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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쏟은 춘천닭갈빗집 아들, 백종원이 이토록 깐깐한 까닭은?

너의길을가라 2021. 8. 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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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를 쓸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역겨워서 볼 사람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내가 기억하기 위해 적어본다. (...) 내 입은 계속 속 뒤집는 소리만 했다. 그저 못난 자기방어였을까. 가슴은 조여오고 버릿속은 번명거리만 찾고 있고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탕자의 귀환'은 이뤄질 수 있을까. 지난 4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춘천식닭갈빗집이었다. 제작진도 이를 고려했는지(혹은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끄트머리에 닭갈빗집 아들 사장님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백종원식 인간 개조'를 불편해 하고, 지난주 방송을 '사생활 폭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과연 솔루션은 어떤 방향으로 이어졌을까.

닭갈빗집 아들 사장님은 백종원과 대화를 나눈 후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제작진과 다시 만나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물론 악의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무신경했던 것이이라. 아들 사장님은 무심코 했던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용서를 구하는 그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백종원도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평소보다 일찍 촬영 현장에 도착한 그는 가만히 모니터를 지켜보다가 닭갈빗집으로 향했다. 일정이 1주일밖에 남지 않았기에 마음이 더 조급했을 것이다. 우선, 지적 사항이었던 아들 사장님의 고기 손질부터 확인했다. 지난 주보다는 나아졌지만, 마음에 들 정도는 아니었다. 좀더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을 건넨 후 본격적으로 맛 점검에 나섰다.


아들 사장님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3종의 새로운 소스를 개발했다. 반성한 사장님이 진심을 담아 연구한 소스를 과연 시판 소스의 맛을 이길 수 있을까. 첫 시식에 나선 백종원은 맛에 대한 평가에 앞서 닭고기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엄마 사장님은 입에 넣자마자 곧바로 문제를 느꼈다. 백종원은 더운 날씨라 식재료 보관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걸 상기시켰다.

다행히 기존 소스 버전만 빼고 다른 닭갈비의 상태는 괜찮았다. 백종원과 사장님들은 '간 청양고추 소스'가 가장 낫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간이 싱거운 상태였다. 백종원은 이곳만의 색깔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력을 통해 발전한 건 사실이지만, 아직 차별성은 부족했다. 개성이 없는 식당은 도태되고 살아남기 힘든 게 요식업이 현실이 아니던가.

백종원은 하남 근처의 쇼핑몰에 자리잡은 '(필동)함박스케이크집'에 전화를 걸어 투움바 소스를 요청했다. 닭갈비에 투움바 소스를 넣는다? 요즘 핫한 로제 닭갈비를 응용한 아이디어였다. 닭갈비와 투움바 소스의 결합은 의외로(?)성공적이었다. 다만, 투움바 소스는 매콤한 맛이 들어간 크림소스이다보니, 이미 매콤한 맛이 있는 닭갈비에는 크림소스만 넣기로 결정했다.

백종원은 아들 사장님에게 함박스테이크집을 방문해 크림소스 레시피를 배워보라고 제안했다. 절박해야 힘든 길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을 깨우쳐주고 싶었던 것이다. 백종원은 아들 사장님에게 더 강한 의지를 요구했다. 눈에 띄는 노력의 흔적은 다행스럽지만, 달라진 지금의 모습을 오래 유지해주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이를 악물고 했으면 좋겠다며 다시 한번 절박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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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나온다고 다 잘 되고 그러진 않아요. 내가 자꾸 뭐라고 하는 게 오기가 없으면 안 돼요, 음식점은. 오기가 있어야지. 본인이 목말라야지. 절박해야 되고."

혹자는 백종원이 지나치게 깐깐하게 군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가 그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하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방송이니만큼 그에 따르는 무게를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백종원을 더욱 깐깐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다른 하나는 요식업(특히 골목상권)이 갖고 있는 특성이다. 식당은 단순히 '맛'만 중요한 게 아니라 '청결', '식재료 관리', '응대(서비스)' 등 종합적인 부분에 대해 평가받는다. 얼마 전 논란이 됐던 서초구 방배동의 한 족발집을 떠올려보자. SNS에 한 남성이 야외에서 고무 대야에 발을 담근 채 무를 손질하다가 수세비로 발뒤꿈치를 닦는 영상이 퍼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주방 인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대타'를 구하면서 벌어진 일이라 해명했지만, 영상이 워낙 충격적이라 어떤 말도 변명처럼 들렸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식당은 유통기한이 지난 원료 등을 사용하거나 냉동식품 보관기준 등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칼과 도마가 청결하게 관리되지 않았고, 환풍구와 후드 주변에 기름때가 끼어 있는 등 전반적으로 위생관리가 미흡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가정집에 비해 좀더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고 할 수 있지만, 그건 식당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결국 식당은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기본이 될 수밖에 없고, 이를 위해 사장님의 '초심'은 매번 강조된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장사를 하느냐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백종원이 오기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건 그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 이유를 덧붙인다면 '후배에 대한 애정'일 것이다. 백종원 자신도 힘든 시절을 겪었던 만큼 요식업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후배들이 좀더 잘해내길 바라는 마음일 게다. 부디 춘천식닭갈빗집 아들 사장님이 좀더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앞으로 열심히 응원할 대상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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