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금쪽같은 내새끼' 톺아보기

밉상처럼 보였던 둘째, 오은영은 왜 마냥 귀엽다고 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1. 9. 1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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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만 낳으면 나중에 외로울 거라 생각해서, 부모는 둘째를 갖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정작 두 명이 되면 다툼과 갈등이 생겨난다. 부모의 제한된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 경쟁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모두' 상처입기 십상이다. 아이들 각각의 기질에 맞게 좀더 세심한 육아가 필요한데 삶에 치이다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 10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는 삼남매의 부모가 찾아왔다.

딸 둘(12살, 8살) 아들 하나(2살)를 키우고 있는 그들의 금쪽이는 바로 둘째였다. 에너지 넘치고 귀여운 둘째는 고집이 워낙 세서 해야 되는 건 물불 안 가리고 하는 성격이었다. 화가 나면 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울고불고 떼를 썼고, 소리를 지르고 억지를 썼다. 순식간에 돌변했다. 금쪽이는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과하게 표현했다. 그리고 유독 엄마에게 불만이 많아 보였다.

엄마가 점심을 준비하는 동안 금쪽이는 기다리다 말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언니가 자신보다 먼저 먹는 게 기분 나빴던 모양이다. 그러더니 잘 놀고 있는 막내를 괴롭혀 울렸다. 아빠가 심통이 난 금쪽이를 달래주자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새로운 엄마로 다시 바꿔줘."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엄마는 착한 엄마가 아니"라며 '새엄마'라고 신경을 잔뜩 긁었다.

이 정도는 약과였다. 금쪽이는 엄마를 '아줌마'라고 부르며 막말을 하기도 했고, 마치 자신이 어른인양 훈계를 늘어놓기도 했다. 일기 숙제를 하던 금쪽이는 갑자기 하기 싫다며 분노의 샤우팅을 쏟아냈다. 한참 동안 참으며 달래던 엄마도 결국 참지 못했고, 금쪽이는 아예 통곡을 했다. 엄마가 자리를 뜨자 목이 터저려 울부짖었고, 울면서 엄마 품을 파고들었다. 한시도 조용할 날 없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가 너무 귀엽다며 운을 띄웠다. 흥도 많고 에너지도 남다르다고 칭찬했다. 다만, 단편적으로 보면 밉상처럼 보인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런 모습들이 반복돼 악순환이 될까 걱정했다. 금쪽이는 왜 일상에서 밉상처럼 보일까. 그 이유는 기분이 나쁠 때 '부정적 소통 방식'을 쓰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금쪽이와 습관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었다. 더 큰 불화를 막기 위한 방편이었다.

오은영은 엄마가 두 딸을 똑같이 대하고 있다고 생각할 테지만, 실제로 큰딸과 대화할 때는 한없이 다정한 말투를 사용하고 금쪽이와는 그러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엄마는 몰랐던 사실에 깜짝 놀라 당황했다. 아마도 금쪽이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금쪽이 입장에서는 부정적 상호작용도 없는 것보다 낫기에 계속해서 관계가 악화되는데도 거기에 매달리고 있는 듯했다.

금쪽이에게 필요한 건 설명보다는 공감이었다. 숙제를 하기 싫다고 하면 숙제를 해야 하는 당위를 설명하기보다 "금쪽이 숙제 힘들지? 평소에는 열심히 하는데."라고 접근해야 했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오글거리고 힘든 일이지만, 그럼에도 금쪽이 같은 성향의 아이에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다. '힘들다'는 표현이 서툰 금쪽의 소통 방식을 먼저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금쪽이는 '나는 왕, 엄마는 신하'라는 식으로 지못대로 굴기도 했는데, 오은영은 금쪽이가 자신의 예상대로 일이 진행될 때 마음이 편안하고 안심이 되는 유형의 아이라고 설명했다. 그 반대일 경우에는 마음이 쉽게 상했다. 상대가 자신이 요구를 안 들어줄 때, 쉽게 화살에 맞은 것처럼 마음에 상처를 쉽게 받았다. 금쪽이가 제멋대로 구는 건 엄마를 무시해서가 아니었다.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점은 언니에 대한 질투 혹은 경쟁심리였다. 금쪽이는 줄넘기를 할 때도, 계단을 올라갈 때도 매번 언니와 경쟁했다. 본인이 질 것 같으면 남 탓을 하고 우겨댔다. 패배를 인정하는 법이 없었다. 언니에게 뒤지면 심통이 나서 울음을 터뜨렸다. 다이어트를 할 때도 경쟁심리를 보이며 언니를 견제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금쪽이는 '인정 욕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인정 욕구가 너무 커서 스스로의 기준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엄마 아빠의 인정이 중요했다. 인정이 없으면 의욕을 못 느껴 쉽게 포기했다. 한마디로 금쪽이는 칭찬이 배고픈 아이였다. 한편, 금쪽이는 친구들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예의바른 아이였다. 오은영은 집에서 유독 문제를 보인다면 부모와의 관계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앞서 지적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생떼에는 분노로 맞섰고, 첫째의 징징거림에는 공감하고 이해했다. 대응 방식이 확연히 달랐다. 엄마는 기질적으로 비슷한, 조용한 첫째가 더 편하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오은영은 엄마의 성장 과정에서 정서적 교류가 부족했던 게 아니냐고 추측했다. 엄마는 쉽사리 입을 떼지 못했다.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힘들었어요. 동생들을 혼낼 때마다 너무 무서워서 집을 나가고 싶었어요. 그리고 엄마가 집을 나갈까 봐 너무 무서웠어요."

오은영과 따로 만난 엄마는 부모님께 '사랑한다', '잘한다'는 말이 제일 듣고 싶었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사랑받은 기억이 없는 어린 시절이 엄마의 아픈 상처로 남아 있었다. 스물 한 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슬퍼야 하는데 슬프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아빠를 미워해서 돌아가신 것 같다며 죄송하다고 말했고, 오은영은 "결코 금쪽이 엄마의 잘못이 아니"라고 보듬었다.

금쪽이의 속마음은 어떨까. 엄마한테 바라는 것이 뭐냐는 질문에 "엄마가 빠르게 달려오면 좋겠어."라고 대답했다. 모든 일을 빨리 끝내고 자신과 놀아달라는 얘기였다. 금쪽이에게는 엄마가 전부였다. 오히려 마음의 상처가 깊었던 첫째의 속마음은 어떨까.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첫째는 자신이 혼날 일이 아닌데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을 때 씁쓸함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동생들이 어리니까 네가 좀 참으라는 부모의 말이 첫째에게는 마음의 짐이었다. 그래도 이제 습관이 돼서 참는 게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엄마에 대해서는 마음이 속상하고 젖어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첫째는 걱정시키지 않는 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둘째랑 막내 때문에 걱정인데 자신까지 걱정시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 일찍 철든 속 깊은 딸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처방을 내렸다. 우선, '도레미파솔라시도 감정법'을 제시했다. 감정의 음가를 맞춰주라는 뜻이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의 높은 감정 음가에 맞춰 활기차게 대답해주라고 조언했다. 또, 거친 행동 속에 숨은 속마음을 읽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 금쪽처방은 '긍정어 소통법'이었다. '싫어'는 '~하고 싶어'로, '소리지르기'는 '안아주세요'로, '떼쓰기'는 '도와주세요'로 바꾸기로 했다.

또, 너무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첫째와 따로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둘만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첫째는 자신의 속마음을 하나 둘 꺼내놓았다. 엄마에게 전하고 싶었던 다양한 메시지들을 적어나갔다. 엄마는 그 메시지들에 정성껏 공감해주었다. 첫째는 쌓였던 게 다 사라져 속이 시원하다며 활짝 웃었다. 자존감이 떨어져 있던 첫째의 마음 속 빈칸이 가득차 보였다.

금쪽이를 위한 마지막 금쪽 처방은 감정 카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금쪽이가 감정 카드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면 엄마는 그에 충분히 공감해줬다. 그리고 칭찬을 듬뿍 하며 긍정적 소통을 이어나갔다. 밉상처럼 보였던 금쪽이는 차근차근 달라졌다. 엄마는 아이들의 마음이 어떤지 들어주는 게 가장 먼저라는 걸 배웠다고 고백했다. 그것이 바로 <금쪽같은 내새끼>와 오은영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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