼는 동물에게 보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동물 학대 사건들이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는데, 드물게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다. 바로 '경의선 숲길 고양이 살해 사건'이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 인근에서 고양이 '자두'가 끔찍하게 살해됐다. 30대 남성 C는 세제를 묻힌 사료를 자두에게 먹이고, 화분에서 쉬고 있는 자두의 꼬리를 붙잡고 여러 차례 내려쳤다. 계획적으로 접근해 살해한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장항준 감독은 "동물에 대한 혐오와 잔혹성이 약자, 어린이나 노인 등 사람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너무 많을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충분히 연관성이 있을 듯하다. 이에 박지선 교수는 그런 연구들이 많이 진행됐다며 동물 학대 전력이 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케이스도 많고 대인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고 대답했다. 폭력은 연결되어 있는 법이다.


가정폭력과 아동 학대, 동물 학대는 매우 높은 연관성을 보인다. (시카고 경찰 보고서, 2010)

실제로 연쇄살인범들의 경우에도 동물을 학대했다는 이야기가 보고되고 있다. 유영철은 "어릴 때부터 쥐나 개에게 가혹행위를 자주 했다. 첫 범행 전에는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하며 범행도구를 결정했다."고 말했고, 강호순은 농장으로 데려온 개 50마리를 얼리거나 굶겨서 죽였다. 그는 "개를 많이 잡다 보니 살인도 쉬워졌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영학도 기르던 개 6마리를 망치로 때려죽였다.

아직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은 동물학대 사건도 있다. 2019년 여름, 포항의 한 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고양이 연쇄살해 사건이다. 불법으로 설치된 덫에 걸려 앞발이 절단된 고양이들이 참담한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지어 고양이 태아 사체까지 발견됐다. 범인은 길고양이 살해를 계속 자행하면서 교내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를 향한 협박도 이어갔다.

그는 길고양이가 각종 전염병을 옮기고 환경 오염을 일으키므로 길고양이이게 먹이를 주지 말고 보살피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양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추가 학대를 예고했다. 몇 달 뒤 교내 교내 6m 높이의 나무에서 전선에 목이 걸려있는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잔혹하고 충격적인 범죄였다. 여전히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고양이를 건드리지 마라 : 인터넷 킬러 사냥>는 고양이 2마리를 비닐 진공 팩에 넣고 진공청소기로 흡입하는 방법으로 살해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한 '고양이 킬러'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관종'이었던 고양이 킬러는 나중에 결국 사람을 살해하기에 이른다. 연쇄살인의 전초가 동물학대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박지선 교수는 동물이나 약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특성들이 동물학대와 대인범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동물학대는 대인범죄의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그 자체로 이미 매우 끔찍한 범죄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최근 들어 청소년 동물학대도 심각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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