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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결과로 귀결된 <K팝스타6>에 대한 '음모론'을 써보자

너의길을가라 2017. 4.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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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넌과 민아리(전민주 · 이수민 · 고아라)가 탈락했다. 그리고 보이프렌드(김종섭 · 박현진)와 퀸즈(김소희 · 크리샤츄 · 김혜림)가 결승전에 진출했다. 다소 맥이 빠지는결과였다.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결승전에 진출한 두 팀의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에 납득할 만 했지만, 그 의심의 여지없는 결론이 못내 아쉬웠다. 반전은 없었다. 아니, ‘반전’의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다. 시청자들은 이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쯤에서 절반 정도의 진지함과 절반 정도의 흥미를 담아 SBS <K팝스타6> 에 대한 ‘음모론’을 제기해보도록 하자.

 


보이프렌드(김종섭 · 박현진) : 295점

퀸즈(김소희 · 크리샤츄 · 김혜림) : 280점

민아리(전민주 · 이수민 · 고아라) : 277점

샤넌 : 277점

 

<K팝스타6>는 심사위원 점수 60%와 문자 투표 · 음악 사이트 투표 40%를 더해서 결과를 산출한다. 후자를 편하게 ‘시청자 투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이번 TOP4가 펼친 세미파이널 무대에 대한 세 명의 심사위원의 합산 점수는 위와 같다. 그러니까 심사위원 점수대로 순위가 결정된 셈이다. 오해는 마시라. 시청자 투표 무용론을 제기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K팝스타> 측에서는 문자 투표와 음악 사이트 투표 결과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 투명하지 않은 방식은 아쉬움이 남는다.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샤넌과 민아리의 팬덤이 퀸즈의 그것을 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들의 점수 차이는 고작 3점에 불과했다. 브이프렌드와 퀸즈의 경우에는 15점이라는 차이 때문에 퀸즈가 보유한 팬덤의 규모가 보이프렌드에 미치지 못했다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샤넌과 민아리의 경우에는 확실히 대답을 할 수 있다. 서두에서 맥이 빠졌다고 말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고작 3점 차이를 뒤집을 수 없는 ‘고정된’ 상황, 변화를 만들어내기에는 ‘벅찬’ 상황, 문제는 이 구조를 (3명의 심사위원을 포함한) 제작진 측에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12일 방송이었다. ‘TOP8 생방송 진출전’이 시작되기 전, 박진영은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걸그룹 연습생들은 최종 팀 재편성을 합니다.”라는 뜬금없는 폭탄 발표를 한다. 살아남은 멤버들을 재조합해서 걸그룹을 두 팀으로 최종 확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우스운 이야기가 아닌가? 미리 방향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당시까지 3팀(2명 씩)이었던 걸그룹이 몇 팀이나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런 공언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 것일까? 마치 3팀이 모두 TOP6에 진출하는 게 ‘결정’돼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결국 TOP8에서 마은진이 탈락하면서 제작진이 구상했던 시나리오는 완성됐다. 2팀이 탈락해야 했지만, 2명 씩 3팀을 꾸리고 있던 걸그룹을 3명 씩 2팀으로 재편성해서 ‘강제로’ TOP6를 완성했다. 의문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왜 굳이 ‘재편성’이 필요했던 걸까. 이른바 ‘걸그룹 전문가’인 양현석과 박진영은 지금까지 펼쳐왔던 무대와 참가자들의 성격, 분위기, 캐릭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지만, 시청자들을 설득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했다. 가장 완벽한 ‘합’을 이뤘던 김혜림과 고아라를 왜 갈라놓아야 했단 말인가. 또, 동갑내기 김소회와 이수민은 왜 찢어져야 했을까.

 

문제는 퀸즈의 멤버인 김소희와 크리샤츄가 타 참가자들을 압도할 만큼의 인지도와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을 한 팀으로 모아 놓으니 사실상 ‘경쟁’은 불가능해졌다. 불과 3점 차이조차 뒤집을 수 없는 확고한 ‘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양현석은 YG위크를 맞아 민아리 멤버들에게 ‘너희들의 반전을 기대해’라고 덕담을 건넸지만, 그것이 어렵다는 사실은 그도 잘 알고 있었으리라.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던 민아리 멤버들(샤넌도 마찬가지였다.)을 보면 그들 역시 모르지 않았던 듯하다. 일종의 ‘밀어주기’였다는 ‘음모론’을 제기할 법 하지 않은가.



<K팝스타>는 시즌6, 그러니까 마지막 시즌을 시작하면서 과감한 선택을 했다. 연습생에게 문을 연 것이다. ‘재능’뿐만 아니라 ‘연습’까지 된, 그러니까 가다듬어진 원석들을 투입하겠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훈련되지 않은 ‘원석’은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 대표적인 예가 이성은일 것이다. "No, but it sounds good. (몰라요, 근데 듣기 좋잖아요."라는 말을 남기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는 놀라운 천재성을 보여줬지만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아쉬운 탈락이었다. 또, 유지니도 마찬가지였다. 석지수와 김윤희가 생방송에 진출했지만,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강세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었다.

 

‘기획 의도’라는 게 있다. 기존의 방식에서 방향을 틀어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건, 그만큼의 ‘결과’가 따라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연습생을 투입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했는데, 그로 인한 스토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제작진의 선택은 ‘실패’로 판명나기 때문이다. 이 실패를 인정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결국 <K팝스타6>는 보이그룹 vs. 걸그룹의 싸움으로 귀결됐다. 물론 그들의 실력과 노력을 폄훼할 생각은 없다. 김종섭과 박현진의 천재성과 대범함은 매번 감탄을 자아내고 전율스럽다. 김소희, 크리샤츄, 김혜림이 지닌 매력과 열정은 또 어떠한가.

 


"이번 시즌에 독특한 음악을 하는 친구, 싱어송라이터, 보컬리스트 친구들이 많이 약했어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있었지만, 이런 퍼포먼스형 참가자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굉장히 많습니다. 창작을 하거나 연주를 하는 친구들에게 음악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는 게 일반적인 패턴이 있는데, 아이돌 · 연습생, 상업적인 대중적인 음악을 하는 친구들에게 박한 게 사실입니다. 이 친구들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 중 하나가, 가장 정직하고 가장 힘든 무대를 꾸며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유희열의 말대로 <K팝스타6>를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이 분명 있다. 하지만 스페셜 무대를 꾸미기 위해 출연했던 백아연, 박지민, 이하이를 보면서 이번 시즌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짙어졌다. 마지막 시즌이라 더욱 그러했다.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더라도, 그저 목소리 하나만으로 시청자들을 울리는 출연자가 부재했다. 또, 솔로 대 그룹의 대결 구도는 불공정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만들었다. 거기에 자의적인 걸그룹 재편성은 의아함마저 들게 했다. 결론에 근거한 지나친 생각일까?

 

아쉬움이 남아 ‘음모론’을 은근슬쩍 제기해봤지만, 어찌됐든 룰은 룰이다. 또, 승복할 수 있을 만큼의 무대가 펼쳐졌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결승전이 남았다. 결승에 진출한 보이프렌드와 퀸즈, 어느 쪽이 우승을 차지하든 간에 후회 없는 무대를 펼쳐주길 기대한다. 또, 마지막 시즌인 만큼 심사위원들을 비롯해 그동안 K팝스타의 역사를 함께 했던 출연자들이 참석해 그야말로 대축제로 마무리되길 <K팝스타>의 오랜 팬으로서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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