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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슈틸리케 감독에게 들려주고 싶은 유시민의 갈등론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7. 4. 15. 20:08

 

“팀 내부 상황을 외부로 발설한 선수에 대해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

 

이 소름 끼치는 발언의 주인공은 바로 울리 슈틸리케(Uli Stielike) 대한민국 축구 A국가대표팀 감독이다. 만약 내가 속한 그룹 혹은 팀의 ‘리더’가 이런 말을 공공연하게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당장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심리적으로 답답함(을 넘어 폐쇄적 압박감)을 느낄 테고, 여러모로 굉장히 위축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공포 정치(恐怖政治)’를 연상케 하는 이 선언에 불편함에 반발심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도 ‘짜증’이 제법 났을 게다. 슈틸리케 감독인들 왜 시원하게 이기고 싶지 않겠는가. 좋은 경기력으로 축구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라고 왜 어깨에 힘을 주고 으스대고 싶지 않겠냔 말이다. 지금의 ‘안습’ 수준인 경기력의 원인이 대다수 축구 팬들의 분석처럼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의 문제인지, 아니면 기성용의 지적처럼 ‘감독의 문제가 아니‘고 ’선수들이 반성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팩트는 A대표팀을 생각하면 기대는커녕 한숨(과 욕)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부진한 경기력과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는 성적 부진이 계속되자, 처음에는 그를 ‘구원자’ 쯤으로 여겼던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이런 뭇매를 연타로 얻어맞은 슈틸리케 감독 입장에선 ‘모욕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축구 팬들이 ‘경질’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일까. 유럽 출장을 마치고 13일 돌아온 그는 취재진들과의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팀의 내부적인 상황을 외부에 발설하는 선수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와 스태프 모두 한 배를 타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이 언급한 ‘팀의 내부적인 상황을 외부에 발설하는 선수’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일까. “선수와 모든 코치진이 변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월드컵에 나갈 수 없다.”던 기성용일까. 아니다. 그가 겨냥한 선수는 지난달 시리아와의 A매치 후 “비디오 분석 미팅 때 크루이프 동영상을 보여줬다. 지금 이 시점에서 왜 그 영상을 보고 있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내부적인 상황’을 ‘발설’한 선수를 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슈틸리케가 말하는 ‘과감한 조치’란 무엇일까. 더 이상 ‘선발’하지 않겠다는 뜻일까. 참으로 엄청난 ‘입막음’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내부적인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는 사람들에겐 슈틸리케의 발언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A대표팀의 분위기가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선수가 외부에 ‘신호’를 보냈던 것은 아닐까. 게다가 위의 발언을 통해 이미 슈틸리케 스스로 ‘내부적인 문제를 외부에 발설’한 것 아닌가. 이처럼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주는 고압적인 태도와 피해의식에 기인한 과민한 반응들은 현재 A대표팀의 분위기가 어떨지 충분히 짐작케 한다.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갈등(葛藤)’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갈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에 대한 가장 좋은 대답은 유시민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016년 10월 6일 방송된 <썰전> 187회에서 전원책 변호사는 특유의 '모두까기' 기질을 발휘해 국회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고, 20대 국회를 ‘등나무 칡 국회’에 비유하며 ‘갈등 국회’가 될 것이라 말했다. “등나무에 칡이 얽히면 못 잘라내거든요. 산에 가면 소나무에 칡이 얽혀도 다 죽는다.” 그때, 유시민은 이렇게 반문한다. “근데 갈등이 나쁜 거예요?

 

“저는 갈등을 긍정적으로 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서로 대립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고, 갈등이 문제가 아니에요. 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문제인 거지. 그래서 갈등을 없애는 사회가 좋은 사회가 아니고요. 갈등을 보존하면서 그것을 잘 관리하는 사회가 품격이 높은 사회예요. 국회도 마찬가지고요. 존재하고 있는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잘 해소하거나 관리하거나 보존하지 못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렇다. 갈등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갈등은 필연적인 것이 아닌가. 축구 국가대표팀이라고 다르겠는가. 결국 핵심은 ‘갈등을 해소 · 보존 · 관리하는’ 품격을 갖추는 것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보여준 태도는 어떠한가. 그에게 '갈등'은 무조건 잘라내야 하는 대상이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그의 태도는 점차 신경질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갈등을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증폭시켰다.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20대 대통령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고작 20여 일이 지나고 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 대한민국이라는 복잡다단한 사회를 이끌어나가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을 '리더'로 뽑을 것인가. 엄청나게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후보군에 있는지 의문이지만)이 필요할까? 또 다른 '구원자'가 요구되는 시점일까. 솔직히 생각하면 회의적이다. 물론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테고, 또 여러가지 '조건'들이 존재하리라.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 안의 다양한 '갈등'을 해소 · 보존 · 관리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런 사람, 거기 어디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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