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손님 쫓는 불친절 사장님, 백종원은 "이러면 안 된다"고 분노했다

너의길을가라 2020. 10. 15.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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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27번째 골목인 동작구 상도동을 찾았다. 동작구는 상업기능이 발달한 영등포구와 서초구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 주로 주거지역으로 활용되고 있다. 2008년 8월 7호선 상도역이 개통되긴 했지만, 골목상권은 여전히 침체되어 있다. 상업기능지역 비율이 고작 2.95%에 불과해 서울자치구 중 최하위 상권을 가진 곳이 바로 동작구이다.

첫 번째 식당인 잔치국숫집은 망한 가게 업종을 그대로 재오픈한 케이스였다. 부동산에서도 말렸지만 사장님의 고집을 꺾진 못했다. 사장님은 자신의 국수에 대해 99점을 줄 정도로 음식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맛은 있는데 손님이 왜 늘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장님은 자신도 의아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사장님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 사장님의 자신감은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드러냈다. 백종원은 잔치국수에 올라간 고명을 문제삼았다. 김가루, 파, 고춧가룻와 깨만 넣고 4,000원을 받는다면 결코 싼 게 아니라는 얘기였다. 그는 근처 프랜차이즈 국숫집에서 포장을 해와서 비주얼과 가격 경쟁력을 따져보기로 했다. 참고로 백종원이 주문한 국수의 가격은 3,500원이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백종원은 특색이 없는 잔치국수라고 혹평했다. 평범한 국수가 저렴하지도 않으니 손님들이 올 리가 없었다. 대학가라는 지리적 특성에도 맞지 않았다. 다른 메뉴인 두루치기덮밥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양념에 재워뒀던 냄새가 강했고, 간은 전체적으로 약했다. 개성이 부족하면 가격경쟁력이 있거나 맛이 뛰어나야 했는데, 잔치국숫집은 이도저도 아니었다.


이름부터 생소한 닭떡볶이집은 아예 간판도 없는 상태였다. 백종원은 식당 외관만 보고 닭떡볶이는 거의 팔리지 않을 거라 예측했다. 8년 동안 현장식당 겸 분식집으로 운영하다 1년 전 상호를 변경한 닭떡볶이집은 하루 매출액 10만 원 정도의 영세한 식당이었다. 백종원의 예상대로 닭떡볶이는 한 달에 한 번 주문이 들어온다고 했다. 사실상 분식집이나 다름 없었다.

주문이 거의 들어오지 않으니 사장님도 레시피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작진이 찾아갈 때마다 다른 레시피로 조리된 닭떡볶이가 나와 황당케 했다. 과연 맛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한 숟가락을 먹어본 백종원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감돌았다. 그는 당최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며 욕을 하거나 중독되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평가했다. 호불호가 확연히 갈릴 거란 얘기였다.

사장님의 추천대로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자 오묘한 맛은 더욱 극대화됐다. 물론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정인선은 굳이 먹고 싶지 않다며 숟가락을 놓았다. 반면, 김성주는 입맛에 맞는다며 그릇을 싹 비워냈다. 제작진까지 참여한 현장투표 결과는 4:4로 박빙이었다. 백종원은 김가루와 참기름 없이 맛을 낼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며 도전정신을 불태웠다. 과연 닭떡볶이의 변신은 가능할까.

 


"사장님 진짜 장사 너무 심하게 하시는구나. 이러면 안돼요. 손님한테 이렇게 얘기하면.."

하와이언 주먹밥집은 오랫만에 '빌런'의 향기를 느끼게 했다. 바꾸지 않은 간판, 자리 없는 홀 등 사장님 편의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심각한 건 남편 사장님의 장사 태도였다. 그는 오전에 미리 주먹밥을 만들어 진열해놓고 그대로 손님들에게 판매했다. 시식을 위해 음식을 준비해 달라는 백종원에게 "되어 있긴 한데, 다시 해드릴까요?"라고 묻기도 했다.

남편 사장님의 응대는 불쾌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말투는 퉁명스러웠고, 친절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백종원에게도 저리 대하는데 하물며 다른 손님들에겐 어떠했겠는가. 친절 하나가 식당의 이미지를 얼마나 바꿔놓는지 사장님은 모르는듯 했다. 사장님은 2018년부터 장사가 잘 되지 않았고, 화와이언 주먹밥집으로 업정을 변경한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며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사장님은 모른다고 했지만, 백종원은 그에 대해 한 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그는 남편 사장님이 손님을 다 쫓았을 거라고 추측했다. 실제로 장사가 잘 되지 않기 시작한 시점은 옆에서 전파사를 하던 남편이 식당에 합류한 시기와 맞아떨어졌다. 우연의 일치일까. 손님이 붐비던 식당도 사장님이 손님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고꾸라질 수 있다는 걸 사장님만 모르고 있었다.

"사실 장사라는 게 음식을 판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음식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음식은 당연한 거고 알파가 커요. 감성 장사인데.."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요식업계가 심대한 타격은 입은 건 명백한 사실이다. 올해 5월 음식점 평균 매출은 779만 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작년 같은 달 1,453만 원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이다. 프랜차이즈 등 대형 외식업체가 입은 데미지도 크겠지만, 상대적으로 영세한 식당들의 피해는 훨씬 더 클 것이다. 골목상권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백종원의 골목식당>만 봐도 단지 코로나19의 영향이라고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식당들이 눈에 띤다. 가격 경쟁력도 없고 맛도 평범한 식당들, 간판도 바꾸지 않은 채 손님들이 찾아오길 바라는 식당들, 손님에 대한 배려나 친절함 없이 사장님의 편의 위주인 식당들이 얼마나 많은가. 물론 어려운 시기라는 걸 잘 알지만, 요식업계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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