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

묵직했던 <언터처블>, 의지할 여지 없는 김성균만 믿고 갑니다

너의길을가라 2017. 11. 28. 09:20


'치타 여사'가 가고 '김 사장'이 왔다. 


tvN <응답하라 1988>(2015)에서 부부로 찰떡 호흡을 자랑했던 라미란, 김성균 두 배우가 성공적인 배턴 터치를 마쳤다. 라미란은 지난 11월 16일 종영한 tvN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홍도희 역을 맡아 현실감 넘치는 연기를 펼쳤고, 최고 시청률 6.330%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한편, 김성균은 지난 24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언터처블>에서 장기서 역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언터처블>은 첫회 시청률 2.291%로 주목을 받았고, 2회에선 3.324%로 껑충 뛰어 올랐다. 이 뜨거운 반응의 중심에는 역시 김성균이 있었다. 




<응팔> 이후 김성균은 SBS <보보경심 려 - 달의 연인>(2016)에서 의뭉스러운 최지몽 역을 연기했고, 영화 <보안관>(2016)에서 대호(이성민)의 의리있고 충실한 조수 덕만으로 활약했다. 두 작품에서 보여준 친근하고 선한 얼굴도 인상적이었지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던 <이웃사람>(2012),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2013),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2016)등을 통해 다양한 얼굴이 그립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언터처블>에서 복잡한 캐릭터의 악역으로 등장한 김성균을 발견했을 때의 그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언터처블>은 가상의 도시 북천시를 3대 째 지배하고 있는 장씨 일가를 둘러싼 암투를 중심 축으로 삼고, 살벌한 권력 다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을 자처하는 형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가족의 추악한 권력과 맞서는 동생, 엇갈린 운명을 맞이하는 두 형제의 반목을 그리고 있다. 드라마가 힘을 받기 위해선 형제의 대결 구도가 팽팽하게 그려져야 할 텐데, 그러자면 캐스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장남 장기서 역은 김성균이 맡았고, 차남 장준서 역은 진구가 연기한다. 적절한, 만족스러운 캐스팅이었다. 



장기서가 성격의 변화를 겪는 복합적인 인물로 ‘변화구’ 같은 다양함이 필요한 캐릭터라면, 장준서는 악과 맞서 싸우는 우직함이 요구되는 ‘직구’라 할 수 있다. 군인 , 경찰 등 특수직 전문(?) 배우인 진구는 특유의 단단함으로 장준서 역에 무난히 스며들었다. 사랑하는 아내 민주(경수진)를 잃은 슬픔과 함께 아내의 존재 자체가 거짓이었고, 그동안 자신을 감시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 다만, 기존에 보여줬던 연기의 결이 반복돼 식상하고 전형적이라 여겨지는 대목도 있었지만, 캐릭터적인 면에서 큰 흠결은 발견되지 않았다. 


아버지 장범호(박근형)의 살인을 목격하고, 그에 맞서려 했던 준서와 달리 오줌을 싸는 등 두려움에 떨었던 기서는 당시의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간다.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였던 아버지를 겁내면서도 그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연약함을 지녔다. 또, 아버지의 그늘을 떠나 경찰이 돼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동생 준서를 아끼고 사랑하는 형으로서 한없는 너그러움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버지로부터 선택받지 못한 데 대한 자격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아버지의 죽음 후 가문의 갈등과 암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버지를 닮아가게 된다. 


이처럼 장기서는 평면적인 인물이 아니라 매우 입체적인 캐릭터다. 그 누구보다 악랄하고 악독하지만, 내면의 상처로 인한 처연함이 자연스럽게 내비쳐야 한다. 악인이지만 악인으로만 그려내선 안 된다고 할까.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줘야 하고, 표정과 말투 그리고 연기의 톤이 시시각각 돌변하는 복잡함을 능수능란하게 표현해야 한다. 내공이 없는 배우가 섣불리 덤벼들었다간 드라마 전체를 어설프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김성균은 장기서라는 복잡한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해 내면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언터처블>을 보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선이 굵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SBS <추적자 THE CHASER>(2012), SBS <야왕>(2013), SBS <황금의 제국>(2013), JTBC <라스트>(2015) 등 묵직한 장르물을 주로 연출했던 조남국 PD의 작품이었다. 극본은 KBS2 <빅맨>(2014), KBS2 <복면검사>(2015)의 최진원 작가가 맡았다. 아직까진 전체적인 이야기가 안갯속에 가려져 있을 뿐 아니라 다소 복잡한 면이 없지 않지만, 다이내믹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눈길을 사로잡아 집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언터처블> 1, 2회에서는 기서와 준서의 대립 구도, (본명이 정혜로 밝혀진) 준서의 아내 민주의 정체와 그 죽음의 배후, 장씨 일가의 갈등과 미래 등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떡밥으로 잔뜩 던져졌다. 여기에 박근형, 최종원, 손종학, 박원상, 진경 등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맛을 한층 끌어 올렸다. 고준희의 색깔 없는 연기와 정은지의 과장된 연기가 약간 거슬리지만, 김성균의 하드 캐리가 이를 만회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의심할 여지 없는 김성균, 그가 바로 <언터처블>을 본방사수할 충분한 이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