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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벌한 집착견 만난 강형욱, '반려견에게 과한 애정은 독'이라 경고했다.

너의길을가라 2020. 4.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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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렇게까지 말해요. 이런 행동은 시바견들의 시그니처다. 꽤나 많은 시바견들이 이런 문제로 의뢰가 들어와요."

일본을 대표하는 개, 시바견은 보호자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충견으로 경계심이 강한 편이다. 지난 13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등장한 이백이는 태어난 지 10개월 된 암컷이다. 사람들을 좋아하고, 다른 강아지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등 사교성이 좋은 편이었다.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 보였던 이백이는 갑자기 돌발 행동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모니터를 지켜 보고 있던 제자 이경규와 이유비, 초대 손님 (소녀시대의) 유리는 경악하며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아마 시청자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으리라. 그러나 강형욱 훈련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시그니처'와도 같다며 흔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강 훈련사가 언급한 시바견의 '이런 행동(문제)이란 무엇이었을까.

이백이는 아직까지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는데, 보호자가 자신의 물건을 치우려고 하면 발을 공격하거나 손을 물었다. 좀처럼 입집을 멈추지 않는 이백이로 인해 보호자의 손은 상처투성이였다. 처소를 할 때마다 이와 같은 기싸움을 벌어야 했다. 이백이는 빗질을 할 때도 공격성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보호자를 위협했다. 겁에 질린 보호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절절맸다.


강 훈련사는 어린 시절 이빨이 간지러울 때 하는 이갈이, 장난으로 했던 행동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지적했다. 이백이는 뭔가 불만이 있을 때마다 보호자를 무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고 원하는 바를 쟁취했다. 이미 습관처럼 굳어진 공격성은 수시로 발현됐고, 그때마다 보호자는 겁에 질려야 했다. 더 이상 공존을 꿈꿀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낯선 사람이 왔는데 그 사람을 반기고 그 다음에 먹는 행위를 하게 되면 좋아하는 감정도 커지지만 소유욕도 커진다는 거예요. 입만 핥는 것도 약간 이상해요. 정말 반기는 개는 몸을 비비고 친근감을 표시해요. 입을 핥아도 조심스럽게 핥아요. 그건 소유욕이에요. 아주 집착적으로 입을 핥죠."

카메라로 관찰한 이백이의 모습은 이상하기만 했다. 이경규와 유리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반기는 것처럼 보였지만, 유독 입만 핥는 행동을 반복했고 이후에는 물을 마셨다. 강 훈련사는 그것이 소유욕에 기반한 행동이라는 걸 간파했다. 또, 이백이는 (일반적인 개처럼) 보호자의 옆에 앉지 않고, 사람들의 중심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보호자는 평소에도 이백이가 자신들의 곁에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번에는 이경규가 장난감을 옮겨보기로 했다.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낯선 사람이 물건을 옮겼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잔뜩 경계 태세를 갖춘 이백이는 끝내 공격성을 보이며 이경규의 손을 향해 달려들었다. 재빨리 손을 숨겨 물리는 건 피했지만, 이백이는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이 이 집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렸다. 이백이는 몰이까지 하며 이경규를 구석으로 몰아갔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건데.. 의식 같은 거죠, 주변을 경계하기 위한. 재미있게도 보호자님들과 형님(이경규)와 유리님이 방에 들어가 버리면 안 놀 겁니다. 노는 걸 보여줘야 되거든요."

강 훈련사의 예측대로 사람들이 모두 방 안으로 들어가자 이백이는 더 이상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않았다. 언제 그랬냐는듯,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사람들이 나오자 소파에 앉아서 다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이백이의 행동의 목적은 뚜렷했다. '쇼잉(showing)'이었다. 이백이는 (다른 시바견에 비해) 영리했고, 상태도 심각한 편이었다. 이제 강 훈련사가 나설 차례였다.

훈련은 세 단계로 진행됐다. 우선, 목줄에 익숙해지는 게 첫 번째였다. 그건 기본 규칙을 알려주는 아주 기초적인 훈련이었다. 물론 이백이의 저항은 만만치 않았다. 역시나 공격성을 띠며 강 훈련사의 손을 여러 차례 물었다. 그럼에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이백이는 심하게 발버둥을 치며 울부짖시 시작했다. 보호자들은 괴로워 했지만, 강 훈련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했다.

다음은 빗질이었다. 평소와 같았으면 대치 끝에 포기하고 말았을 일이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목줄을 짧게 쥐도록 한 후 조금씩 자극을 높여가는 방식으로 빗질을 시도하라고 지시했다. 처음에는 빗의 뒷면을 뒷목 부위에 살짝 대게 했고, 다음에는 살짝 긁는 느낌으로 빗도록 했다. 그런 후에는 방을 한 바퀴 돌면서 이백이의 스트레스를 낮춰주었다. 다행히 이백이는 빗질에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제 가장 큰 산이 남았다. 바로 이백이의 강력한 소유욕을 없애는 훈련이었다. 우선, 장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심어주는 작업이 필요했다. 거실 중심에 대한 소유욕과 소파에 대한 집착을 버릴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강 훈련사는 소파로 향하는 이백이를 가로막아 주저앉혔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이백이 옆으로 접근해 (이백이가 머물러야 하는 장소인) 방석으로 옮겨가게 했다.


"이백이 건들지 말아야 해요. 말 걸고 건드리고 만지고, 그걸 먼저 안 해야 해요."

강렬하고 끈질긴 저항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강 훈련사는 끝내 이백이의 '항복'을 받아냈다. 여기에서 항복이란 이백이가 규칙을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했다. 손이 수 차례 물리는 아픔을 겪고,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연기를 하는) 이백이에게 현혹되지 않았던 뚝심이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자신의 자리가 바뀐 것을 인식한 이백이는 새로운 규칙 속에서 자신의 소유욕을 억제할 수 있게 됐다.

도대체 무엇이 이백이의 공격성을 극대화했던 것일까. 강 훈련사는 그것이 '과한 애정'이라고 지적했다. 반려견에게 보호자의 애정은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과한 애정은 반려견에게 독이 된다. 강 훈련사는 반려견에게 애정만을 주다보면 되려 공격적인 모습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그 일방적인 애정이 나중엔 집착과 소유욕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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