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백종원이 시식을 거부했던 이유는 결국 '이것' 때문이었다

너의길을가라 2020. 10. 22. 15:42
반응형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2주차는 본격적인 솔루션에 앞서 '고민'하는 시기이다. 백종원은 첫 방문을 통해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개선할 방향을 제시한다. 사장님들은 지적받은 부분들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갖는다. 청결 상태를 점검받고, 맛을 객관적으로 평가받으며, 가게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에 대해 도전받게 된다. 물론 그 '수용'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이 과정이 원만히 이뤄지면 사장님들은 앞으로의 가게 운영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이 솔루션 과정은 생각보다 어렵다. 기존의 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사장님들은 새로운 변화에 두려움을 느끼거나 불편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반응도 더디게 나타난다. 그 상황을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보면 갈등은 한없이 증폭되지만, 솔루션의 과정으로 이해하면 흥미롭기만 하다.

잔치국숫집은 '경쟁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백종원은 프랜차이즈 국수를 포장해 와서 사장님의 국수와 비교 시식을 하도록 했다. 블라인드 시식 결과 정인선은 프랜차이즈 국수에, 김성주는 사장님의 국수에 한 표를 던졌다. 실제로 잔치국수는 맛의 차이로는 변별력을 갖기 힘든 메뉴이다.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500원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겠냐고 물었다. 사장님의 대답은 '없다'였다.

물론 저렴하지 않아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사장님의 국수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는 곳도 있지만, 그건 푸짐한 고명을 얹거나 장인의 맛이 느껴지는 등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는 경우였다. 그렇다면 사장님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백종원이 궁극적으로 묻고 싶었던 질문은 그것이었다. 맛집 탐사와 새로운 재료 활용을 통해 사장님만의 경쟁력을 찾는 게 솔루션의 시작이었다.

"거 참 묘하네."

백종원도 처음 맛본 맛을 구현한 닭떡볶이집은 지금의 '개성'을 유지할지가 고민이었다. 사장님은 아들이 추천했던 식당을 찾아가 닭떡볶이를 직접 먹어보고 맛을 비교했다. 분명 차이가 있었다. 사장님은 달달한 떡볶이에 가까웠다면, 그곳은 걸쭉한 양념의 닭볶음탕에 가까웠다. 사장님은 김가루와 참기름을 닭떡볶이에 넣었지만, 원래는 볶음밥을 할 때 넣는 용도였다.

결국 사장님의 착각이 새로운 맛을 창조해냈던 것이다. 유일무이한 이 개성을 유지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무난한 맛을 찾아야 할까. 백종원은 지금 이대로 해보는 걸 추천했다. 다만, 김성주의 조언대로 가슴살을 추가하는 등 닭의 부위를 섞어보고, 닭고기를 데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좀더 가다듬기로 했다. 회전율을 높이면서 닭의 잡내를 잡는 게 사장님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나 못 먹겠다고 얘기해버려야겠다. 먹기는.. 일단 먹을게요. (...) 솔직히 진짜 먹고 싶진 않아요."

하와이언 주먹밥집은 가장 난항을 겪고 있었다. 남편 사장님의 불친절한 접객 태도에 당황했던 백종원은 이후 시식조차 거부하려고 했다. 그 이유는 주방의 청결 상태가 너무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주방에는 방석이 생뚱맞게 놓여 있었고, 화구는 죄다 녹슬어 있어 있었다. 식용유 통은 더러웠고, 꽂혀있는 국자는 끈적끈적했다. 커피포트도 기름때가 잔뜩 껴 있었다.

주방 곳곳에 찌든때가 가득했다. 몇 년된 국수 면발이 떨어져 있기도 했다. 정직하게 보여주려 택한 오픈주방이었지만, 들여다 볼수록 더욱더 불편한 주방의 민낯이었다. 게다가 미리 부쳐놓은 햄과 달걀은 겉이 말라 있었다. 상온에서 3시간 이상 둔 재료들이었다. 백종원이 시식을 거부하고 싶어했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김성주는 정말 실망이라며 거듭 아쉬움을 드러냈다.

잘 되던 가게가 안될 때는 분명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와이언 주먹밥집 사장님도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백종원이 지적한 부분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남편 사장님이 말투였다. 속마음은 알 수 없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건 불친절한 말투였다. 백종원이 <골목식당> 3년간 전례가 없던 강력한 첫 만남이라 할 만큼 문제가 있었다. 쉽게 말해 손님을 쫓아내는 화법과 어투였다.

두 번째는 비위생적인 보관 방식이었다. 미리 음식을 만들어 놓고 상온에서 오랜 시간 보관하는 건 결코 위생적이지 않았다. 손님들 입장에서도 갓 만든 음식을 맛보고 싶지 않겠는가. 세 번째 과제는 음식이었다. 지금의 주먹밥은 맛도 경쟁력도 없어 보였다. 또, 컵라면을 덥혀서 제공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었다. 하지만 음식은 앞선 두 가지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한 후에 살펴볼 일이었다.

하와이언 주먹밥집의 가장 큰 관점 포인트는 역시 '친절'일 것이다. 김성주는 응대는 식사 후 계산을 하는 짧은 순간에도 발생하는데, 기분 좋은 응대는 설령 맛이 기대 이하였다고 해도 마음이 풀어지게 만드는 것이라 설명했다. 사실 '친절'은 손님 입장에서 재방문 의사를 결정짓는 매우 큰 요소이다. 매출 하락 시점과 남편 사장님이 합류한 시기가 공교롭게 맞물리는 게 단지 우연일까.

"긴장을 많이 하다 보니까 머릿속이 하얘져서.. 얘기를 하시는데, 다른 생각 없이 평소에 말하듯이 나온 거죠."

김성주는 동갑내기 남편 사장님과 접객 문제에 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세 번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자신의 화법을 영상으로 확인한 사장님은 반성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개선의 의지가 있어 보였다. 다만, 50년 동안 무뚝뚝하게 살아왔던 터라 고치는 게 쉽지 않았다. 김성주는 자신도 초창기 방송 생활을 하며 비슷한 고민을 했다며 경험담을 얘기하며 해결책을 공유해 나갔다.

솔루션 2주차, 세 곳의 식당은 각자의 과제를 떠안았다. 과연 사장님들은 올바른 방향을 잡고 제대로 숙제를 해낼 수 있을까. 특히 '친절한 접객'이라는 화두를 끌어낸 하와이언 주먹밥집 사장님의 변화가 가장 주목된다. 이미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만큼 가장 확실한 변화를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