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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백치미' 논란, 웃음 주는 미주가 위축되지 않길!

너의길을가라 2021. 11. 11.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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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발함도, 예리함도 사라진 MBC <놀면 뭐하니?+>를 보면서 소위 빵 터지는 순간은 미주가 등장할 때이다. 'JMT(111회)' 최종 면접에서 사자성어를 한 글자씩 풀어 설명하는 창의성과 정성,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센스를 보며 배꼽을 잡았다. 지난 주 방영됐던 '뭉치면 퇴근(112회)'은 사실상 어색한 관계인 정준하와 미주의 '친해지길 바라'에 가까웠다.

또, 프리스타일 'Y(Please Tell Me Why. Feat. 정희경)' 커버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놀면 뭐하니?+>가 정기적으로 커버 무대를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새롭게 합류한 미주 덕분이다. 미주의 음색을 접한 시청자들은 '찢었다'며 감탄했다. 그만큼 <놀면 뭐하니?+> 안에서 미주의 역할이 커졌다. 웃음이면 웃음,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미주의 전성시대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미주를 둘러싼 논쟁 아닌 논쟁이 있었다. 지난 9월 24일 열린 MBC 시청자위원회 회의에서 김윤미 시청자위원은 "미주씨가 보여주는 캐릭터에 불편함이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이 내용이 기사화되며 뒤늦게 논란이 불거졌다. 김 위원이 불편함을 느꼈던 지점은 <놀면 뭐하니?+>에서 미주의 캐릭터가 '예쁘고 섹시한 백치미 캐릭터'로 비친다는 점이었다.


김 위원은 "옛날엔 불편하지 않았지만 젠더감수성 이야기도 많이 하고 특히 젊은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미주의 캐릭터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전진수 MBC 예능기획센터장은 "이미주 씨의 캐릭터 관련해서 섹시한 백치미 캐릭터라는 우려를 하셨는데 그런 캐릭터를 필요로 해서 섭외를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건 박진경 카카오M CP였다. 2019년에 MBC를 퇴사한 그는 자신의 SNS에 "내가 14년 다닌 MBC를 때려친 이유 중 하나잖오. 이런 느낌의 의견들에 저자세로 꼬박꼬박 답변해줘야 함"이라는 글을 게시하며 김 위원의 지적에 저격했다. 이후 논란은 확산됐다. 예능에 출연하는 여성 출연자의 캐릭터를 두고 벌어진 이와 같은 의견 충돌을 어떻게 봐야 할까.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은 김윤미 시청자위원이 미주를 비판하거나 공격할 의사로 발언을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독보적 프로그램인 <놀면 뭐하니?+>에서 여성을 다루는 데 있어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발언을 했는데, "발언이 글 기사로 전달되면서 대화 맥락이 누락되거나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미주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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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노파심이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건 미주에 대한 평면적 이해다. 미주라는 여성 엔터테이너를 단순히 '(예쁘고 섹시한) 백치미 캐릭터'로 해석하는 게 옳을까. 또, 제작진이 그렇게 다뤘다고 볼 수 있을까? 미주가 각종 퀴즈에서 자신의 '무지'를 보여준 건 맞지만, 프로그램 차원에서 캐릭터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주는 이미 tvN <식스센스> 등을 통해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데, 시청자들은 불편함을 느끼기보다 그의 솔직함에 웃음으로 호응했다. 예능에서 웃음을 위한 희화화는 불가피하다. 스스로를 '바보'라고 칭하는 김종민을 비롯해 '깡깡이'를 자처하는 SBS <런닝맨>의 양세찬을 불편하다고 지적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다면 왜 유독 미주는 그런 대상이어야 할까.

미주는 '아는 척', '잘난 척'의 대척점에 있다. 그는 자신이 모르는 게 많다는 걸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단지, (몰라도 사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특정 상식에 약할 뿐이니까. 그럴 때 미주는 주눅들고 침체되지 않고 오히려 배우고자 하는 열의를 보인다. 시청자들은 그런 미주의 솔직한 모습에 반한 셈이다. 그것이 미주의 매력이다.


미주가 여성 출연자가 뿌리내리기 힘든 예능에서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가뜩이나 여성 출연자가 남성 출연자에 비해 까다로운 평가를 받는 풍토에서 말이다. 본인의 힘과 매력으로 거둔 성과이기에 더욱 박수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그의 희화화는 문제삼을 만큼 불쾌하지 않다. 물론 일부 노파심과 우려를 이해하지만, 그 분석이 지나치게 평면적이라는 점은 아쉽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미주가 자신의 매력을 잃지 않는 것이다. 일부 지적에 위축되지 않길 바란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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