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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시대의 마감, 삼성 라이온즈의 납득할 수 없는 감독 교체

너의길을가라 2016. 10. 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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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다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 '김한수'라는 이름이 보이기에 아차 싶었다. '올 것이 왔구나!' 불길한 예감은 늘 비껴가지 않는다. 


<OSEN>, [오피셜] 삼성, 제14대 사령탑에 김한수 타격코치 선임



프로의 세계에서 감독 교체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종목을 불문하고, 한 시즌이 끝나면 구단은 감독들의 재신임 여부를 결정한다. 성적이 나쁘면 총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감독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이미 두 명의 감독이 '칼바람'의 희생양이 됐다. SK는 김용희 감독과 결별하고 후임자를 물색 중이다. KT도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두산에서 사령탑을 맡았던 김진욱 감독을 데려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인적 쇄신이 일어나거나 혹은 강제적인 물갈이가 시도된다. 그 판단과 결정은 전적으로 구단의 몫이지만, 그에 앞서 팬들의 납득이 선행돼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팬들이 없다면 구단의 존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적어도 SK와 KT의 팬들은 구단의 결단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65승 78패 1무. 정규 시즌 9위.


결국 삼성은 가을야구에 초대돼지 못했다. 역대 가장 낮은 순위. 삼성 팬들에겐 너무도 낯선 성적표였다. 더군다나 5년 연속 정규 시즌을 재패하고,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충격이 오죽 했겠는가. 그러나 정작 팬들은 '감독 교체'를 요구하지 않았다. 여론은 류중일 전(이제 이렇게 불러야 하다니..) 감독의 편이었다. 언론도 '살구 아재'를 옹호했다. 불과 14일까지만 해도 '유임설'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의 부진(혹은 몰락)에 대한 분석은 이미 여러 차례 기사를 통해 반복됐다. 원인은 명백했다. 지난해 막판에 터졌던 '도박 파문'의 여파가 지속됐고, 주축 선수들은 잔부상에 시달렸다. 무엇보다 팬들이 화살의 타깃을 '류중일 전 감독'이 아니라 '구단 프런트' 쪽으로 돌렸던 까닭은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실패'와 '구단의 부실한 지원' 때문이었다. 


시즌을 준비하며 영입됐던 3명의 외국인 선수(아롬 발디리스, 콜렌 벨레스터, 앨런 웹스터)는 모두 방출됐고, 물론 새롭게 영입된 두 명의 외국인 선수(아놀드 레온, 요한 플란데)도 기대 이하였다. 4명의 외국인 투수가 거둔 승수는 고작 6승에 불과했다. 이래서는 좋은 성적을 가두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5명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 들어간 돈이 공식적으로 310만 달러였다. 과연 이 책임을 류중일 감독에게 물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삼성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것은 삼성 라이온즈가 제일기획으로 이관되면서 눈에 띠게 줄어든 투자와 소극적이다 못해 지리멸렬(支離滅裂)한 선수단 운영이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석민의 몸값이 지나치게 비쌌던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제일기획의 삼성 라이온즈는 그를 잡을 생각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 팬들은 주장 박석민이 4년 계약에 96억 원을 받으며 NC로 떠나는 모습을 넋 놓고 지켜봐야했다. 


또, 전체적으로 중량감이 떨어졌던 포지션이 넘쳤지만,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박석민의 빈자리에 조동찬, 2루수 나바로의 빈자리에 백상원을 채워넣었지만 아쉬움이 남았다. 임창용과 안지만의 이탈로 약화된 투수진을 메울 새로운 자원도 부족했다. 결국 성적은 곤두박질 쳤다. 물론 '현장'의 책임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재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진수성찬을 차리라는 건 어불성설 아닌가.



"명가에서 하위권으로 추락한 팀을 변화를 통해 재건하겠다"


삼성 라이온즈는 감독과 단장을 동시에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김한수 신임 감독은 2008년부터 삼성 라이온즈 타격코치를 역임했던 또 한 명의 프랜차이즈이자 레전드다. 현역 시절 '소리 없이 강한 남자'로 불렸던 그의 타격 (지도) 능력과 성실성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다. 만약 정상적인 흐름의 감독 교체였다면, 누구나 두 손 들어 환영했을 것이다.


문제는 2011~2015년 동안 5년을 성공했고, 2016년 단 1년을 실패한 감독을 교체한 것을 팬들이 납득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프로야구 35년의 역사에서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정규시즌 5연패', '통합 4연패'를 이룬 감독을 이런 식으로 쫓아낸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다. 적어도 명가를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은 더 줬어야 더 줬어야 했다. 



"올 한 해 못한 것이 이유가 되어 교체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팀이 바뀌어야 한다. 이에 어울리는 감독을 뽑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젊은 감독을 선임해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도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젊은 감독을 선임해 팀을 바꾸겠다'는 것이 삼성 라이온즈가 내세운 감독 교체의 변이지만, 류중일 감독으론 그것이 불가능했다는 그 어떤 근거도 없다. 오히려 해답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진다. 김한수 감독은 3년간 총액 9억 원(계약금 3억 원, 연봉 2억 원)에 계약을 마쳤다. 한편, 지난 2013년 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을 맺은 류중일 감독은 3년 간 총 21억 원(계약금 6억원, 연봉 5억원)이라는 최고 대우를 받았다.


단순 계산해도 12억 원이라는 돈을 굳힌 셈이다. 여기에서 제일기획 하의 삼성 라이온즈가 처한 현실이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FA 자격을 획득하는 4번타자 최형우(33)와 좌완 에이스 차우찬(29)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의지를 보일까? 이들을 모두 잡으려면 최소한 200억 가량의 자금이 필요한데, 최근의 분위기로 봐선 어려워 보인다. 투타의 핵심 멤버를 모두 잃어버린다면, 삼성은 긴 암흑기에 접어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류중일 감독에서 김한수 감독으로의 변화는 단순한 감독 교체를 의미하진 않는 듯 하다. 그 안에 내포된 의미가 매우 다양하고 크다. 특히 제일기획 체제의 삼성 라이온즈가 취할 방향성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준다. 삼성 팬들의 억장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깊은 탄식과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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