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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구멍이 있는 옷을 입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는지, 왜 남에게 흉하게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왜 흉하게 보이는 것이 심지어는 예의에 어긋난다는 인상을 주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왜 구멍이 있는 옷은 흉하게 보이는 것이고 구멍 모양의 장식이나 무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나에게 가장 최초로 그런 계율을 주입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나의 정신은 이렇듯 오직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만 구성되었는데, 나 자신은 지금껏 그 사실을 모르면서 스스로를 자유인이라고 생각해왔던 것인지. 칼리의 티셔츠 구멍은 내 눈앞에서 점점 더 크고 또렷하게 인식이 되면서, 내 안에서 나를 차지하고 있는 텅 빈 공간의 존재를 각인시켜 주었다. 도시의 삶. 혹은 문명, 그 모든 도그마가 형성해놓은 구멍.
- 배수아,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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