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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물 좀 떠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남편 오정태 본문

TV + 연예/[리뷰]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아내에게 '물 좀 떠와',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남편 오정태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10. 12. 13:33



"밥 더 줘."


남자는 가만히 앉아서 여자에게 밥그릇을 내민다. 굉장히 자연스럽고, 당연스럽게 행동한다. 너는 내 밥그릇을 채워주는 사람이라는 듯 말이다. 말이라도 예쁘게 하면 모르겠다. 남자는 요청이나 부탁을 하는 게 아니다. 이건 분명 명령이다. 여자는 군소리 없이 빈 밥그릇을 들고 주방으로 향한다. 1991년에 방영됐던 MBC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네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의 한 장면이다.


고창환 가족의 남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여자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그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사실상 없다. 아기를 봐준다는 명분이 있으나 그마저도 '제대로' 한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식탁에 수저를 놓는 일마저도 손녀이자 딸인 하나에게 시킨다. 아마도 그걸 교육이라 생각하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남자들을 보고 자란 하나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고청환-시즈카 부부가 처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8회)했을 때, 고창환의 태도를 보며 의아했던 부분이 이제야 깔끔하게 해소됐다. 당시 고창환은 식사를 하다가 국을 다 먹자 말없이 그릇을 시즈카 쪽으로 내려놓았다. 그저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는 게 전부였다. 그러자 시즈카 역시 말없이 국을 채워주었다. 그리고 고창환의 식사는 다시 진행됐다. 아마도 7년 동안의 결혼 생활동안 그리 굳어져 왔던 모양이다. 


주방은 여자의 공간이라는 고창환의 가부장적인 태도는 그의 아빠에게서 배운 것이 틀림없다. 아빠의 "밥 더 줘"와 아들의 '탁'은 판박이처럼 똑같다. 그렇게 아들은 아빠를 닮는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도록 교육을 받는다.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들으면서 자라지만, 자신의 밥과 국조차 떠먹지 못하는 사람이 돼버리는 건 무엇 때문일까.



새롭게 출연하게 된 오정태-백아영 부부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튜디오에 출연해 VCR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오정태는 "화면을 봐도 짜증이 나네.", "답답해 죽겠네"라며 스스로 자조했을 만큼 최악이었다. 아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오정태는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뒤늦게 일어나서(물론 피곤했을 수 있다.) 그저 소파에 퍼져 있었다. MC 이현우가 "마지막 황제"라 말할 정도였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데 그제서야 화장실을 가고, 그 후에도 곧바로 식탁으로 오지 않고 휴대전화로 돈을 납부하느라 밥이 다 식어버렸다. 백아영은 식은 밥을 굳이 따뜻한 밥으로 바꿔주었다. 집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갑을 관계'에 가깝다는 말은 사실인 듯 했다. 오정태는 밥을 먹은 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설거지와 정리는 아내의 몫이었고, 그는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남편이 안 도와도 좋으니 자기가 어질러 놓은 걸 치우기만 해도 좋겠다.'

'남자들이 늦게 퇴근해서 집안일 못하다는 건 핑계다. 일찍 퇴근해도 안 할 남자들은 하지 않는다. 워킹맘들은 늦게 퇴근해도 오자마자 주방으로 달려간다.'


민지영-김형균 부부는 먼저 집에 들어온 사람이 식사를 준비한다고 한다. 얼마나 바람직한 모습인가?


지난 8일 통계청은 '무급 가사노동 가치 평가' 자료를 발표했는데, 2014년 가계 구성원이 대가 없이 집안일을 하며 창출한 가치는 361조 원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273조 원, 남성은 88조 원이었는데 여성이 남성에 비해 3.1배 많았다. 그러자 일부 남성들은 노동 시간이 많아 가사노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는 외벌이의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다른 통계를 살펴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변명이다.


남성들의 가사분담 시간은 하루 45분에 불과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2017년 7월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가사 분담률은 16.5%에 불과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의 하루 평균 가사 노동 시간은 3시간 27분으로, 남성의 58분보다 3.6배가 많았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은가? '함께' 있는 경우에도 가사 노동은 여성의 몫일 때가 대부분이다.


결국 집안일이라는 건 가족의 구성원인 남편과 아내가 협력해서 '공동'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각자의 사정과 상황에 맞게 분담해서 풀어가야 할 문제이고, 그것이 결혼 생활의 기본 중의 기본일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아직까진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결혼을 마치 '엄마를 대체할' 대상을 고르는 것이라 생각하거나 심지어 '가정부'를 두는 것으로 착각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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