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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조작한 '골때녀', 사과했지만 아직 의문이 남았다

너의길을가라 2021. 12. 24.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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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0→3대2→4대3→6대3

지난 22일 방송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는 FC구척장신(차수민, 김진경, 차서린, 이현이, 송해나, 아이린)과 FC원더우먼(송소희, 박슬기, 치타, 김희정, 황소윤, 요니P)의 경기가 펼쳐졌다. 승부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FC구척장신이 3:0까지 앞서 전반전을 마쳤으나 후반전이 되자 FC원더우먼이 곧바로 추격에 나섰다. 점수는 4:3까지 좁혀졌다. 승부의 추는 쉽사리 기울지 않았다.

하지만 FC구척장신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차수민의 골에 이어 아이린까지 득점에 성공하며 차이를 벌리며, 결국 6대3으로 승리했다. 선수들은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며 응원했다. 비록 승패는 엇갈렸지만, 그 자체로 좋았다. 그것이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골 때리는 그녀들>에 열광했던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이 끝난 후 온라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작설'이 뭉게뭉게 피어 올랐다. 누리꾼들은 실제 FC구척장신이 전반전을 5:0으로 압도했지만, 방송상에 긴장감을 위해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편집상 시간대가 뒤죽박죽(교차 편집)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김병지 감독이 앉아 있던 위치, 물통의 개수, 중계진의 코멘트 등을 제시했다.

또, '4:3'이라는 방송 자막과 달리 중계석의 점수판에는 '4대0'이라는 스코어가 쓰여있었다는 점이 의혹을 더했다. 누리꾼들은 제작진에게 해명을 요구했고, 더불어 박슬기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박슬기는 다 따라잡은 경기의 추격에 실패한 원흉으로 지목해 악플을 받았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주장대로라면 애초에 FC원더우먼의 원사이드한 패배였으므로 비난은 과도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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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골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하였습니다. 저희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에 24일 '골을 때리는 그녀들' 측은 곧바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었다는 점을 인정하며 "시청자들께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제작진은 "땀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굉장히 빠른 사과였다. 질질 끌지 않고 신속히 대응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우선,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제작진은 22일 방송(25회)에서 해당 경기의 스코어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됐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그저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혼란을 줬다고 얼버무렸을 뿐이다. 이래서는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는 부분은 더욱 수상하다. 25회를 꼭 집어 사과하는 게 아니라 '일부 회차'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경기 결과와 최종 스코어는 건드리지 않았지만, 이번처럼 편집 순서를 바꾼 적은 몇 차례 더 있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과연 어디까지 이 조작에 가담했는지 여부가 남았다. 비난은 해설을 맡은 배성재와 이수근에게도 이어졌다. 당시 해설진은 "원더우먼이 FC 구척장신을 4대3으로 맹추격한다"라는 등 실제 경기에서는 나올 수 없는 스코어를 언급했는데, 결국 후시 녹음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제작진의 해명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골을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은 2차 사과문을 통해 "배성재, 이수근님과는 전혀 관계없이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고 해명했다. 배성재와 이수근은 이번 일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해명에도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현재 논란이 된 22일 방송분은 SBS 홈페이지와 웨이브 등에서 다시보기 서비스가 중단된 상태이다.

이에 대해 배성재는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계하는 도중 쉬는 시간에 스태프가 쪽지를 가져와 '크게 읽어주세요'라고 한다. 예고에 쓰이는지 본방에 쓰이는지 몸르고 보이는 그대로 기계적으로 읽게 된다. 1년 동안 그래 왔다."며 사후녹음 사실을 인정했고, "뇌를 거치지 않고 기계적으로 읽은 건 나의 뼈아픈 실수"라고 사과했다.

스포츠에서 승부를 조작하면 징계를 받는다. 그렇다면 방송이 조작을 하면 어떨까. 순위를 조작했던 Mnet '프로듀스 시리즈'와 '아이돌 학교', 지원자 수를 부풀린 TV조선 '미스트롯2' 등은 모두 법정제재를 받았다. '골을 때리는 그녀들'의 경우 단순히 편집의 묘를 발휘했다고 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편집의 허용 범위를 넘어섰다. 경기의 맥락을 아예 뒤바꾼 것이기 때문이다.

빠른 사과를 했다고 하나 명확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것이었고, 책임의 소재를 분명히 하지도 않았다. 조작 과정에서 제작진 외 중계진과 선수 등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개입 또는 묵인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스포츠 정신을 망각했고, 가장 중요한 신뢰를 잃었다. '골(goal)'을 때려야 할 그들이 정말 골때리는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안타깝지만, 폐지까지 논의될 만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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