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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값' 하라던 김현욱, 노제에게 DM 무성의 사과로 끝?

너의길을가라 2021. 12. 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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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의 '얼굴'로 비유되는 진행자는 그만큼 상징적이고 중요하다. 그의 역할은 행사를 원만히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주최측의 요구를 만족시키되 노골적인 진행으로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청중(방송 중이라면 시청자)의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위트를 발휘하되 선을 넘어서는 곤란하다. 행사의 주인공들을 돋보이게 해야지 자신이 주연이 되려 하면 딱한 일이다.

결국 진행자의 기본은 사고를 치지 않는 것이다. 그리하여 행사가 무탈하게 마무리되도록 하는 게중요하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2021 대한민국 패션대상' 시상식 열렸다. 이날 진행자로 나선 이는 김현욱이었다. 2000년 KBS 26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수많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그는 2011년 퇴사 후 프리랜서로 활동 중인 베테랑이다.

하지만 이날 김현욱의 진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주최측은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에서 'Hey Mama' 신드롬을 일으킨 댄서 노제(노지혜)를 초청했다. 행사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핫한 인물을 섭외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현욱은 무언가가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아니면 주최측의 어떤 요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김현욱은 청중을 향해 "(이곳에) 유명한 분이 있"는데 "혹시 눈치챘"냐고 물은 후, "비싼 돈을 들이고 이분을 불렀는데 효과를 못 봤"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돈값'을 못했다는 얘기다. 우스갯소리라고 봐야 할까. 그러면서 노제가 모자를 착용하고 온 것에 대해 지적했다. 모자 때문에 얼굴이 가려져 사람들이 잘 못 알아봐서 홍보가 제대로 안 됐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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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김현욱은 노제를 무대 중앙으로 불러내서 "모자를 왜 썼어요? 모자를 쓰고 나올 때도 멋있게 나와야 하는데, 고개 숙이고 나와서 첫 주자인데도 노제라는 걸 아무도 몰랐어요."라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로 면박을 줬다. 한껏 긴장해 있던 노제는 "멋있게 보이려고 썼"다며 "춤으로는 무대에 많이 섰는데, 너무 다른 분위기의 쇼이다 보니 긴장해서 땅만 봤"다고 서둘러 대답했다.

그쯤 했으면 됐을 텐데, 김현욱의 브레이크는 이미 고장난 상태였다. 그는 노제에게 위킹 연습은 했냐고 물은 후 다시 한번 워킹을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노제가 무대 앞쪽으로 걸어가며 워킹을 보여주자 자신이 걷는 것과 비슷하다며 망신을 줬다. 김현욱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느닷없이 노제에게 전공인 춤을 보여달리고 요구했다. 돌발상황에 노제는 굉장히 당혹스러워했다.

노제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주저앉았고, 짧게 춤을 추며 상황을 정리했다. 아무래도 아무런 언질도 없었던 모양이었다. 출연료를 지불한 주최측을 위해 대신 '돈값'을 뽑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청중을 웃기고 싶은 개그 본능이 발동된 걸까. (물론 그 시도는 실패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런 행사가 낯선 노제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선택은 많은 사람들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제 의도와는 다르게 많은 노제 씨 팬들을 화나게 또는 불편하게 해드린것같아 진심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의도가 어떻든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도 더 살펴야한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실 sns를 잘 하지않아 뒤늦게 다른 사람을 통해 기사가 난것도 알게 돼서 확인을 하게 됐습니다. 어쨌든 노제 씨께도 DM을 통해 사과 문자를 보냈구요. 다음부터는 더 살피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모두들 노여움은 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현욱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에 게시한 사과문)


노제의 팬들은 김현욱의 무례한 진행을 문제 삼으며 비난했다. 논란은 계속 됐지만, 정작 당사자의 사과는 없었다. 해명문은커녕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알아챘던 걸까. 지난 5일, 김현욱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댓글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과연 그의 사과는 효과가 있었을까? 불쾌함을 느낀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었을까?

노제의 팬들은 김현욱의 사과에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며 성토했다. 우선, 김현욱의 사과는 시기적으로 늦었다. (물론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했다.) 또, 정식 사과가 아니라 댓글을 통한 것이라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 논란이 있고 5일 후에야 나온 사과였기에 더욱 세심히 신경써야 했다. 하지만 김현욱은 상황을 지나치게 가벼이 여기고 있었던 듯하다.

내용에도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제 의도와는 다르게", "의도가 어떻든", "어쨌든"과 같은 표현은 사과를 할 때 불필요한 워딩이다. 사과가 아니라 변명에 가깝게 들리기 때문이다. 또, "노제 씨께도 DM을 통해 사과 문자를 보냈"다는 부분도 진정성을 의심케 했다. 결국 김현욱의 부적절한 사과가 가뜩이나 날이 서 있던 노제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김현욱은 행사에서 자신이 노제에게 한 행동에 큰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진행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재량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재미를 위한 약간의 면박이었을 뿐이라고, 분위기를 띄우려고 이런저런 요구를 했던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노제가 유명한 배우나 인기 스타였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 돈값 못한다고 비아냥댈 수 있었을까.

이는 분명 당시 상황 속의 권력 관계를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김현욱은 사과문에서 "다음부터는 더 살피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진행자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놀리고, 면박 주고, 미리 약속하지 않은 요구로 당황시키는 건 구시대적 진행 방식이다. 거기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다. 댓글을 통한 가벼운 사과만 봐도 그렇다.

한편, 노제의 소속사 스타팅하우스의 관계자는 논란 후 상황을 인지했고, 현재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길 바란다. 물론 소속사의 입장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 여기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노하고 상심한 노제의 팬들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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