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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에게 호통친 박명수와 문소리에게 애교 요구한 전현무, 남자 MC들 왜 이래?

너의길을가라 2021. 2. 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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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 예능에서 MC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시청자들이 영상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특별할 게 없다. 상황에 맞게 리액션만 잘하면 된다. 센스 있는 애드리브를 곁들여 웃음을 이끌어 내면 금상첨화다. 스튜디오에 출연자가 나와 있다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대화를 이끌어 나가면 된다. 하지만 최근 남성 MC들의 무례한 요구와 공감 능력이 결여된 코멘트가 문제되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TV조선 <아내의 맛>에는 아나운서 박은영은 역아(逆兒) 엉똥(태명)이를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둔위(臀位) 교정술을 받는 장면이 방송됐다. 태아는 임신 후기가 되면 머리를 아래로 한 자세를 취하는데, 그 반대가 될 경우 태아의 자세를 바꾸기 위해 병원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박은영이 둔위 교정술을 받기로 한 건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 때문이었다.

의사는 박은영의 골반에 들어간 엉똥이의 엉덩이부터 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쉽게 빠지지 않아 박은영은 결국 분만실로 향했다. 의사가 이리저리 애를 쓴 후에야 엉똥이의 엉덩이를 빼낼 수 있었다. 힘겨운 과정이었다. 박은영은 "엄마가 되는 일이 쉽지 않"다며 눈물을 보였다. 하나의 생명을 세상에 내보내기까지 엄마가 겪은 고통에 먹먹해지려는 순간 찬물을 끼얹은 이가 있었다.


"그 정도는 참아!" (박명수)

바로 MC 박명수였다. 그는 엉또의 엉덩이가 빠진 순간 박은영에게 "아프지는 않았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박은영은 느낌이 조금 불편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박명수는 대뜸 "그 정도는 참아!"라며 호통을 쳤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쓱해진 박은영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를 눈치챈 이휘재가 "애 엄마한테 왜 이래"라며 만류했지만, 박명수는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마도 박명수는 호통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기존의 패턴을 답습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역아에 대한 산모의 우려, 분만을 준비하면서 엄마로서 느끼는 두려움 등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그 정도는 참으라며 호통을 치는 건 매우 부적절했다. 박명수와 이휘재는 마치 영화를 감상하는 것마냥 "재밌다"는 리액션으로 일관했는데, 공감 능력이 결여됐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오빠'라고 하면 남자들은 여성을 조금 귀여워하는 것 같고.. 부부관계일수록 '내가 나이가 많지', '너는 나보다 어리지', '너는 나한테 귀여운 존재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는 마음이 있었어요." (문소리)

지난 30일 방송된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한 문소리도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었다. 그는 자신이 남편 장중환 감독보다 4살 어리지만, '오빠'라는 호칭을 쓰는 대신 '감독님', '여보'라고 부른다면서 그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그건 부부관계일수록 동등한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오빠'라는 호칭에 담겨 있는 가부장적 질서를 완곡히 언급한 것이었다.

그토록 세심히 설명을 했음에도 MC 전현무는 문소리에게 "준환 오빠한테 한 말씀 해주세요"라는 어이없는 요구를 했다. '말을 못 알아들은 건가?' 문소리가 머뭇거리며 꺼려하자 타깃은 '이달의 소녀' 멤버 츄로 바뀌었다. 그 자리에서 가장 약한 대상으로 과녁이 바뀐 셈이다. 츄 역시 난감해 하자 문소리는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하겠다고 나섰다.


남성 배우자에게 귀여운 대상이 아니라 동등한 존재이고 싶다는 문소리의 가치관이 그토록 이해하기 어려웠을까. 전현무의 얼토당토 않은 요구는 문소리의 생각을 깡그리 무시한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다. 또, 가장 어려서 만만했을 츄에게 애교를 떠넘기고 강요한 장면은 비겁하기까지 했다. 매우 고리타분한 진행 방식일 뿐만 아니라 성평등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었다.

박은영은 왜 민망하고 멋쩍어야 했을까. 그의 두려움에 공감할 수 있는 MC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시청자들도 훨씬 더 풍성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21년차 배우 문소리는 왜 애교를 강요받아야 했을까. 그의 가치관은 왜 무시당해야 했는가. 함량미달의 MC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제작진 때문이다. 고민없는 저들의 무례를 언제까지 봐줘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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