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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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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듣는 귀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비웃는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3. 5. 3. 06:07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처음 듣는 사람이 있는가? 정말 기적적으로 한 명 정도 뻘쭘하게 손을 들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말은 '모든 사람들'을 통해서 '소환'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진보적 매체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지적하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변한다. 보수 언론들은 '신자유주의'를 대놓고 옹호하진 않지만, 큰 틀을 바꾸려고 하진 않는다. 빌 게이츠로 상징되는 '창조적 자본주의'처럼 매력적인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 '재잘'거리는 평범한 대학생과 주부, 직장인도 '反신자유주의'를 주창한다. 누구할 것 없이 '신자유주의'를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신자유주의'는 도처에 깔려 있는 셈이고, 우리의 삶을 진정으로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신자유주의'가 뭘까? 지금도 '신자유주의'를 소리 높여 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신자유주의'에 대해 설명을 해보라고 하면, 속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본래 쉽게 쓰이는 말은 '함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너도나도 쓰는 말이기 때문에 곰곰이 생각할 틈도 없이 따라쓰기 때문이다. 엄기호의 지적은 우리에게 성찰의 지점을 선사한다. 






경제적 현상으로서가 아니라 일상을 지배하는 원리로서 신자유주의의 폐해와 위험성을 지적했던 사람으로서 '너도 나도 신자우주의' 혹은 '이것도 저것도 신자유주의 탓'으로 돌리는 현재의 상황은 조금 당혹스럽다. 너무 헐렁헐렁하게 신자유주의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오히려 문제의 복잡함을 놓치고 '반신자유주의'가 그저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전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들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에 대한 진단이 정치적 선전이 되어 버리는 순간, 우리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꼼꼼한 관찰과 이해를 건너뛰어 버리게 된다.


엄기호,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中 -



'신자유주의'가 (부정적 의미에서) 약방의 감초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린 것은 아닐까? 어느덧 우리는 '모든 문제'를 '신자유주의'로 치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해결책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하는 것이라고, 너무도 쉽게 말하곤 한다. 정말 그런 것일까? 세상의 모든 문제가 '신자유주의'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그리고 '신자유주의만 극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물론 '신자유주의'가 많은 문제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단지, 경제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이제는 삶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자유주의'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에게 지금 더 필요한 건 신자유주의가 우리 삶을 어떻게 극단화하였고 그 바뀐 삶을 우리가 어떻게 견뎌내고 있는지에 대한 보다 더 꼼꼼한 관찰과 분석이다. 신자유주의는 이전에 있던 문제들을 어떻게 더욱 심화시켰는가?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의해 새롭게 우리 삶에 들어온 문제들로는 어떤 것이 있는가? 옛날의 위기는 심화되고 이전의 해법은 파괴되는 반면, 새로운 위기가 닥쳐오면서 우리 삶은 이 삼각파고에 휘말려 어떻게 파괴되어 가고 있는지를 꼼꼼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엄기호,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中 -



우리는 마치 '신자유주의'의 나이가 수백 살 혹은 수천 살이나 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기껏해야 신자유주의는 40살 정도(?)에 불과하다. 1970년대 중반, 미국과 영국의 경제가 불황에 휩싸이면서 대두된 것이 '신자유주의'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얼마 전에 사망한 영국의 대처 수상과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신자유주의'를 본격화시킨 대표적 인물이라는 것을 상기하자. 적어도 그 이전에는 '신자유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는 세상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신자유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던 세상은 탐욕도 없고, 부정부패도 없었을까?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엄기호의 말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꼼꼼한 관찰과 분석이다. 신자유주의 이전에 있던 문제들은 무엇이고,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문제들은 무엇인지! 신자유주의가 과거의 문제들을 어떤 식으로 심화시키고 악화시켰는지 말이다! 




- <노컷뉴스>에서 발췌 -


이제 '신자유주의'의 향연을 끝내자. 습관처럼 내뱉던 '신자유주의'의 유행을 끝내자.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오히려 너무 쉽게 '신자유주의'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조심하자. 애석하게도(!) 그런 무분별한 태도가 사람들의 눈을 가린다. '신자유주의'와 싸우고자 하는가? 그렇다면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적어도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이들보다는 '신자유주의'를 더 잘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신자유주의'는 거듭해서 진화하고 있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얼음처럼 차갑기만 했던 '신자유주의'가 어느 순간 '따뜻한' 얼굴을 하고 나타나기도 한다. 


그저 지나가는 말로, 무의미하게 '신자유주의가 나빠!'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해서 '신자유주의'가 무너지지 않는다.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절망들이 나를 비껴갈 것이라고 낙관하는 한 그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희생자들은 따로 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과 나는 무관하다며 현실을 회피하는 한 '신자유주의'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런 싸움에서 결국 패배하는 건, '어설프게 아는' 우리들이 될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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