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V + 연예

막장 드라마의 무분별한 연장, '트랩'과 '눈이 부시게'를 본받아라



어떤 드라마들은 '연장(延長)'을 선택한다. 이야기를 엿가락처럼 쭈욱 늘리는 것이다. 이유는 매번 똑같다. '시청자들을 위해서' 과연 그럴까? 제작진의 변명과는 달리 속내는 따로 있다. 역시 '돈' 때문이다. 연장을 하는 만큼 방송사는 광고 수익을 얻게 된다. 이런 경우의 연장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기 마련인데,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는 더욱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산으로 가버리는 예가 허다하다. 


KBS2 <하나뿐인 내편>은 '가족 드라마'라는 탈을 쓴 '최악의 막장 드라마'이다. 등장 인물이나 상황 설정이 워낙 시대착오적인데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고루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어내고, 특정 인물에 대한 과도한 비난 여론을 자아내면서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자리잡았다. 시청자들의 예상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뻔한 전개는 참담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하나뿐인 내편>은 시청률 46.2%(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국민 드라마'가 돼 버렸다. KBS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광고 수익뿐만 아니라 9년 만에 시청률 50% 돌파라는 상징성을 찾을 찬스가 아닌가! <하나뿐인 내편>은 어김없이 6회 연장을 한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특별한 이야기가 추가되는 건 아니다. 여전히 강수일(최수종)이 살인 누명을 벗는 이야기가 그려질 전망이다. 그건 전적으로 노숙자에게 달렸다. 



지난 2월 종영한 SBS <황후의 품격>은 연장 방송의 대표적인 나쁜 예이다. <하나뿐인 내편>과 마찬가지로 '막장 드라마'로 악명을 떨쳤던 드라마다. 불륜, 살인, 마약 등 온갖 범죄들이 종합선물세트마냥 쏟아져 나왔다.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노골적이었다. 덕분이었을까? <황후의 품격>은 최고 시청률 17.9%를 기록하며, 송혜교와 김선아와의 경쟁 구도에서 압승을 거뒀다. 


역시 시청자를 위한답시고 4회 연장을 결정했지만, 가뜩이나 뒤로 갈수록 힘을 잃은 이야기는 더욱 늘어져 볼품없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남자 주인공의 부재였다. 다름 아니라 나왕식 역을 맡은 최진혁이 해외 스케줄 때문에 드라마 연장에 참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후반부는 엉성하고 조잡한 스토리로 빈틈 투성이가 돼버렸다. 주인공 없는 연장 방송이라니, 정말 우스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어떤 드라마들은 '탄탄함'으로 승부를 본다. 애써 분량을 늘리려 들지 않고, 오히려 가혹히라만치 압축한다. 가령, 지난 3일 종영한 OCN <트랩>은 '7부작'으로 제작됐다. <트랩>은 짧은 호흡으로 이야기를 힘있게 이끌어 나갔는데, 마치 7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쳤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높은 몰입도를 유지하며 영화 같은 드라마를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자극적인 장면들과 이서진의 연기력이 도마에 오르긴 했지만, 권력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자들의 커다란 사냥터가 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예리하게 드러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 후반부에 이서진을 사이코패스로 설정하는 '반전'으로 연기력 논란을 되받아쳐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3.992%로 유종의 미를 거뒀는데, 시즌2에 대한 여지까지 열어뒀다. 



월화를 뜨겁게 만들고 있는 JTBC <눈이 부시게>도 12부작이다. 벌써 반환점을 돌았다. 감각적인 연출, 탄탄한 극본, 배우들의 열연 등 3박자가 맞물려 시청자들과 눈부신 교감을 이끌어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12부작이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호평을 받고 있다. 이렇듯 드라마가 짧다는 건 헤어짐이 빠르다는 점에서 아쉽기도 하지만, 완성도 면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이제 드라마 시장은 극단적으로 나뉘는 듯하다. 막장 드라마는 욕을 먹는 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 여세를 몰아 은근슬쩍 연장 방송을 했다. 뒤늦은 비판은 무용지물이다. 그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트랩>이나 <눈이 부시게>와 같이 전략적으로 잘 짜여진 드라마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소수의 드라마들의 선전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