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극장

김다미와 고민시,<마녀>의 동갑내기 배우가 관객을 놀래키다

너의길을가라 2018. 7. 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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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 <마녀>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이 영화의 주연 배우 이름을 검색하느라 바빴을 것이다. "누구야?", "이름이 뭐야?", "김다미가 누구야?" 패닉에 빠진 게 소수는 아닐 게 분명하다. '김다미?' 처음 본 얼굴, 처음 들은 이름이다. 자신이 검색한 배우가 신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많은 관객들은 영화에서 받았던 충격에 이어 또 한번 크게 놀랐을 것이다. 


<은교>(2012)의 김고은의 출현과 <아가씨>(2016)의 김태리 등장에 못지 않은, 어쩌면 그 이상의 충격이다. 조민수, 박희순, 최우식. 이들의 역할과 활약도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조민수의 카리스마가 초반의 분위기를 다잡은 채 영화를 이끌어 나가고, 박희순과 최우식의 연기가 김장감을 끌어 올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김다미의 존재감은 영화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그렇다, <마녀>는 김다미의 영화다. 



"너 언니한테 까불면 모가지 날아간다."


자윤(김다미)은 유전자 조작으로 완벽한 살인 병기(마녀)로 태어났지만, 기억을 잃은 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김다미는 '소녀'와 '마녀' 사이를 능청스럽게 오가고, 각각의 이미지를 이질감 없이 연결시킨다. 박훈정 감독은 자윤을 통해 성악설을 설파한다. 인간의 본성은 악(惡)하고, 태생부터 악을 내재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문득 김다미의 소름끼지는 연기에 의문이 생긴다. 그 능력은 타고 난 걸까, 길러진 걸까? 


박 감독은 자윤 역에 신인을 캐스팅한다는 원칙을 세워뒀다고 한다. 허나 기준에 부합하는 신인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오디션에 지쳐가고 있을 때쯤 김다미가 들어왔는데 보는 순간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되겠는데?’ 정도가 아니었다. 김다미의 캐릭터 분석과 소화력은 자칫 유치할 법한 영화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괜히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괴물 신인이 아니었다. 



'고민시!' <마녀>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자윤'의 친구 '명희'로 출연한 배우가 누구인지 궁금해 찾아보느라 바빴을 것이다. 어쩌면 저렇게 찰지고 맛깔스럽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실제 고등학생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했던 관객이 결코 소수는 아니리라. '고민시?' 아무래도 낯선 이름이다. 예명이라 생각할 법한 이름이지만, ‘높은 곳에서 하늘을 보라는 뜻’의 본명이라고 한다.


이름은 몰라도 그의 얼굴을 이미 알고 있던 관객은 제법 많았을지 모르겠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라이브>를 봤다면 오양촌(배성우)의 딸 오송이를 기억하지 못할 리 없다. 오송이가 까칠하고 차가운 딸이었다면, 명희는 살갑고 애교 많은 딸이다. 또, 천방지축에다 깨방정을 떠는 쾌활한 10대 소녀다. 오송이와 명희, 두 캐릭터의 차이를 통해 우리는 고민시라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명희는 자윤을 단짝 친구다. 자윤과 한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끔찍이 아낀다. 자윤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조차 그가 자신의 친구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윤이 '마녀'가 아닌 평범한 '소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된다. 명희는 극중에서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약 1시간에 해당하는 영화 전반부의 헐렁한 이야기의 밀도를 채운다. 


무엇보다 <마녀>의 어둡고 꿉꿉한 분위기를 희석시키고, 관객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선사한다. 명희가 주는 웃음은 관객들에게 있어 숨구멍 같은 역할을 한다. 고민시는 실제로 고등학생이라 해도 믿을 만큼의 싱크로율을 보여주는데, 주연 못지 않은 조연으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친근한 캐릭터가 갖는 힘을 100% 활용하는 영리함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설프지도 않았고, 넘치지도 않았다. 


김다미와 고민시, 평범하지 않은 이름의 두 동갑내기 배우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사뭇 궁금하다. 또, '여성'이 대상화와 객채화를 당하지 않고, 이야기의 주체로서 중심을 잡아간 <마녀>의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5일 현재 1,345,637명,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Part 1. The Subversion(전복)'에 이은 Part 2.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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