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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가 들려준 소신, 그의 단단한 고집을 응원한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3. 2. 22:44



말 그대로 '리틀 포레스트(Little Forest)'를 만난 기분이었다. 단단한 숲의 힘이, 청량한 숲의 기운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난 1일, JTBC <뉴스룸> 문화 초대석에 출연한 배우 김태리를 만난 소감이다. 그가 누구인가. 김태리는 단 세 편의 (상업) 영화만으로 충무로가 내세우는 확실한 카드로 자리매김 했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됐던 <아가씨>(2016)로 혜성같이 나타났고, 그해 열린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석권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또,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1987년 6월 항쟁을 그린 <1987>(2017)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태리의 연기는 전형적이지 않다. '생기'가 있다고 할까. 그만의 '고집'이 묻어 있다고 할까. 배우로서의 자의식이 강하다는 인상을 준다. 굳이 부연해서 무엇하리. 김태리는 <아가씨>에서 '숙희' 그 자체였고, <1987>에서는 '연희' 그 자체였다. 그보다 훌륭한 칭찬은 없으리라. 김태리는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분명하다. 



"모든 온기가 있는 생물은 다 의지가 되는 법이야." <리틀 포레스트>의 대사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인터뷰. 그것도 뉴스의 한 코너가 아닌가. 긴장하는 건 당연했다. 인터뷰가 진행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밝은 미소와 함께 여유를 되찾았다. 손석희 앵커의 질문들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자신의 소신과 생각들을 자신감 있게 표출했다. 언어를 선택하는 데 있어 신중을 기했고, 경쾌한 진지함이 즐거운 긴장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고 해서 건조한 인터뷰도 아니었다. 농담도 섞여 있었고, 건강한 웃음이 흘러 넘쳤다. 


손석희 앵커는 김태리가 문화 초대석에 출연했던 배우 가운데 출연한 작품 수가 가장 적은 배우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갑작스레 쏟아지고 있는 관심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또, 과거 인터뷰에서 '인기란 곧 사라지는 것이다'라는 말을 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본격적인 김태리 탐구를 시작했다. 이에 대해 김태리는 갑자기 워낙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대처법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마음에 들었다." (박찬욱 감독)

"무언가 단단한 고집이 있어 보였다." (장준환 감독)

"자기 중심이 잘 서있고, 누군가에게 휘둘릴 친구가 아니더라. (임순례 감독)


김태리라는 배우가 어떤 길을 걷고자 하는지, 김태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조금이나마 손에 잡히는 듯 하다. 그가 출연했던 작품의 연출을 맡았던 감독들, 김태리를 근거리에서 관찰하고 부대꼈던 그들의 한마디는 김태리를 이해하는 데 더욱 큰 도움이 된다. 고분고분하지 않다. 단단한 고집이 있다. 자기 중심이 서있다. 휘둘리지 않는다. 손 앵커는 "이 친구는 감독의 말을 잘 안 듣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농담을 던졌다. 


김태리는 손 앵커의 추리력이 대단하다며 장난스레 맞받아치곤, "그렇다기 보다요. 이런 일을 함에 있어 (물론 모든 일이 다 그럴 거 같지만) 가장 중요한 건 흔들리지 않는 것, 자기 중심을 잘 가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 제 생각을 좀더 제대로 말하려고 하고, 할 말이 있을 때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바로바로 물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차분한 어조로 설명했다. 


이어서 <1987>과 관련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극중 연희의 시선과 공통적인 부분이 있는가, 광화문 촛불집회가 실제로 연기를 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냐는 질문이었다. 김태리는 무지에서 오는 무관심의 상태였다는 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던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1987>이라는 영화에 참여하고,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희망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고 대답했다. 



"(미투 운동은) 요즘 저의 가장 큰 관심사예요. 오늘 인터뷰를 하러 오면서도 관련 글을 읽고서는 너무 참담했죠. 저도 극단 생활을 해서 연극계에 가까운 선배, 친구들이 있으니 이 이슈가 더욱 가깝고 충격적으로 다가와요. 특히 피해자에 대한 공감 없이 사태를 바라본다든가, 피해자를 타깃으로 하는 뉘앙스의 보도가 나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여전히 계속되는 게 안타깝고 힘드네요." <서울신문>, 김태리 "연기하는 매 순간 도망치고 싶지만.. 마음 다잡죠"


이날 인터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말미에 나왔다.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참담한 심정과 함께 미투 운동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던 했던 김태리는 "그런 마음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은 가해자들의 사회적 위치, 그들이 가지는 권력이 너무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피해자 분들이 겪는 고통의 크기를 감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만약에 제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저 역시도 침묵을 해야만 했을 구조가 끔찍스러워서 그렇게 말을 했던 것"이라 토로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미투 운동이 '기적 같다'고 표현하며 "이런 운동들이 폭로와 사과가 반복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길이면 좋겠습니다."라고 당부했다. 김태리는 침착하게 하고 싶었던 얘기들을 끝까지 매조지했다. 해야 할 말을 놓치지 않았다. 조곤조곤하면서도 단호했다. 참 인상적이었다. 17분 남짓한 인터뷰가 너무도 짧게 느껴졌다. 좀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소신을 지닌 이의 명료한 인터뷰가 얼마나 반가웠던지.


김태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배우인지,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불과 2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충무로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대중들이 주목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김태리를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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