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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타 이천수·홍성흔, 이러려고 '살림남2' 출연했나

너의길을가라 2022. 4. 3.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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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 작년부터 노를 젓기 시작한 이동국, 허재, 현주엽 등은 예능계에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자신의 '특기'를 살린 케이스에 속한다. (종목은 다르지만) '스포츠 예능'에 출연하거나 '대식가'라는 점을 활용해 '먹방'을 보여준다거나 '다둥이 아빠'로서 육아 예능에 출연했다. 스토리텔링이 수월했기에 시청자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최근에는 이천수와 홍성흔도 예능 러시에 합류했다. 이들은 '관찰 예능'을 선택했다. 바로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이하 <살림남2>)이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남자 스타들이 가정에서 살림하는 모습을 생생히 전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에서 출연자들이 '제대로' 살림을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화제가 될 만한 갈등을 파편적으로 담아낼 뿐이다.

2022년에 남자 스타들이 살림하는 게 그리 대단한 일일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여자 스타들이 살림하는 모습이 방송으로 제작되지 않는 건, 그것이 우리 사회의 디폴트값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때 아빠의 육아가 (너무) 낯선 일이었듯, 여전히 남자들의 살림은 예외적이다. 다만, <살림남2>가 유의미한 메시지를 제시하려면 출연자가 열성적으로 살림을 하거나 살림 초고수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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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외롭고 힘들어. 너네는 나를 생각조차 안 해. 3일 동안 여기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관심있었어?" (이천수)



하지만 <살림남2>가 추구하는 그림은 그와는 반대인 듯하다. 3월 19일, 새로운 살림남으로 합류한 이천수는 럭셔리한 2층집을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2층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스케줄이 없는 날은 방에서 TV를 보며 지내는 '집돌이'라지만, 이번에는 3일 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이천수는 딸 주은이가 자신과 노는 것을 거부해 토라졌었다고 설명했다.

이천수는 170만 원짜리 모니터가 깨진 것을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놀라서 달려온 아내 심하은에게 "청소도 안 하면서 창문은 왜 열어 놓은거야? 집안일 하는 사람이 저걸 체크 못하고 뭐하는 거야!"라고 짜증냈다. 심하은은 억울해했지만, 이천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싸움은 점점 커졌다. 심하은은 이천수의 욱하는 성질과 소리지르는 것 때문에 상처받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26일 방송에서는 이천수의 장모가 이천수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천수의 장모는 이천수가 자신의 딸 하은에게 "야. 너네. 너."라고 소리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얘기를 꺼내면서 "축구하면서 운동선수들한테 하는 걸 집에서도 쓴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천수는 모니터가 쓰려져 있어서 그런 것이라 항변했지만,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솔직히 나 이거 3일 연속 먹고 있잖아. 새우장이랑. 하루는 다른 반찬 나오고 로테이션으로 해야지. 맨날 이거 먹으면 질리지. 똑같잖아." (홍성흔)



그렇다면 홍성흔은 '관찰 예능'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2일 방송에서 홍성흔은 식탁에 앉자마자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러더니 아내 김정임에게 반찬투정을 하기 시작했다. 함께 식사를 하던 아들이 "여기는 호텔이 아니"라며 아빠를 다그쳤지만, 홍성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국물 같은 것도 있으면 되는데 뻣뻣하게 어떻게 먹냐"며 계속해서 툴툴댔다.

홍성흔은 아내가 그럴거면 집 앞 백반집에 가서 먹으라고 말하자 "조미료 넣은 거 싫다고. 20년 넘게 살았는데 아직도 못 맞추고 있다니 이해가 안 돼."라며 불평했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임은 홍성흔이 선수 시절부터 반찬투정이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당시에는 오로지 남편의 컨디션에 모든 걸 맞추며 살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방송은 두 사람의 부부싸움과 화해에 초점을 맞췄다. 김영임은 홍성흔의 스케줄 관리도 담당하고 있었는데, 홍성흔에게 일정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다짜고짜 화를 냈다. 김정임은 "이젠 정도가 점점 심해지니까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은 것 같"다며, "(홍성흔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이라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결국 화해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피곤한 노릇이다.


도대체 이들은 왜 관찰 예능에 나오는 걸까. 스포츠 스타가 은퇴 후 방송인으로 제2의 인생을 개척한다는 걸 누가 탓하겠는가. 다만, 아무런 맥락 없이 관찰 예능에 출연해 '욕받이'를 자처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천수는 솔직한 입담이 매력이었지만, 막말과 폭언으로 연결돼 마이너스가 됐다. 호감형이었던 홍성흔도 꽉 막힌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부정적인 캐릭터가 됐다.

과도한 사생활 공개는 득이 될 게 없어 보이고, 눈살을 지푸리게 만드는 설정은 피로감을 더할 뿐이다. 어디까지가 리얼이고 어디까지가 설정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지금이 2022년인지 의심스럽게 만드는 남성 출연자들의 가부장적인 모습은 프로그램의 효용마저 의심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저들의 가부장적인 모습이 굳이 이 시대에 전파를 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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