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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제국' 몰락의 책임을 '살구 아재'에게 돌리지 말라!

너의길을가라 2016. 9. 2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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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 아재'를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53)의 별명은 '살구 아재'다. 양쪽 볼이 빨갛게 익은 살구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만큼 류 감독은 팬들에게 아주 친숙한 감독이다. 올해 초만 해도 위의 질문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아니, 성립조차 하지 않는 질문이었다. 삼성 라이언즈는 2011년 류 감독의 부임과 동시에 페넌트레이스를 5년 연속 우승했고,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비록 작년 두산에 패배하면서 다소 빛이 바라긴 했지만, 그가 거둔 업적은 그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위업(偉業)이었다.



그런 류감독의 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마무리 된다. 2013년 시즌이 끝난 후 맺었던 3년의 계약이 곧 만료된다. 삼성의 구단 고위 관계자는 "아직은 시즌 중이다. 시즌이 끝난 뒤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타이밍이라는 게 참 묘하다. 만약 류 감독의 계약이 작년에 끝났다면, 당연히 두둑한 연봉과 함께 재계약이 이뤄졌을 것이다. 하필이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지금, 계약이 만료될 게 무엇이란 말인가.


삼성 라이온즈는 KBO리그 출범한 1982년 이래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구단 역사상 최다패가 2009년의 '69패'였지만, 올해는 이미 '73패'를 당했다. 물론 경기 수가 늘어난 것을 감안해야 겠지만, 지난 5년을 떠올려본다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확연하다. 최근 3연승을 기록하며 7위까지 순위가 올라갔지만, 한 경기만 삐끗하면 9위까지 추락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위치다. 더 이상의 반등이 없다면, 1996년 '6위'를 깨고, 최악의 순위를 기록할 판이다.



분명, 객관적인 팀 성적은 나쁘다. 그렇지만 '삼성 제국'의 갑작스러운 몰락에 대한 책임을 류중일 감독에게 미루는 게 합당할까? 물론 감독은 짧게는 한 경기를 책임지고, 길게는 한 시즌은 관리한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팀'을 구성하는 작업은 '구단'의 몫이다. 다시 질문을 해보자.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류중일 감독에게 객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팀을 만들어 줬는가? 대부분의 야구 팬들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1. 마운드 주축들의 이탈


임창용(40) : 방출(뒤 기아로 복귀)

안지만(33) : 계약해지 요청 중

윤성환(35) : 시즌 초 훈련 차질


지난해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됐던 3명의 선수들의 공백은 뼈아팠다. 선발과, 계투진, 마무리의 핵심 선수들이 빠지는 바람에 마운드가 완전히 붕괴됐다. 새판을 짜야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무엇보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임창용은 아예 기아로 둥지를 옮겼고, 안지만은 결국 계약 해지가 요청된 상태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윤성환의 경우 6개월의 공백을 끝내고 복귀해 11승(10패)을 거뒀지만 작년에, 거둔 승수(17승)에 비하면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2. 최악의 성적을 거둔 외국인 선수들


아롬 발디리스(발목 수술로 방출)

44경기 출전, 타율 0.266, 8홈런, 33타점

콜린 벨레스터(방출)

3경기 출전, 3패, 평균 자책점 8.03

앨런 웹스터(종아리 부상으로 방출)

12경기 출전, 4승 4패, 평균자책점 5.70


아놀드 레온(부상으로 1군 제외)

2경기 출전, 1패 평균자책점 11.25

요한 플란데(24일 넥센 전 등판, 6⅔이닝 7실점)

11경기 출전,  2승 5패 평균자책점 7.56


애초에 영입됐던 3명의 외국인 선수는 모두 방출됐다. 롤린 벨레스터와 앨럽 웹스터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롭게 영입된 두 명의 투수 아놀드 레온과 요한 플란데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아놀드 레온의 경우에는 고작 2경기를 출전하고 어깨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먹튀'의 대명사인 카리대의 악몽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입됐던 4명의 외국인 선수가 거둔 승수는 고작 6승에 불과하다. 두산의 더스틴 니퍼드가 혼자 거둔 승수가 21승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차이가 훨씬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3. FA 박석민의 이탈, 부상 병동이었던 한 시즌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장이었던 박석민(NC)을 잡지 못했던 건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역대 FA 최고액인 4년 계약에 96억원은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객관적으로 부족하지만, 대안(조동찬)도 있었다. 문제는 선수들이 부상으로 차례차례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구자욱(허리), 차우찬(가래톳), 조동찬(오른쪽 대퇴사두근), 박한이(무릎), 장원삼(허리) 등 구단의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해야만 했다. 순위 경쟁은 고사하고, 비벼볼 힘조차 갖지 못했다. 


선수들의 부상에 대해서는 류 감독도 할 말이 없다. 선수들의 몸상태를 체크하고 점검하는 건 감독의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그 외의 문제들은 좀 다르다. 원정 도박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의 경우엔 '사생활'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류 감독의 실책이라 보긴 어렵다.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실패한 건, 근본적으로 구단 스카우트팀의 책임이다. 어떤 선수를 영입하는 게 좋을지 리스트를 작성해 추천하는 건 전적으로 스타우트 팀의 역량이기 때문이다. 




"용병이 엉망이 됐든, 부상선수가 많든 감독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게 감독의 역할"이라는 류 감독의 말은 원칙적으로 옳은 것이지만, 그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로 새기는 게 마땅하다. 지난 5년동안 류 감독의 지도력은 충분히 인정받았다. '선수빨'이라며 그를 깎아내리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5년 연속 정규 시즌을 재패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삼성 라이온즈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류중일이 아닌 대안이 존재하는가? 


제일기획으로 야구단이 이관되면서 '허리띠 조르기'가 시작된 마당에, 당장 이번 시즌이 끝나면 투타의 핵심인 차우찬(12승 5패)과 최형우(0.371, 29홈런, 136타점)가 FA가 된다. 지금까지의 분위기만 놓고 봤을 때, 삼성 라이온즈가 두 선수를 잡을 확률은 매우 낮아 보인다. 어찌보면 다음 시즌부터 제대로 된 '암흑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류 감독에게 다음 시즌에도 계속 삼성 라이온즈에 남아달라고 요청하는 게 '미안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팬들은 여전히 류중일 감독이 남아주길 바란다. 적어도 그에게 '삼성 제국' 몰락의 모든 책임을 미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진짜 책임은 '구단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있으니까. 삼성 팬들은 지난 5년 동안, 류중일 감독 때문에 행복했고, 다른 구단의 팬들이 누릴 수 없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의 리빌딩은 삼성을 가장 사랑했던 선수이자 코치였고, 지금은 감독인 류중일에게 맡기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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