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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들에게 무시받는 엄마, 오은영의 한마디에 오열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21. 2. 6.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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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와 대화가 안 되고, 사이가 더 멀어질까 걱정돼서 나오게 됐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을까. 관계는 점점 악화되고,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막막한 심정 말이다. 지난 5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14살 예비 중1 아들(금쪽이)과 8살 예비 초1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가 출연했다. 아빠는 금쪽이가 평범한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여기고 기다려주자는 입장이었지만, 엄마의 생각은 정반대였다.

엄마는 왜 금쪽이가 범상치 않은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얼마 전의 일이었다. 난도질 돼 있는 인형을 발견하고 금쪽이에게 "이거 엄마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했냐?"라고 물었더니 "엄마였으면 형체도 안 남았거든요?"라는 대답이 돌아와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또, 타는 냄새가 나서 봤더니 금쪽이가 화장실 휴지통에 불을 지르고 있었다고 했다.

금쪽이의 일상은 어떨까. 그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 금쪽이도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또, 컴퓨터 앞에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져 들었고, 친구들과 통화를 하며 그들만의 세계에 몰입했다. 엄마 입장에서 그런 아들이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금쪽이의 방으로 불쑥 찾아간 엄마는 "야!"라고 부르더니 소리를 줄이고 게임을 조금만 하라고 경고했다.


한 차례 갈등이 있은 후 3시간이 지났지만, 금쪽이는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참다참다 화가 난 엄마는 게임을 끄라고 소리쳤다. 금쪽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좀더 하겠다며 버텼다. 그러자 엄마는 금쪽이가 착용 중인 이어폰을 강제로 벗겨 버렸다.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아들을 대하는 엄마와 사춘기의 전형적인 눈빛과 말투로 엄마를 무시하는 아들 간에 익숙한 실랑이가 이어졌다.

엄마는 답답한 마음에 금쪽이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겉돌기만 했다. 엄마는 무시당한다는 느낌에 화를 내기 시작했고, 기분이 상한 금쪽이는 아예 자리를 이탈했다. 이쯤에서 오은영은 'STOP'을 외쳤다.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장면이었다. 일상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은영은 할 말이 너무 많다고 했다. 그는 무엇을 본 걸까.

"아이들 부를 때 '야!' 이거 좀 하지 맙시다."
"우리가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게.. 게임이 나쁜 걸까요?"

오은영은 아이들을 부를 때 "야!"라고 부르지 말자고 강력히 제안했다. 호칭은 곧 서열(권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가정 내에서 "야!"라고 했을 때 억울한 사람은 나이 어린 자녀들일 것이기에 하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름을 불러주면 될 일이다. 김춘수 시인의 저 유명한 시처럼,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에야 꽃이 되는 법이니 말이다.


또, 게임이 과연 나쁜 것인지 의문을 던졌다. 금쪽이 엄마처럼 부정적 인식을 갖고 일방적으로 차단하려고 하면 소통의 기회를 잃게 될 뿐이다. 실제로 서로 간의 이해 부족으로 대화가 단절됐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오은영은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라고 했다. 그건 수용적 자세를 의미한다. 아이의 관심사를 인정하면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거라는 뜻이었다.

이용 시간 및 게임의 종류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부모는 그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정형돈은 그랬다가 8시간씩 한다고 하면 어떡하냐고 반문했다. 물론 처음에는 많은 시간을 확보하려고 할 수 있지만, 적당한 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함께 의논하는 훈련을 통해 아이들에게 책임감을 길러줄 수 있다고 했다. 조급함을 떨치는 게 중요하다.

"가족이 행복한 모습을 딸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맨날 화난 엄마만 보여주니까 너무 마음이 급해요. 둘다 망가뜨릴까봐."

두 사람의 대화 아닌 대화는 이어졌다. 엄마는 공격적인 어조였고, 금쪽이는 휴대전화를 만지며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휴대전화 부숴버리기 전에 내려놔라!" 화가 치민 엄마는 윽박질렀다. 금쪽이는 철저히 엄마와의 대화를 차단했다. 감정이 격해진 엄마는 "아이C, 입에 본드 붙였냐고!"라고 소리치며 가방 검사를 하더니 학원에 안 갔던 일을 끄집어 내 혼냈다. 금쪽이는 여전히 단답형이었다.


오은영은 사춘기는 '춘래불사춘(봄은 왔건만 봄 같지 않다)'과 같다며 이 시기에 몇 가지만 안 해도 수월하게 넘어갈 수 있다며 '사촌기 자녀 존중법 5가지'를 제시했다. 그건 아들 방문 벌컥 열지 않기(노크 필수), 함부로 이불 들추지 않기, 과도한 스킵십 자제하기, 오래 샤워한다고 잔소리하지 않기, 아들의 사생활 존중하기(휴대전화, 인터넷 기록, 일기 염탐 금지)였다.

핵심은 결국 존중이었다. 의존에서 독립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청소년기(사춘기)를 지나가고 있는 아이들을 한 인격체로 인정하라는 의미였다. 금쪽이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니 말이다. 오은영은 이쯤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금쪽이는 말을 잘 드는 아이일까, 잘 듣지 않는 아이일까. 아빠의 대답은 전자였고, 엄마의 대답은 후자였다. 두 사람의 생각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그건 '말을 잘 듣는다'에 대한 개념 차이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엄마가 생각하는 '말을 잘 듣는다'의 의미는 순종, 공손, 고분고분이라고 지적했다. 그 기준으로 금쪽이를 보면 기준 미달일 수 있지만, 금쪽이는 말을 잘 듣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대답만 안 했을 뿐 엄마의 지시에 곧바로 순응했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엄마의 표현처럼 벼랑 끝에 있는 아이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춘기 아이들의 말대꾸를 인정해 줘야 해요."

오은영은 사춘기 아이들의 말대꾸를 인정하라고 덧붙였다. 표현 방법이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건 대드는 게 아니라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엄마만의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면 갈등만 양상될 뿐이다. 엄마는 아이의 태도를 확대 해석하게 되고, 아이를 올바로 보지 못하고 감정이 앞선다. 강제적으로 엄마의 위치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한편, 오은영은 엄마의 화에 집중했다. 새해를 맞아 떡국을 끓인 엄마는 금쪽이를 불렀지만, 금쪽이는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만 만지고 있었다. 엄마는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해 화가 났던 것이다. 오은영은 엄마의 마음 깊은 곳에 '인정을 받느냐, 못 받느냐'의 큰 주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편과의 대화에서도 '무시'는 중요한 테마였다. 엄마가 해결해야 할 숙제였다.

"엄마 안에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였다. 1녀 1남의 장녀였던 그의 동생은 태어날 떄부터 녹내장을 앓았다. 친정 엄마는 동생을 치료하기 위해 먼 길을 왕래하며 고군분투했다. 부모님의 모든 신경은 동생에게 향했다.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게다. 인정에 대한 결핍은 엄마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남겼다. 성인이 된 후에도 일상 속에서 그 결핍이 건드려지면 무시당한다고 느끼며 화가 났던 것이다.

얼마나 외롭고 힘겨웠을까. 오은영이 마침내 엄마의 내면을 건드리자, 엄마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부모에게도 할 수 없었던 상처였다. 혼자서 평생을 안고 살았던 아픔이었다. 엄마는 가슴을 부여잡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스튜디오를 잠시 떠나야 했다. 오은영은 묵묵히, 그리고 따스한 눈빛으로 엄마를 지켜봐주었다.

한바탕 눈물을 쏟아낸 엄마는 그제야 후련해진 듯했다.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고 극복할 수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리라. 엄마가 회복되는 걸 확인한 오은영은 5가지 금쪽 처방을 제시했다. 1. 화가 나도 3분만 참아라. 2. 일단 허락했으면 아이를 끝까지 믿어라. 3. 아이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고 인정하라. 4. 먼저 듣고 나중에 말하라. 5. 지적보다는 제안이 좋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우리 금쪽이라고. 근데 말로만 그렇게 하고 행동은 아니었던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금쪽이 되게 착하고 해맑고 멋진 아이인 걸 엄마도 알아. 근데 인정 안 해줘서 너무 미안해. 엄마가 앞으로 금쪽이에게 잘할게.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스스로를 2점짜리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금쪽이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대화에 나섰다. 이전과 달리 윽박지르거나 소리치지 않았다. "야!"랴가 부르지 않고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주었다. 칭찬하고 인정해 주었다. 사과하고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엄마의 진심을 마주한 금쪽이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어쩌면 금쪽이도 엄마의 인정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

금쪽이는 스스로 게임 시간을 정했고, 이후로는 조금씩 줄여나갔다. 통제가 사라지자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엄마는 금쪽이가 하는 게임을 함께 해보며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금쪽이의 방문에 문패를 달아 금쪽이의 사생활을 존중하도록 했다. 또, 어릴 적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추억을 다져 나갔다. 이렇듯 엄마가 달라지자 금쪽이도 놀라운 변화를 보여줬다. 웅크리고 있는 내면의 아이를 마주하게 도와준 오은영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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