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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순례자 감동시킨 '스페인 하숙', 차승원과 유해진의 환대가 빛났다


자신의 몸만큼이나 크고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그보다 묵직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인생의 짐을 잠시 내려놓은 탓일까. 왠지 모르게 평온해 보인다. 육체의 피로는 어쩔 수 없지만, 정신의 고단함을 벗어던진 이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그들의 이름은 순례자다. 저마다의 이유로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그들은 저마다의 속도로 걷는다. 그리고 저마다의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숙소)를 찾는다. 하루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다.


비야프랑카 델 비에르소 마을을 찾은 순례자들은 알베르게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이곳에 이르렀다는 건 순례길의 중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순례길에 익숙해진 만큼 노곤함도 짙어졌다. 게다가 힘든 코스를 앞둔 시점이라 조금이라도 안락한 알베르게에서 묵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한국인 순례자들은 익숙한 한글 간판의 의아함에 이끌려, 외국인 순례자들은 낯선 한글 간판에 호기심을 느껴 '스페인 하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한국인들은 리셉션에 앉아 있는 유해진을 발견하고 순간 얼음이 된다. 예기치 못했던 만남, 그 우연한 행운에 웃음을 터지고 만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유해진을 만날 줄이야! 그러나 벌써부터 놀라면 곤란하다. 주방에는 무려 차승원과 배정남이 그들을 위한 요리를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외국인들도 설레긴 마찬가지다. 한국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말에 그들은 큰 기대를 드러낸다. 개봉박두! 조금만 기다리시라. 깜짝 놀라게 될 테니.


유해진의 친절한 안내로 '아늑이'방에 들어선 순례자들은 만족감을 드러낸다. 깔끔하게 청소된 실내와 깨끗한 침대는 '베드버그'에 대한 근심을 덜어준다. 잠깐의 휴식을 취한 순례자들은 저녁을 먹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한다. 와인으로 식사의 시작을 알린 후 요리의 향연에 빠져든다. 한국인들은 너무도 그리웠던 한식의 맛에 감격하고, 외국인들은 매력적인 한식의 맛에 감탄한다. 순례자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고, 웃음이 이어진다. 



"제일 뭐 생각 나시는 게 된장찌개하고 김치찌개 이런 거 아니겠어? 그럼 내가 뚝배기에다가 딱 해가지고 한 그릇 드리면 좋잖아. 꽃게 된장찌개를 스페셜 푸드로 딱 이거 갖고 가면 되잖아."


tvN <스페인 하숙>을 보다보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환대(歡待)'다. (비록 방송이지만) 알베르게를 운영하고 있는 차승원과 유해진, 배정남은 무엇이든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순례자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극진히 대접한다. 차승원은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음식을 준비한다. 제육볶음, 짜장밥, 불고기, 칼제비, 수육, 꼬리곰탕, 카레까지 그가 만든 수많은 음식들이 순례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배정남은 차승원을 도와 주방 보조에 충실하다. 정육점과 채소 가게에 들러 식재료를 구입하고, 주방에서 쉼없이 마늘을 깐다. 설거지가 쌓여있는 꼴을 못 본다. 차승원이 완성한 요리를 순례자들의 테이블로 직접 가져가고, 음식에 대해 정성스럽게 소개한다. 유해진은 리셉션에서 순례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그들에게 알베르게를 소개한다. 한국인들에게 따뜻하게 말을 걸고, 수줍은 농담을 건넨다. 그의 환대는 푸근하고 정겹기만 하다.


알베르게를 찾은 순례자들은 저마다 다르다. 국적은 물론 성별과 나이도 제각각이다. 순례길에 오르게 된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한 가지는 동일하다. '스페인 하숙'에서 그들은 최고의 환대를 받는다. 물론 이용 요금을 내지만, 그 금액으로 누릴 수 없는 잠자리와 음식,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순례의 피로가 극심할 무렵 찾아 온 뜻밖의 환대인 셈이다.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환대의 순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런 환대는 어떻게 갚아야 할까. 언젠가 읽은 여행기에서 나는 답을 발견했다. 저자는 북유럽을 여행하던 중에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그제야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당황하는 그녀 대신 현지인 할머니가 버스 요금을 내주었다. 나중에 갚겠다고 하자 할머니는 고개를 저으며, 자기에게 갚을 필요 없다, 나중에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 사람에게 갚으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환대는 이렇게 순환하면서 세상을 좀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그럴 때 진정한 가치가 있다. 준 만큼 받는 관계보다 누군가에게 준 것이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는 세상이 더 살 만한 세상이 아닐까. 이런 환대의 순환을 가장 잘 경험할 수 있는 게 여행이다."



'스페인 하숙'에서 한국인들은 너무도 그리웠던 고국의 맛에 감격했다. 외국인들은 색다른 한국의 음식을 맛보고 감탄했다. 그들을 놀라게 한 건 '맛'이었겠지만, 그들을 감동시킨 건 '정성'이 아니었을까? 따뜻한 음식과 그 안에 담긴 더 따듯한 마음은 지친 순례자들을 위로하고, 그들에게 다시 걸어갈 힘을 주었을 게다. 차승원, 유해진, 배정남의 뜨거운 환대를 받고 다시 순례길에 오른 순례자들은 그 기억을 평생토록 기억할 것이다. 


그걸로 끝일까? 아니다. 순례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스페인 하숙'에서 경험했던 환대는 잊히지 않으리라. 그 중의 어떤 이들은 자신이 받았던 환대를 또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그 대상은 주변의 누군가일 수도 있고, 어쩌면 (순례길에 올랐던 자신처럼) 여행을 떠나 온 생면부지의 누군가일 수도 있다. 김영하가 찾은 답처럼, 환대는 순환하고 그리하여 세상은 조금씩 더 살 만한 곳으로 변해갈 것이다. 


지난 26일 방송된 <스페인 하숙> 7회의 시청률은 11.687%로 껑충 뛰어올랐다. 순례자들이 받았던 환대, 그 감동이 시청자들에게도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나영석 PD는 <스페인 하숙>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좀더 명확히 드러냈다. 그의 전매특허인 '여행'과 '요리'가 '환대'라고 하는 이미지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런 환대가 절실한 장소였고, '차배진'은 나 PD의 세계관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는 환대자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