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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와 만난 이효리, 그가 선택한 '변화하기'

너의길을가라 2017. 6. 3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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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기를 원하면서도 변화하기를 원하는 그게 나 

평범하기를 원하면서 특별하기를 원하는 그게 나


모순됨. 이치의 어긋남, 그 앞뒤 다름에 소스라치게 진저리치면서도 그것이, 그것도 결국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어쩌면, 감히 말하건대 삶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2001년 2월 14일, 가수 이소라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남긴 짧은 일기. 한동안 저 문장에 묶여 살았다. 문장은 짧았으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길고도 길었기에. 그리고 2017년 6월 29일, 또 하나의 '고백'을 마주했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긴 싫다." 이효리였다. 그는 담담했고, 질척였지만, 밉지 않았다. 



1998년 1세대 걸그룹 <핑클>로 데뷔한 그는 단숨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365일 청순하고, 예쁘고, 눈웃음을 쳐야하는 '걸그룹'의 멤버라는 포지션은 '야생마'에 가까운 그를 '답답하게' 만들었으리라. 2003년 드디어 솔로로 데뷔한 이효리는 내재된 욕망과 잠재된 에너지를 분출하며 대한민국의 이효리의 무대로 만들어버렸다. '텐미닛(10 Minutes)', '유고 걸(U-Go-Girl)', '치티치티뱅뱅(Chitty Chitty Bang Bang)'를 연달아 히트시켰고, 2013년에는 문제적 노래 '미스코리아'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음악 속에 압도적인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시선'까지 녹여낸 이효리는 여성 솔로 가수로서 독자적이고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한편, 그는 가수로서뿐만 아니라 예능인으로서도 존재감을 발휘했다. KBS2 <해피투게더>,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여준 가식 없는 모습들은 '섹시한 이효리'라는 이미지에서 그를 자유롭게 했고, '스타 이효리'라는 벽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꾸미지 않은 털털한,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 속에서 대중들은 인간 이효리를 발견했고, 더욱 그를 사랑하게 됐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긴 싫다.. 어떤 뜻인지 알겠는데, 가능하지 않은 얘기가 아닌가요, 혹시?" JTBC <뉴스룸>의 문화초대석에 출연한 이효리에게 손석희 앵커는 그리 묻는다. 이효리의 대답이 궁금하다. "가능한 것만 꿈꾸는 건 아니잖아요?"라며 "그게 제 욕심인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뒤통수를 맞은 건 비단 나만이 아니었다. 손 앵커는 "질문한 사람을 굉장히 머쓱하게 만드시네요."라며 이효리의 말을 수긍했고, 두 사람은 서로 웃음을 터뜨리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문화초대석 인터뷰는 매번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데, 손석희와 이효리의 만남은 그 파괴력이 더욱 컸다. 선공개곡 '서울'에 대한 대화를 나누며,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한 감회와 애증, 그리고 '오해'를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부터 그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게 됐다. 오랜만의 복귀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질문에는 오히려 '설레고 재미있다'고 대답하는 담대함은 역시 이효리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단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뿐'이고, '발산하는 욕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대답하는 그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또, 2013년 발매한 5집 '미스코리아'에서부터 음악 스타일이 달라졌다는 손 앵커의 지적에 대해 "가수에는 두 종류가 있는 것 같"다면서 "나는 스킬을 가진 가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량부족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뭘까"라고 고민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나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은 자신 있다. 떠들지 말고 내 노래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신만의 영역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음악에 대한 이효리의 고민과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효리가 돌아왔다. 결혼과 함께 제주도에 정착하면서 '소길댁'으로 살기를 자처했던 그가 돌아왔다. 카메라와 대중, 그 집요한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자연인'으로서 소박한 삶을 살아가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인기'를 부여잡기보다 '잊힘'을 선택했던 이효리가 다시 대중들 앞에 서기로 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어떤 생각이 '소길댁 이효리'를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만든 것일까. 그 까닭은 지난 17일 MBC <무한도전>의 방송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제주도로 찾아온 무한도전 멤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효리는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는다. "사실 제주도에서 멋진 기억만 남긴 채 사라져버릴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그것보다 아름답게 내려오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름답게 내려오기, 왠지 모를 뭉클함이 피어 올랐다. 그건 이효리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무한도전>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보내는 화두이기도 했다. 이효리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변화하기'에 나서고 있었다. 


최근에는 JTBC <효리네 민박>이라는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감춰져 있던' 남편 이상순과의 깨가 쏟아지는 알콩달콩한 생활과 제주도에서의 '심심한 일상'을 보여주고,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히 꺼내놓기를 원하는 이효리. 그는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며 대중들과 교감하길 바라고 있다. 그런 그를 대중들은 격하게 반긴다. 이 반김은 단순히 '스타'에게 보내는 것과는 달라 보인다. 그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빽빽한 감정이고, 교감이다. 이효리는 이렇게 노래한다.


며칠 전 냉장고에서 꺼내놓은 식빵 

여전히 하얗고 부드랍기만 한 식빵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이상해

변하지 않는 건 너무 위험해


얼마 전 잡지에서 본 나의 얼굴

여전히 예쁘고 주름 하나 없는 얼굴

조금도 변하지 않는 이상한 저 얼굴


변하지 않는 걸 위해 우리 변해야 해



'한결같기를 원하면서도 변화하기를 원하는 그게 나. 평범하기를 원하면서 특별하기를 원하는 그게 나'라고 말하던 이소라의 고민과 이효리의 그것이 맞닿아 있음을 깨닫는다. JTBC <비긴 어게인>을 통해 '변화하기'에 나선 이소라의 '출현'과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긴 싫'은 이효리의 '재등장'도 맞닿아 있지 않은가. 그들의 '변화하기'를 두 손 벌려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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