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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MBC의 저급한 욕망이 <무한도전>을 망쳤다

너의길을가라 2018. 3. 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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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언 수행을 하기 위해 월정사를 찾았던 조세호는 스님에게 질문했다. "당장 눈앞에 헤어짐이 있는데요. 다시 만나기를 기다려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야 좋을까요?" 스님은 '지금(현실)에 충실히라'는 조언을 건넨다. 김태호 PD는 조세호에서 "만약 기다리던 내일이 오지 않는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유재석은 "다음 주에 또 마지막 인사를 멤버들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방송을 마무리 짓는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소름이 확 끼쳤다. 뉴스를 통해서 숱하게 소식을 전해 들었지만, 왠지 거짓말 같았다. 믿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익살스럽게 '힝, 속았지?'라며 돌아올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MBC <무한도전>의 종영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주면 2006년 5월 6일부터 시작된 13년 역사가 마무리 된다. (<무모한도전>부터라고 하면 2005년 4월 23일부터다.)



"(종영하는 것이 맞다면) 첫 번째로 든 생각은, 그동안 많은 분들에게 너무나 큰 웃음을 주셔서 정말 고생하셨다고 얘기해주고 싶다" (소지섭)


"<무한도전>을 함께했던 사람으로서 무조건 그분들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노홍철)


여러가지 감정들이 교차한다. 우선, (소지섭이 그랬던 것처럼) 고생했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그리고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무한도전>이 줬던 웃음, 눈물, 위로, 응원은 정말이지 무한히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또, (노홍철의 진심처럼) <무한도전>의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물론 이렇게 쿨하기만 한 건 아니다.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평생을 함께할 것 같았다. 그런 친구였고, 가족이었다.


한편으로는 화가 난다. 왜냐하면 <무한도전>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길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시즌제'다. 2015년 11월 25일 김태호 PD는 서울대학교 강연에서 "<무한도전>이 토요일 저녁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2009년까지 웬만한 건 다 했다. (TV)플랫폼 밖으로의 도전이 필요했던 상황인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선 <무한도전>이 시즌제가 되는 게 제일 좋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분명 <무한도전>은 한계를 경험하고 있었다. 힘겨운 여정이었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매주 70~90분 분량의 예능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만들어 낸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진정한 '극한직업'은 <무한도전> 그 자체였는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버텼지만, 2016년 연말 <무한도전> 제작진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열심히 고민해도 시간을 빚진 것 같고.. 쫓기는 것처럼 가슴 두근거리고.. 택시할증시간 끝날 쯤 상쾌하지 못한 마음으로 퇴근하는 회의실 가족들에게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가 선물을 준다면.. 한 달의 점검기간과 두 달의 준비기간을 줬으면 좋겠습니다. 할아버지.. #에라모르겠다 #방송국놈들아 #우리도살자 #이러다뭔일나겠다


나영석 PD가 tvN에서 '시즌제'를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안 김태호 PD는 계속해서 착취를 당했다. 시즌제를 요구했던 김 PD의 바람은 계속해서 묵살 당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돈 때문이었다. <무한도전>아 앞뒤로 붙는 15초짜리 광고 한 편의 단가가 1,320만 원(2012년 이전에는 편당 1126만 5000원 수준)이라고 한다. 40편 가량의 광고가 붙으니, 회당 광고 수익만 5억 2800만원이다. 


<무한도전>의 가치를 광고 수익만으로 한정지을 순 없을 텐데, 어찌됐든 MBC 입장(정확히는 고위직)에서 <무한도전>은 단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셈이다. 그것도 엄청난 양의 황금알을 쉬지도 않고 생산하는 거위 말이다. 정작 제작진들은 지속적으로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 한심한 윗분들은 가볍게 외면했다. 아마도 '짜내면 나온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2012년 파업 당시 이상로 MBC 공공노조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의 추천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이 됐다)이라는 사람은 "김태호 PD에게 (파업으로 인한 손해) 20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어처구니 없는 말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러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MBC의 저급한 욕망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그 한심함이 <무한도전>을 괴롭혔고 망쳤다. 


이제 <무한도전>은 멈춰선다.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고, 고쳐야 할 곳을 고치지 못한 채 달려 왔다. 자체적으로 기름칠을 하며 간신히 버텨 왔다. 멈춰보니 부서진 곳 투성이다. 영광의 상처라고'만' 하기 미안하다. 김태호 PD는 "새 프로그램을 고민할 기회를 13년 만에 얻었"다고 말한다. 물론 그의 고민이 어떤 결론으로 귀결될진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되든 간에 과거의 MBC를 용서하긴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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