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미성년자에게 술 판매 처벌? 입체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하다

너의길을가라 2016. 1. 8.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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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인간이 만들었기에) 법(法)은 완벽하지 않다. 애초에 그것은 성기지 않아 구멍이 송송 뚫린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이들에겐 한마디로 같잖은 것이고, 그것의 취약점(脆弱點)을 알고 악용하는 이들에겐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반면, 그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의 입장에선 어처구니 없는 것이고, 가혹하고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상식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미성년자(未成年者)에게 술을 팔아도 될까? 당연히 안 된다. 여기서 안 된다는 대답이 쉽사리 도출되는 까닭은 가치판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법적판단이다. 그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질문은 '미성년자가 술을 마셔도 될까?(혹은 미성년자에게 술을 마시게 해도 될까?)'와는 조금 다르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안 된다'는 문장을 보다 법적인 용어들로 바꿔보면 이렇다. 청소년에게 주류(酒類)를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혹은 이렇다.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하여서는 아니된다. 첫 번째 '아니된다'는 식품위생법에 규정된 것이고, 두 번째 '아니된다'는 청소년보호법에 규정된 것이다. 


▶ 식품위생법


제44조(영업자 등의 준수사항) ② 식품접객영업자는 「청소년 보호법」 제2조에 따른 청소년(이하 이 항에서 "청소년"이라 한다)에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11.9.15.> 4. 청소년에게 주류(酒類)를 제공하는 행위


제75조(허가취소 등) ①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영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영업허가 또는 등록을 취소하거나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그 영업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정지하거나 영업소 폐쇄를 명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28조(청소년유해약물등의 판매·대여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대여·배포(자동기계장치·무인판매장치·통신장치를 통하여 판매·대여·배포하는 경우를 포함한다)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실험 또는 치료를 위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② 누구든지 청소년의 의뢰를 받아 청소년유해약물등을 구입하여 청소년에게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청소년유해약물등을 판매·대여·배포하고자 하는 자는 그 상대방의 나이를 확인하여야 한다.


제58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기본적으로 주류와 관련된 영업을 하는 사업자는 이러한 부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종업원에게도 그와 같은 교육을 철저히 시킬 것이다. 왜냐하면 이를 어길 경우에 따를 '벌칙(혹은 행정처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가령 식품위생법에 의하면 영업 허가 · 등록 취소나 사업장 폐쇄, 6개월 이내의 영업정치 처분을 받게 되고, 청소년보호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무거운 처벌을 달가워 할 사업자가 어디 있겠는가? 이들에게도 미성년자는 골칫덩어리다. 고작 몇 만 원(몇 천 원일 수도 있다)의 매상을 올리기 위해 영업정지나 수 백만 원의 벌금을 감수할 정신나간 사업자는 없을 것이다. 같은 논리로 미성년자인지 여부도 파악하지 않고(신분증 검사), 미성년자에게 술을 제공 혹은 판매한 사업자(종업원)를 두둔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문제는 신분증을 위조 · 도용했을 경우다. 지난해 7월 청주 서원구의 대학가 부근의 한 술집을 찾은 청소년 4명은 술을 주문했다. 그 중 A양의 앳된 얼굴이 미심쩍었던(얼마나 단련이 됐겠는가?) 술집 주인 B씨는 신분을을 요구했다. A양이 내민 신분증은 성인의 것이었고, 술집 주인 B씨는 안심하고 술과 안주를 제공했다. 하지만 곧 경찰 단속이 시작됐고, A양의 제시한 신분증은 위조된 것이고 실제로 A양은 만 18세의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다행히(?) A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위조 신분증'에 속을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감안된 것이다. 하지만 행정관청은 자비가 없었다. 청주 서원구청은 영업정이 1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본인 여부를 파악하는 게 목적인 신분증 확인 절차의 특성상 대상자의 생년월일과 사진 · 얼굴의 일치 여부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이를 게을리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설령 술집 주인 B씨가 신분증의 사진과 얼굴의 일치 여부에 게을렀다고 치자. 이런 경우는 어떨까? 서울 남가좌동 명지대 주변의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 70대 할머니 C씨는 '손자의 선배'라며 주민등록증을 꺼내보이는 청소년들에게 술을 판매했다. 가뜩이나 눈이 침침한 할머니가 신분증의 사진과 얼굴을 명확히 대조할 수 있었겠는가? 


이 청소년들은 며칠 뒤 다시 C씨의 술집을 찾았고,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던 C씨는 별다른 의심 없이 술을 팔았다. 몇 시간 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하는 업소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단속되고 만 것이다. C씨는 청소년보호법에 의해 벌금 50만 원이 부과됐고, 식품위생법에 의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게 됐다. 


"당장 벌금으로 내야하는 50만원도 없어요. 병원비도 근근히 마련하는 형편인데…. 벌금 50만원을 내려면 술을 팔아야 하는데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을 받아 벌금을 마련할 재간이 없어요. 소송 절차도 복잡해서 나같은 사람은 할 수가 없어요. 시청에 민원을 넣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할머니 C씨의 하소연은 이 문제에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환시시킨다. 당장 처벌의 불균형에 대해 따질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신분증을 위조한 청소년부터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주장이지만, 판매자(성인)에게 보다 높은 주의의무가 요구된다는 점과 무조건 처벌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그렇다면 법을 보완하는 건 어떨까? 청소년이 신분증을 위조(변조와 도용도 포함)했을 경우에 벌금을 감경 또는 면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떠오르는데(실제로 발의된 법안이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안타까운 사례들이 다소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는 일이 몇이나 되겠냐마는)이 없기 때문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결국 억울함을 최소화하는 데서 중지(衆智)를 모을 수밖에 없다.


술에 대한 호기심, 혹은 그를 넘어 금기(禁忌)를 탐하려는 청소년들의 욕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그 방법들은 더욱 교묘해지거나 혹은 터프해질 것이다. 이를 막으려는 어른들의 욕망과 끊임없이 충돌할 것이다. 피해는 전선(戰線)에 위치해 있는 술집이나 편의점 등이 떠안게 되는데,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궁리 정도는 모색해줘야 할 것 같다. 그 정도의 '고민'은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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